독일에서 성경 속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재조명하는 의미에서 새롭게 번역된 ‘차별 없는(politically correct)’ 성경이 신학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 벨레(DW)가 최근 온라인 기사에서 보도했다.

‘공평한 언어로 된 성경’이라는 뜻의 ‘비벨 인 게레흐터 슈프라헤(Bibel in gerechter Sprache)’는 발행된 지 1년여가 됐지만 여전히 신학자들과 기독교 지도자들, 교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부는 이 성경을 가리켜 ‘불순품’이라고 비난할 정도다.

‘비벨…’은 원래 성경 속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부각시키는 한편, 반유대인적인 표현들을 수정하며,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신학자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번역됐다. 그러나 이 2천4백 쪽에 달하는 새로운 성경은 신학계와 교계에서 하나의 공격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DW는 보도했다.

신학자들은 이 성경이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로 된 성경의 원문과 다르며, 성경의 역사적 배경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이 성경은 랍비를 ‘남자 또는 여자 랍비’로 번역하고 있지만 최초의 여성 랍비가 허용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다.

스위스의 여성 가톨릭 신학자인 헬렌 쉰겔-스트라우만(Helen Schüngel-Straumann)은 이 성경에 대해 “비록 지난 세월 동안 여성 신학자들 사이에서 성경의 ‘차별 없는 언어’를 위한 싸움이 있어 왔지만 이는 지나친 시도”라며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당시의 가부장적 사회 배경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성경이 남성적 하나님의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전의 성경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