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아트피아 측이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공연을 하려고 했으나 '종교 편향' 의견이 제기돼 불발된 가운데, 이와 관련된 대구시 조례에 대한 개정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측은 내달 1일 재개관 기념에 맞춰 대구시향과 대구시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공연을 계획했으나 잠시 예매를 중단했었다. 지난달 중순 열린 종교화합자문위원회에서 한 자문위원이 해당 작품을 놓고 '신(God)을 찬양하는 내용이어서 종교적으로 편향됐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대구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는 대구시 산하 예술단의 정기공연 프로그램 등이 종교 중립성과 결부될 경우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했다. 대구시향은 필요한 경우, 대구시합창단은 필수로 이 심의를 거친다.
해당 조례는 위원 15명이 참여하는 종교화합자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자문위원은 불교계 인사 2명, 개신교·가톨릭계·언론계·문화계 인사 각 1명 등 총 6명이 맡고 있다. 조례는 또한 종교 중립성과 관련될 경우 대구시 산하 예술단의 모든 공연은 종교계 자문위원 전원의 찬성을 받아야 공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종교계 자문위원 한 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공연은 무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난 말 한 자문위원의 반대 의사 표시로 대구시합창단은 대구 수성아트피아 측에 공연 참여가 어렵다는 통보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수성아트피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공연 주최측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재개관 기념 공연에 예정대로 상연한다. 다만 구미시립합창단·수성아트피아페스티벌오케스트라 등 '대구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관련 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타 지역 예술단으로 교체해 공연 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클래식 곡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을 종교와 연결 지어 '종교 편향'이라고 무산시킨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대구지역 예술계에선 대구시 산하 예술단의 공연에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만장일치'와 '심의'를 받도록 규정한 관련 조례를 개정해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방성택 대구시음악협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조례에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만장일치를 거쳐야 대구시 산하 예술단의 공연이 가능하도록 명시한 부분이 문제"라며 "이 부분을 관계부처가 융통성 있게 수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시의회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관련 재개정 작업은 시작도 안했다"며 "대구시청에서 종교화합자문위원회 내부의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고, 현재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관련 조례 개정안에 대해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소속 위원들 의견을 경청해 관련 조례 개정이 필요할 경우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관계자는 17일 본지에 "이번 주 내로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어떻게 발전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위원들 의견을 모으고 모든 위원의 동의가 있다면 해당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