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이민자보호교회 심포지엄이 4 일 오후 7 시 퀸즈한인교회에서 ‘왜 아태계 역사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유튜브 생중계와 함께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은 아시안 이민 역사를 미국 공교육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최측은 이번 심포지엄 의미와 관련, “첫째, 아태계(Asian American Pacific Island) 역사교육을 학교 과정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할 힘을 모으는 것”이라며 “아시안 인종혐오범죄의 궁극적 해결은 다음 세대에게 우리 이야기를 공정하게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큰 의미에 대해서는 “우리 이야기인 아태계 이민자들이 걸어온 차별과 공헌의 역사를 더 잘 아는 일”이라면서 “아태계 이민자 스스로가 차별과 공헌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비아태계 미국인들에게 그 모습을 잘 이해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제 강연은 노스웨스턴대 여지연 교수(Founding Faculty of Asian American Studies Program)가 맡았다. 여지연 교수는 ‘아태계 역사: 차별과 공헌(AAPI History: Discrimination & Contribution)’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이 빼앗긴 땅의 이야기, 땅을 빼앗기고 강제 이주되거나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백인들의 역사에 포함되어야 한다”면서 “그 역사를 알아야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역사적으로 어떤 위치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 교수는 위스콘신에는 미국 원주민 Ho-Chunk 부족의 보호구역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들이 본래 뉴욕, 뉴저지, 델라웨어 등 동부에 살던 원주민들이었다고 강조하면서 “백인들이 유럽에서 이주해 온 후 강제로 위스콘신에 있는 보호구역으로 이송된 것으로, 원주민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이 땅에 이주해 온 이민자”라고 말했다. 이어 여 교수는 “우리 나라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미국 원주민들은 자기 땅을 되찾을 기회나 희망이 전혀 없다. 우리는 그들의 쓰라리고 억울한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또 여 교수는 유색인종들만 차별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고 알렸다. 그는 아일랜드에 흉년이 들어 감자 수확이 힘들어지자 전체 인구의 20-30%가 외국으로 나갔고 그들 중 상당수가 미국으로 건너 온 사실을 알리면서 “하지만 아이리쉬 이민자들은 같은 백인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굉장한 차별을 받았다. 가게나 공장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도 아이리쉬 사람은 지원하지 말라며 ‘NO IRISH NEED APPLY’ 간판을 내건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도 백인으로 받아들여져서 차별을 덜 받게 되었지만 아이리쉬 이민자들이 당했던 인종차별이 아태계 이민자들의 경험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 여 교수의 설명이다. 여 교수는 “아태계 이민자들이 이런 아이리쉬 미국인들의 역사를 배우고, 반대로 그들도 우리 역사를 배우면 서로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여 교수는 그 밖에도 라틴계 이민자들, 태평양계 이민자들의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의 이야기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인종 교육을 의무화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원주민, 라틴계, 흑인, 아태계, 백인 등을 포함한 인종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억울한 역사를 배우면서, 미국이 어떻게 그 사람들의 인권을 인정하고 미국의 자유와 평등이 조금씩 증진되었는지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 평등하고 더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서 아태계 역사를 꼭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교수는 노스웨스턴대에 아태계 스터디 프로그램이 생기고 자신이 초대 교수로 청빙된 배경에는 학생들의 요구와 시위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이 아태계 역사를 배우고 연구하는 것이 아태계 학생들이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정체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학교측에 강력히 요구한 덕분에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현재는 5 명의 교수와 2 명의 전임강사가 포진한 비중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고 알렸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존 리우 뉴욕 주 상원의원은 현재 사용중인 역사교과서를 검토해 볼 때 아태계 역사에 관해서는 19 세기 말 철도 건설을 위해 이주했던 중국계 이민자들 이야기와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인 이민자들을 구금했던 사건 단 두 개만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빈센트 친 살해 사건, LA 폭동, 브루클린 증오 범죄 피해, 9/11 이후 동남아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폭력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태계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도 “팬데믹, 국제 관계의 갈등 상황, 경기 침체 등 사회에 부정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아태계 이민자들은 비난과 차별을 경험해 왔다”면서 “심지어 중국에 가본적도 없는 한국 이민자들도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지난 해에 2,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아시안 이민자 한 명만이라도 이름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응답자의 58%가 단 한 명의 아시안 이민자의 이름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심각한 통계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뉴욕 주에서 아태계 역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론김 뉴욕 주 하원의원은 아태계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이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미국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소명이 있다고 말했다. 론김 의원은 “우리가 역사를 가르쳐야 우리 다음 세대가 차별과 배제를 덜 받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인 여성 최초로 뉴욕 주 하원에 당선된 그레이스리 의원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나눴다. 그레이스리 의원은 “아시안은 자신과 오빠 단 두 명 뿐이었던 학교에서 인종차별적 언어와 편견을 겪어야만 했고,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늘 외국인처럼 느끼며 자랐다”면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이웃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고 어린시절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차별, 혐오, 폭력 등을 경험했다. 일상에서 크고 작은 인종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는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제가 대표하는 맨하탄 지역구에서도 얼마전에 한인 여성이 혐오 범죄로 살해당하는 끔찍한 비극이 있었다. 우리가 이 인종 혐오 범죄와 인종차별과 싸우지 않는다면, 결코 이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레이스리 의원은 “현재 뉴욕 주 상하원에 10명의 아시아계 의원들이 선출되었고 역사상 가장 많은 아시아계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현재 뉴욕 주 예산 가운데 아태계 공동체를 위해 3천만 달러가 책정되었고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태계 이민자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역사교육 법안도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