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시골에서 예루살렘 도시로 입성하신 날입니다.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입니다. 이미 예수님의 사역은 소문이 나서 시골의 선지자가 아니라 전국구 선지자가 되어있습니다. 예수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인기가 하늘을 찌르듯 합니다.
군중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흔들며 새로운 메시아를 맞이합니다. 남녀노소 모두 거리로 나와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겸손한 왕의 이름을 부르며 호산나, 호산나 다윗의 왕이여를 외칩니다. 예수님을 찬양하는 그들의 표정 속에 사람들은 희망을 보며, 새로운 왕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합니다.
이 분위기만 보면 예수님은 굳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토록 예수님을 유대 백성들이 사랑하고 사모한다면 이미 하나님의 뜻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웬일인지 십자가 지시는 것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더 죽음의 위협 앞으로 가까이 가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나면서 군중들의 본색이 드러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돌아가신 후 부활할 것에 관해 이야기하자 그 많은 군중은 예수님 곁을 떠납니다. 제자들조차 마음이 흔들립니다.
가롯 유다는 예수님을 팔 계획까지 세웁니다. 호산나를 외치던 군중들은 예수님이 자신들이 기대하던 정치적 메시아가 아니요, 우리 죄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오신 분이요, 그분이 하나님의 독생자라는 소식을 듣자 그들이 예수님께 드렸던 찬양 소리가 무색하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광기의 집단으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수제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반복해서 저주하며 부인합니다.
비아돌로사 돌이킬 수 없는 골고다의 길이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죄악 된 모습을 통해 왜 예수님이 이리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지시려는지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왜 우리의 죄는 이토록 지독하여 누군가 대신 져주지 않으면 안 되는지가 삶에서 명확하게 보입니다.
종려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이천 년 전의 그들과는 조금 다르게 조용히 그분의 뒤를 쫓아야 합니다. 고난주간 특새를 통해 그분의 고통을 경건한 마음으로 따라가며, 왜 그러셔야만 했는지, 십자가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이번 고난주간 특새를 통해 그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