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서울시 서초구 초등학교의 저연차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에 대한민국교원조합(이하 대교조)은 "교권 추락 현상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서부터 촉발된 것은 아니었나"라며 조례 전면 개정 혹은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교조는 20일 "교권의 하락을 넘어 추락이라고 보아야 할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나라의 교육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 현장에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교권의 추락 현상을 막아야 하며, 이런 불행한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게 온 사회가 힘을 모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무너진 교권 회복에 역량 집중해야
이들은 "10여 년 전, 당시 곽노현 서울 교육감과 전교조가 추진하여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생들의 인권만을 강조한 결과, 아동학대죄 고발이 남발되는 현실과 맞물려 교권을 심각하게 추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 현장의 교권 추락 실태에 대한 철저한 상황 파악을 통해 무너진 교권을 다시 회복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교권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학생인권조례의 전면 개정이나 폐지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또 "학교폭력을 일삼는 학생을 지도하다 손만 닿아도 '아동학대' 학생들을 말로 훈육해도 듣는 학생이 기분 나쁘면 '아동정서학대', 이런 상황이 지속 되는 한, 학교 현장에서 더는 교육이 숨 쉴 수 없다"며 "교육당국은 정당한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아동학대범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법을 강화하라"고 했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지난 3월 13일 서울특별시의회(의장 김현기)에서 발의돼 교육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앞서 서울학생인권조례폐지범시민연대는 64,347명의 서명이 담긴 청구인 명부를 제출했고, 이 중 검증 절차를 거쳐 44,856건이 유효해 주민조례 청구 요건인 2만 5천 명을 넘겨 수리됐다. 시의회는 수리일로부터 1년 이내에 주민청구 조례안에 대한 심사 의결을 마쳐야 하며, 필요한 경우 본회의 의결로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교사 대다수, 학생 지도 어려움 호소
시의회 교육위원회 김창범 수석전문의원이 4월 25일 제출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2012년 5월 한국교총이 3,271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명예퇴직 증가 이유에 대해 응답 교사의 70.7%가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 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 추락 현상'이 원인이라고 답변했다.
또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교육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이유'로 조사 대상자의 42.8%가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선택했다.
김 전문위원은 "2009년에 전국적으로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는 1,570건이었으나, 2012년을 전후하여 교권침해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부적으론 2012년에는 7,971건으로, 이는 2009년과 비교하여 약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며 "학생인권 조례의 제정이 교권 침해의 급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2012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바, 통계적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시와 광주시(각각 2012년 1월)를 비롯해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등에서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