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렬 교수
이장렬 교수와 함께 하는 사순절 묵상
이장렬 교수는 서울대학교(B.M.)를 졸업하고 서든침례신학대학원(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M. Div.를, 영국 에딘버러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 신약학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2010년부터 캔자스시티에 소재한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Mid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약학 교수로 다양한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Ph.D. 논문을 지도하고 있다. <Christological Rereading of the Shema in Mark's Gospel>, <바디매오 이야기> 등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 

 

몸의 부활

 

오늘의 본문 누가복음 24:36-43

 

36.     그들이 아직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께서 바로 그들 사이에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으라."
37.     그들은 유령을 본 줄 알고 놀라며 무서워했습니다.
3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째서 두려워하며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39.     내 손과 내 발을 보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고 쳐다보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다. 그러나 너희가 보다시피 나는 있지 않느냐?"
40.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그 손과 발을 보여 주셨습니다.
41.     그들은 너무 기쁘고 놀라워 오히려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때 예수께서 그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42.     그들은 구운 생선 한 토막을 갖다 드렸습니다.
43.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 앞에서 생선을 가져다가 잡수셨습니다. (저자 주 1)

 
<저자 해설 및 묵상>


많은 성도가 영혼이 죽어서 주님 품에 안기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또 그것을 통해 큰 위로와 소망을 갖습니다. 특별히 장례 예배나 임종을 앞둔 시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는 분명히 성경적이며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는 진리입니다(빌1:21 참조).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 영혼이 주님 품에 안겨 쉬는 것을 궁극적인 복락의 상태로 말하지 않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궁극적 복락의 상태에 대해서는 많은 성도들이 의외로 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궁극적 복락의 상태는 우리의 부활한 몸이 영혼과 결합하여 다시 사신 주 예수님, 즉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고전15:20)가 되신 그분과 영원히 함께 거하는 것입니다. (저자 주 2)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프로 야구 선수가 심한 부상을 당해 한번의 시즌을 결장한 후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 홈런을 치면, 다음 날 신문 스포츠면에 '000, 부활하다!'라는 기사가 날 법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 누가복음 24장 본문은 영광을 입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단지 영적으로만 제자들과 함께하셨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37절 참조). 주님이 환상을 통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고 보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과 실제로 함께 하셨고 자신의 부활하신 몸을 제자들 앞에서 친히 보이셨다고 저자 누가는 명확하게 선언합니다.

오늘 본문이 말하는 예수님의 '부활'은 죽어 장사 지낸 바 되었다가 죽음 권세를 정복하고 영광스럽게 변화된 몸을 가진 존재로 살아났음을 뜻합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너희에게 평화가 있으라"(24:36)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이 말씀하는 이 평화는 오직 사망 권세를 이기신 분만이 줄 수 있는 평화이며, 세상에선 찾아볼 수 없는, 차원 다른 평화입니다(요14:27 참조).

부활하신 예수님을 대면한 제자들은 처음에는 그를 유령으로 생각했습니다. 갈릴리에서부터 자신의 부활에 대해 제자들에게 거듭 말씀하셨건만, 제자들은 주님의 부활을 그대로 믿지 못하고 의심을 갖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향해 십자가에 못 박혔던 자신의 몸, 즉 찢긴 손과 상처 난 발을 직접 보여주시며, 자신을 두 눈으로 보고 또 두 손으로 만져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나다 (문자적으로, '내가 바로 그다[24:39], 저자 주 3)!"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 앞에서 계신 분이 바로 그들과 합숙하시고, 그들을 친히 가르치시며, 그들 앞에서 치유와 축사를 행하시고, 그들을 품어 주시고, 또 때로 책망하셨으며, 지난 금요일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던 예수 자신임을 직접 확인해 주십니다.

상처 가득한 손발을 보이심으로써, 역사적 예수와 부활의 그리스도가 한 분임을 확증해 주십니다(요20:27참조). 그러나 제자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사실이기엔 너무나 좋은 이 상황을 제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그 찰나에, 예수님은 그들 앞에서 구운 생선을 잡수십니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제자들 앞에 나타난 자신이 그저 영이 아니며 부활의 몸을 지닌 존재임을 확증하십니다.

1세기 당시 유대인들의 사고를 이해하는 것이 여기서 얼마간 도움이 됩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천사들이 이 땅의 음식, 즉 인간들이 먹는 일반적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여기 열 한 제자들도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생각을 헤아리시고 그들 앞에서 이 땅의 음식, 특히 갈릴리 어부 출신 제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메뉴인 구운 생선을 직접 드셨습니다. 제자들과 수도 없이 드셨을 바로 그 음식을 제자들 앞에서 취하심으로써, 그들 앞에 서 계신 영광의 존재가 바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나사렛 예수심을 확증하셨습니다. 그들 앞에 서신 부활의 존재가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생활했던 갈릴리의 랍비 예수임을 확인해 주셨습니다.

영광의 몸을 입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땅을 포기하시거나 그저 '초월'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이 땅 가운데로 침투하셨고, 이 땅 가운데 있는 제자들 앞에서 '하늘'이 '이 땅'에 이미 침투했음을 부활하신 자신의 몸을 통해 확증하셨습니다(마6:10 참조).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극단적인 이원론이 널리 팽배해 있습니다. 한 크리스천 의사가 충분히 휴식하지 않고 기도에 힘쓰다가 극도로 피곤한 나머지 집중력을 상실하여 개복 수술 후에 수술용 가위를 환자의 배 안에 남겨 놓은 이야기는 거의 우스꽝스러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소위 '영적'인 것을 숭상하고 이 땅에서 하나님 주신 몸을 갖고 해야 하는 일상의 일들을 소홀히 하는 (플라톤주의적 혹은 영지주의적인) 이원론의 심각한 폐해를 잘 예시합니다. 그런 잘못된 영성에 깊이 빠져 있는 이들은 왜 하나님께서 태초에 인간을 몸을 지닌 존재로 만드셨는지, 예수님이 왜 성육하셔서 몸을 지닌 인간이 되셨는지, 예수님이 부활하실 때 왜 여전히 몸을 가진 존재하셔야 했는지, 그리고 왜 우리 구원의 완성이 단지 몸은 죽고 영혼이 주님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니라 몸이 부활하여 영혼과 하나 되는 것인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내가 영광의 몸을 입었는데 이 땅의 음식이나 먹게 생겼니?'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도리어 지극히 일상적인 음식인 구운 생선을 친히 제자들 앞에서 드심으로써 자신의 부활을 확증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단지 영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몸의 회복, 그러니까 몸의 종말론적 회복을 뜻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도 그 영광스러운 부활의 몸을 입고 계십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주의 심판자로 이 땅에 다시 오시는 그 때, 주님은 그의 충성된 백성들을 영생의 부활로 일으키실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 일으킨 부활의 영인 성령을 모시고 사는 주의 백성들은, 그들의 몸이 장차 유기되거나 폐기될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여 영원에 이를 존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아가 그들의 몸으로 감당하는 일상의 삶을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고, 이웃을 위한 사랑과 섬김을 적극 실천해야 합니다.

<한 줄 기도>

우리 몸으로 감당하는 일상 가운데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케 하소서.

편집자 주) 본 묵상 내용은 이장렬,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에 대한 40일간의 묵상』(요단출판사, 2019)에서 발췌하여 개정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요단출판사와 저자의 동의를 얻어 사용합니다. 이 책에 대한 추가 정보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mall.godpeople.com/?G=9788935017379    


(저자 주1) 본 구절은 복음의 변증을 위한 중요한 함의도 담고 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직접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십자가에 못 박혔던 손과 발을 보이시고, 이 땅의 음식, 특히 갈릴리 어부들에게 가장 일상적인 음식인 구운 생선을 친히 취하신다. 그러고 나서 구약성경에 근거해서 자신의 부활에 대해 확증해 주신다. 이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이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부활에 대해 증거해 주시고 확인해 주신 것은 복음 전도와 변증을 위한 매우 귀한 본을 남긴다(행1:3 참조).

예수님의 최초 제자들 역시 우리만큼 의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7번 정도 여러 경로로 복음을 접한다는 통계를 들은 적이 있다. 불신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복음을 전파하고 그때까지 부활하신 예수님이 인류의 '메시야'이심을 변증하고 선포해야 한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을 대하신 것처럼) 인내하면서 그들을 설득하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입으로 복음을 전파하고 삶으로 복음을 시연해야 한다. 특히 기독교의 이미지가 실추된 지금, 입을 통한 변증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통한 변증이 절실하다.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집단과도 비할 수 없는 희생과 사랑의 공동체라는 진리를 삶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진정성 있고 밀도 높은 희생과 사랑의 공동체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  

(저자 주2) 사도신경은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로 종결된다.

(저자 주3) "바로 나다" (눅24:39)는 헬라어로는ἐγώ(내가) εἰμι(...이다) αὐτός(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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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렬 교수와 함께 하는 <사순절 묵상 ② >
이장렬 교수와 함께 하는 <사순절 묵상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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