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4차 로잔대회 '서울 2024'의 공동대회장이자 한국로잔위원회 이사회 의장인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가 로잔운동에 대한 오해에 답했다. 또 로잔운동 50주년을 기념한 대회가 왜 한국에서 개최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 목사는 최근 포항에서 열린 로잔 목회자 컨퍼런스에서 "교단과 교파를 넘어서 '복음'이라는 '커먼 그라운드'(공통기반)로 하나 돼야 한다"고 했다. 신사도운동으로 이단성 논란을 겪은 피터 와그너가 제2차 케이프타운 대회에서 강사로 나섰던 것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정통 복음주의 노선에 서 있었고 이후에 변질된 것이라고 했다.
또 로잔운동이 50주년을 맞이한 현재, 유럽과 미국은 복음주의권을 하나로 이끌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했다. 한국이 대회를 개최하며 외적인 화려함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 복음주의를 건강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질의응답은 사회자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가 플로어의 질문을 대신 하는 식으로 진행됐고, 한국로잔위 총므 최형근 교수도 참여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복음'이라는 공통점으로 하나 돼야
-일부 교단에서 로잔운동을 WCC처럼 이단이라고 하는 시각도 있다.
"로잔운동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저를 한국교회 좌파운동의 산실이라고 퍼뜨리는 분도 있다. 굉장한 오해다. 복음주의에는 각 교단의 특색을 뛰어넘는 커먼 그라운드가 있다. C. S. 루이스가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말했다. 각 '방'을 교단이라고 하면 같이 사용하는 '마루'는 있을 것 아닌가. 이 커먼 그라운드는 복음이다. 로잔운동은 바로 이 복음과, 이를 전하는 데 필요한 구제·나눔과 같은 사회적 참여를 중요시한다. 굶어 죽기 직전의 사람에게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또 한 가지, 제2차 로잔대회 때 풀러신학교 피터 와그너가 설교한 점을 지적한다. 당시 풀러신학교는 미국 신복음주의 운동을 태동시킨 곳이고, 근본주의와 자유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복음 운동을 지켜내려는 학교로서 출발했다. 와그너는 그곳의 교수였다. 제2차 대회가 1989년도였는데, 이는 피터 와그너가 신사도운동을 주창하기 훨씬 이전이다. 전 세계가 풀러신학교를 복음주의 학교로 여겼고, 그의 교회론과 교회성장학을 배운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목회했다. 그가 설교할 때는 모두가 그를 복음주의자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후 변질된 것이다. 그가 올바른 복음주의 노선에 있었을 때는 당연히 강사로 설 수 있었다. 메인 스피커도 아닌 강의 하나를 맡은 것뿐인데, 피터 와그너가 강의했기에 로잔운동이 신사도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다.
또 제2차 대회 때 많은 오순절교회들이 참여해 성령의 은사와 같은 점에서 폭을 넓혔다. 오순절교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회가 있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부흥하는 교회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성령 은사의 연속성을 인정하지 않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하는 건 복음주의의 커먼 그라운드에서 벗어난 것이다. 성령의 은사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지는 교단과 교파에 따라 교리적으로 다를 수 있다. 오순절 교회가 복음적인 교회가 아니라고 여긴다면 스스로 더 좁아지는 것이 아닐까.
'사회 참여'에 대한 오해도 있다. 선교는 '타문화권 선교'만이라는 인식이 있다. 교회가 선교적 공동체로 존재할 때, 타문화권에 선교사를 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지역사회에 선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노숙인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함께 복음적으로 응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소위 '좌파'라며 이념적으로 공격하는 것 역시 오해다."
"요청 왔을 때 고민... 물량화는 안 돼"
-왜 한국인가. 이미 역사적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로잔운동은 WCC처럼 교단들이 가입돼 있지 않기에, 조직적으로 움직이거나 자주 모일 수 없는 약점이 있다. 작은 규모의 포럼은 많이 하지만 세계적인 모임은 자주 가질 수 없다. 재정과 조직력도 약하기에 전 세계적인 모임은 세 번밖에 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도 가까스로 했고, 빚을 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1974년 스위스 로잔, 1989년 필리핀 마닐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었는데, 적어도 십몇 년마다 해야 세계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
2010년과 2024년 사이 14년간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저 역시 2010년 대회를 인터넷으로 지켜봤는데, 아마 중계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후 플랫폼 혁명, 디지털 혁명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또 그 사이에 전쟁과 기근, 난민 사태 등이 가속화됐고, 반드시 신학적이고 선교적인 반응을 해야 하는 이슈가 굉장히 많았다.
로잔운동 50주년은 아주 좋은 기회기도 했다. '이를 호스트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 한국교회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유럽과 미국은 사실 그런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경험해 봤지만, 아프리카와 남미처럼 사회적 기반이 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빚을 지게 된다. (그렇지만) 한국은 국제화돼 있기에 가능하다.
요청이 들어왔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분들의 지적처럼 대형 행사로, 물량적이고 세속화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냐(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이를 조심하면서, 오히려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세계 복음주의 흐름을 건강하게 끌고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대회 자체보다 과정과 자세가 중요
-한국의 K컬쳐가 위상이 올라가는 등 문화적으로도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때가 된 듯하다. 하지만 기회의 때에 오히려 리더십을 잃고 위기에 처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로잔대회가 어떠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대회에 어떻게 모이느냐보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과 자세가 더 중요하다. 로잔정신인 겸손과 정직성, 단순성은 사실 쉬운 것이 아니지만, 로잔대회의 여러 국제 대회에 참여한 결과, 분명히 살아있는 복음적 선교운동임을 보았다. 과거 WCC 대회를 개최했을 때 임팩트보다는 어려움이 많았고, 논쟁과 분쟁의 불씨가 됐다. WEA는 유치조차 하지 못했다. 복음의 우선성을 강조하지 않았기에 분열되는 것이다.
복음주의로 하나 될 수 있다. 신학적으로 예민한 부분은 놔 두고,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는 주제로 하나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에큐메니칼리즘이다. 복음은 연합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연합이나 소수 지도자들만의 연합이 아닌, 지역의 모든 교회들까지 복음운동으로 일어나야 한다.
한국준비위원장 유기성 목사님의 말처럼 대회 이후가 더 중요하다. 모든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변화되고, 지역사회를 더 책임지는 교회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세계복음주의 운동의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가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왔는데, 이것은 숫자나 물량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요구하는 참회의 모습을 한국교회가 앞장선다면 세계 교회에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꿈꾸면서 대회를 준비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