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가 4년 이상을 돕고 있는 해관보육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부모가 없거나,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또는 경제적인 능력이 안 되어 지방으로 1년 내내 맞벌이를 떠나 있는 부모들이 맡기고 간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오래 전 이곳을 알게 되어, 한국에서 목회할 때부터, 조그만 도움을 주게 되었답니다. 그 도움은 다름 아닌 '목욕봉사'입니다. 고학년들은 상관없는데,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의 경우, 대중목욕탕 사용 시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합니다. 일손이 부족한 보육원 사정상, 어린 아이들의 소원이 '목욕탕 가기'가 될 정도였답니다.

2001년 추수감사절 주간에 정성껏 모아진 예물과 채소와 과일들을 가지고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이곳 원장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돈은 사양하겠습니다. 대신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셔서, 아이들 목욕을 시켜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어린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함께 해 줄 '사랑'입니다."

이 날 이후로 제가 유학을 나오기 전까지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신외교회 성도들과 이곳에 와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인근 목욕탕으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등을 밀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목욕 후에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먹는 것까지……. 그래서 아이들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저희 내외가 신외교회를 떠나온 후에도, 조부영 자매를 중심으로 목욕봉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답니다. '아기코끼리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그곳에 매달 갈수는 없지만, 조그만 정성(물질)을 보냄으로 목욕봉사에 도움을 드려왔습니다. 그동안 온유 목장(청년)에서 이들을 도와왔고, 지금은 새로 생긴 충성 목장에서 이들을 돕고 있답니다.

▲해관보육원 아이들
얼마 전 조부영 자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해관보육원의 이름이 "좋은 집"으로 바뀌었다고 말입니다. 요즘은 보육원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매년 11월1일이 '자원봉사활동 감사의 날'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부영 자매가 대표로 다녀온 모양입니다. 자원봉사 현황을 보니, 1000시간이 넘게 몇 년을 묵묵히 봉사해온 자원봉사자들도 많았고, 아이들과 결연 후원을 맺어서 입학지원과 학부모 역할을 해온 봉사자들 그리고 일일 가정을 체험하는 봉사자들도 많았다고 하네요.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사 예배와 감사패 전달식을 마친 후, 유치원 아이들의 특송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송을 하러 나온 16명의 아이들 중 서넛 아이들만 빼고는 모두 목욕봉사를 통해 만났던 아이들이었답니다. 부영 자매를 알아보고 '엄마'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부영 자매를 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이들도 있었답니다. 너무 자주 봐서, 이제 장난까지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하네요. 부영 자매는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반가웠답니다. 특히 원장님이 "신외교회는 작지만, 봉사를 끊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을 나눠주어 왔다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오히려 송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이틀 후(11월3일)에, 아기코끼리 봉사단이 다시 뭉쳐, 아이들과 목욕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다음은 부영 자매의 글입니다.

"다섯 살과 일곱 살 먹은 남자아이와 초등학교 1학년 다섯 명의 여자아이들이 나왔는데, 여자 아이들이 어찌나 수다쟁이들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목욕하고 가끔 자장면도 먹는데, 이번엔 아이들이 치킨을 먹어야겠다고 해서 오랜만에 치킨 집에 가서 치킨과 후렌치 후라이드를 먹었답니다. 아이들이 잘 먹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배탈이 날까 염려도 되었답니다. 5살짜리 재권이란 아이는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쉬지 않고 먹는데, 바라보는 저희들 맘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었어요……."

부모에게 쏟아 부을 응석을 이들에게 다 한 모양이었습니다. 처음엔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마치 엄마 아빠에게 하듯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도 그려집니다. 동시에, 배가 터질듯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는 부영 자매의 말은 제 마음을 떠나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가는 목욕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날이 오면 목욕 봉사해주는 언니와 형들에게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이것으로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마음……. 그래도 목욕 봉사팀의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이 웃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습니다.

부모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아기코끼리 목욕 봉사팀을 통해,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복이 임하길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비록 약간의 물질을 보내지만, 늘 이들을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기도할 것입니다. 우리의 물질과 기도 그리고 목욕봉사팀의 헌신을 통해, 이 아이들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발견하여, 건강한 대한민국의 청년들로, 하나님 나라의 씩씩한 군사들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마18:5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

로체스터 제일 연합감리교회 이진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