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알 쫑알 쫑알 쫑알... 어제 교회에서 설교 준비를 하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쳐다봤더니 아내였습니다. 주일 식사 준비를 하는 분들 틈에 끼어서 아내가 연신 재잘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정도로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뇌출혈로 언어를 통제하는 왼쪽 뇌가 2/3 이상 손상되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정말 많이 회복된 것입니다.
아내가 뇌수술을 받은 지도 벌써 16년이 되었습니다. 수술 이후 아내는, 대부분이 아시는 것처럼 힘든 재활의 과정을 지내야만 했습니다. 예전처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또 상황에 맞춰 시기적절한 말로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아내는 망가진 뇌 시스템과 더불어 그야말로 사투를 벌여왔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정말 기적과도 같은 회복이 있었습니다. 오른쪽 손과 발에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지만 아픈 손으로 피아노를 치거나 음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완전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열심히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믿기에, 온전한 몸과 말로 하나님의 나라를 섬기길 원하는 아내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남은 시간들을 많은 열매들로 채워 주실 줄 믿습니다.
재활에 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재활이 필요한 것이 제 아내만이 아닌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재활이 필요하고 여러분들도 재활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 그 죄로 인하여 깨져 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일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랑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지 않고, 섬겨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섬기지 않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아와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성도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그런 성도가 되기는 거부하는 우리들이, 이제는 영광스런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붙들고 그 재활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길이 옳은 길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그 길로 가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죄로 인해 죽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엡 2:1). 죽을 뻔했던 아내에게 그토록 재활이 필요했던 것이라면, 죄로 인해 이미 죽었던 우리들에겐 더 많은 재활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 아내가 뇌출혈로 잃어버린 한 가지 말을 하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 연습을 해야 했던 것처럼 죽었던 우리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 옳은 길을 가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의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 재활의 수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길을 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 영적 재활이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 교회가 32살이 되는 창립기념주일입니다. 여러분들은 32년된 성인의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여전히 재활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2023년, 모두 함께 재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땅을 살면서도 우리의 삶 속에 천국이 이루어지는 축복을 우리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함께 지어져 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