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애트란타에 갔을때 Stone Mountain 공원을 가 보았습니다. 애트란타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약 15마일 떨어져 있는 이곳은 높이가 252m, 둘레는 약 8km가 되는 세계 최대의 화강암으로 되어진 산이라 합니다. 그 산 정상에는 시골학교 운동장 만한 넓이의 평지가 있는데 빙 둘러 사면의 자연경치를 감상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그 큰 바위산 이곳 저곳에 다녀간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과 날자를 남겼습니다. 제일 오래된 날짜 1802년 것도 있었습니다. 자기의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이태선 목사님이 쓰신 “돌비석”이란 글이 생각납니다.

김서방은 아침 일찍 산으로 올라갑니다. 그의 손에는 망치와 정이 들려져 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은 커다란 바위에 자기의 이름을 새겨 넣는 일 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정성을 다 해 돌을 쪼아 이름을 새깁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직 이름을 새기는데 힘을 다 합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 망치 소리가 약해집니다. 그의 손에 기력이 쇄하여 집니다. 어느 바람 부는 날 김 서방은 평생 일 하던 바위 옆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손에 망치를 든 채로 그러나 그 돌비석에는 김서방의 이름 석자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채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의 돌비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비석에 제각기 자기의 이름을 새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름 있는 산, 아름다운 봉우리에 어설프게 자기 이름을 쪼아 남기려 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훼손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도 이름이 남겨지기는 하겠지만 이름 석자만 남기면 뭐 합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주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백두산의 높은 봉우리 중에 “정일봉”이라는 우람한 봉우리가 있습니다. 그 봉우리 아래에는 “백두산 밀영”이라 부르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하던 본거지라 주장하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김정일이 태어났다 해서 그 위에 있는 봉우리를 “정일봉”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일봉에는 “정일봉”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 글자의 크기가 세로 7m, 가로 6,5m로 엄청난 크기입니다. 게다가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습니다.

금강산 만물상의 천선대를 가는 길목에는 여기 저기 보기좋은 바위마다에 “김일성장군 만세”등등 온갖 문구가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이름을 남겨 놓는다 해서 후대 사람들이 정말 그를 존경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앞날 그 어떤 때가 되면 그 글자들을 메우기 위해 수고하는 때가 오겠지요?

분명히 우리는 한 평생 자기 이름을 남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위대한 사람은 그렇게 바위를 파서 자기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삶 속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는 사람입니다.

칸트는 철학자로서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바하는 음악가로서의 이름을 남겼고, 다빈치는 미술가로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톨스토이는 문인으로의 이름을 남겼고 링컨은 정치가로서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들이 남긴 이름은 참 많이 큽니다. 그러나 이들은 누구처럼 바위에 이름을 남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남겼습니다.

여러분, 한 번 사는 우리의 삶, 아름다운 존재의 흔적을 남기도록 힘 써 봅시다. 그러나 억지로 큰 이름을 남기려는 어리석음은 피해 봅시다. 비록 작아도 께끗하게 아름답게 남기는게 어떨까요?

세계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할 것도 없고, 나라 안의 사람들에게 다 알리려 애를 쓸 것도 없습니다. 그저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던 사람들만이라도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며 기뻐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겠지요.

그러기 위해 하루 하루 작은 일에 충성하며 사랑의 흔적을 뚜렷하게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는 삶을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