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 주요 배경 넷플릭스 작품
넷플릭스 드물게 교회 긍정적 시선
단편적·피상적 묘사 여전한 아쉬움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 주축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Netflex)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지난 7일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Golden Globe Awards)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골든글로브에서 <성난 사람들>은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 작품상(Best Television Limited Series, Anthology Series, or Motion Picture Made for Television)과 남우·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부문 3관왕에 올랐다.
영화 <미나리>와 <버닝> 주인공이었던 배우 스티븐 연(Steven Yeun) 씨가 한국계 배우 중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베트남-중국계 미국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앨리 웡(Ali Wong) 씨는 여우주연상을, 각본을 쓰고 연출·제작을 맡은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작품상을 각각 수상했다.
스티븐 연 씨 외에도 조셉 리, 영 마지노, 데이비드 최 등 한국계 배우들이 조연으로 대거 참여했다.
이 외에도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36)이 연출을 맡고 한국계 미국인 그레타 리, 한국 배우 유태오 등이 출연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드라마), 감독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셀린 송 감독은 영화 <넘버3>, <세기말>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라고 한다. 신인 감독으로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도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랐으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밀렸다.
▲<성난 사람들>에서 진정한 회심의 경험과 신앙심 없이 그저 교회 내에서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청년부 리더와 찬양인도를 맡게 된 대니 조. |
수상소감에서 스티븐 연은 "평소 저는 주로 고립감, 분리된 느낌에 관해 떠올리는데, 참 이상하다. 이 자리에 올라오니 온통 다른 사람들 얼굴이 떠오른다"며 "말해 놓고 보니, 마치 '겨울왕국' 줄거리 같다"고 수상 소감을 전해 좌중을 웃겼다. 그는 마지막에 "God Bless You"를 외쳤다.
이성진 감독도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 작품은 실제 겪은 교통사고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며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농담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1944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에서 기금 조성을 위해 시작돼, HFPA 회원 93명이 국내외 훌륭한 영화 및 TV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아카데미상과 함께 영화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꼽힌다. 이번 수상이 영화 <기생충>처럼 에미상 등 잇따른 수상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스티븐 연 씨는 기독교인으로, 과거 디트로이트 연합감리교회에서 미국사회에서 배우로 서기까지 과정을 강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성난 사람들>은 본지 영화 비평인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를 통해 호평받은 바 있다. 이 영화는 美 한인 교회에서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이민자가 겪는 고립과 그리움 등 각종 감정들을 담아냈기 때문.
칼럼니스트 박욱주 박사는 <성난 사람들>에 대해 미국 내 동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의 고달픈 삶을 그려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중년에 접어드는 한국·일본·중국계 미국인들이 혈연·친분·원한·치정 등으로 얽혀 좌충우돌하는 블랙코미디라고 했다.
드라마는 30대 중반 한국인 재미교포 2세 대니 조(스티븐 연 분)와 비슷한 나이대의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 라우(앨리 웡 분), 두 사람의 갈등이 핵심을 이룬다.
▲미국 내 동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의 각박한 삶과 불안감을 소재로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 |
별 볼 일 없는 집수리 기술자 대니, 사업가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남편·시어머니와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에이미는 어느 날 쇼핑몰 주차장에서 서로 시비가 붙고, 서로에게 위험한 보복운전을 감행한다. 이 사소한 감정 싸움이 격화되면서 두 사람의 삶과 가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대니는 장남으로서 막대한 책임감에 짓눌려 살다, 우여곡절 끝에 한인교회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마지막으로 에이미와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서로 깊은 대화를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낸다.
한인교회는 대니가 압박감에 저항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니 어머니는 그에게 한인교회에서 좋은 한국계 여성을 만나 결혼해 가정을 꾸리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 대니에게는 그저 부담되는 일일 뿐이다.
그는 잘 풀리지 않는 사업에 대한 압박감, 에이미에 대해 깊어지는 원한 때문에 갈팡질팡하던 중 예전 한인교회를 같이 다녔던 베로니카를 만나고, 그녀로부터 한인교회 전도지를 받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찬양집회에 참석한다.
이 집회에서 그는 마음을 위로하는 찬양 선율과 가사에 눈물을 참지 못하고 설움을 토해낸다. 이후 교회에 열심히 참석하고 자원해서 교회 봉사도 하고자 한다.
박욱주 박사는 "<성난 사람들>은 대니의 행적을 통해 한국인 이민자와 그 자녀들에게 한인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세히 조명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인교회는 이민자들 사이, 그리고 그 자녀들 사이의 확고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의 근거지가 되어 준다"며 "소수 인종에 속하는 한인들에게 이런 네트워크는 곤란에 처했을 때나 위급할 때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안전망이 되어주곤 한다. 대니처럼 젊은 교포들은 한인교회 내부에서 결혼 상대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박 박사는 "한인교회는 이민자나 그 자녀가 느끼는 여러 정서적 압박감과 불안감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한인교회 예배는 이민자들과 교포들이 백인들과 흑인들로부터 받는 은근하거나 노골적인 차별, 이방인으로서 당하게 되는 여러 심적 어려움과 소외감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며 "<성난 사람들>은 한인교회가 가진 이 순기능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한인교회에 대한 드라마의 묘사가 지극히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