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화요일 아침 일찍 재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은실 언니 road test 보러 가는데, 혹시 시험 보는 차가 뉴욕 번호판을 가져야만 하나요? 영태차가 플로리다 것이어서요?" 은실이가 지난번 시험 때, 함께 가주었던 두 명의 언니들의 운전면허가 모두 만료가 되었던지라, 아예 시험도 못보고 온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차 때문에 시험을 못 볼 것을 염려한 재연이가 제게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 차를 가지고 시험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뉴욕 주 차가 아니어도 된다고 하더라면서, 제가 안 와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제가 꼭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날따라 몸이 좋진 않았지만, 일어나 팀홀튼에서 따뜻한 '잉글리시 타피' 한 잔을 시켜, 은실이가 시험 보는 장소로 차를 몰았습니다. 10시 시험을 위해 차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도착 후, 10여분 기다리니 재연이가 영태 차를 몰고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0시가 넘었는데도 시험관들이 도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시험 보러 온 몇 대의 차들이 그냥 떠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비가 많이 내려 시험이 취소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도착한 재연이도 차에서 내려, 앞차와 시험 여부를 묻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제가 차를 몰고 다가가자 재연이가 놀라더군요. '기쁨'의 놀람이었겠지요. 시험관이 늦는 시간을 이용해, 은실이가 인근 도로로 연습을 하러 갔습니다. 몇 번 연습을 한 후에, 시험장소로 다시 돌아와 줄을 섰습니다. 시험관이 늦게 도착한 것이었지요. 한 차, 두 차 시험을 치르고 난후, 은실이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재연이가 차에서 내리더니, 건너편 주차장에 있던 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가지고 가보니, 영태 차가 갑자기 방전(out of battery)이 된 것이었습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이) 저를 보내신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은실이는 '다행이도' 제 차를 가지고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재연이와 함께 비를 맞으며 은실이가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도착한 은실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차 안에 서리(frost)가 꼈는데, 어떻게 없애는지 몰라, 그냥 안 보이는 상태로 운전을 했어요." 시험관 왈 "안 보이는 상태로 운전을 해서 떨어뜨렸다"라고 하더군요.
은실이는 속상했던 것입니다. 안 보이는 중에도, parallel parking과 k-turn은 잘 했다는데……. 감사하자고 했지만, 많이 속상한 모양이었습니다. 비가 온 것도 그렇고, 영태 차가 방전이 된 것도 그렇고, 제 차를 운전하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서리가 껴서 더 속상했고, 운전 permit까지 잃어버려서 속상했고, 더욱이 시험관 아저씨가 너무 나빴다고까지 얘기 하더군요. 그만큼 속상한 것이었답니다. 제가 제 경험을 들어 "목사님은 코스 시험 때 11번이나 떨어졌어. 넌 양호한 거야! 그러니 감사하자!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야." 감사한다고 하면서도 은실이는 그 시험관 아저씨가 미운 모양입니다. "그 아저씨가 서리 없애는 것만 말해줬어도, 붙었을 텐데……. 나빴어!" 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습니다. 제게 jump 선이 있어서, 영태차를 re-charge하긴 했는데, 얼마 후 자꾸 시동이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한 200m 가다가 시동이 다시 꺼져, 제 차를 붙여 다시 jump를 했습니다. 하지만 또 300m 정도 가다가 시동이 꺼져 결국 인근 주차장으로 차를 어렵게 갖다 대었습니다. 더군다나 빗줄기도 굵어져, 이대로 몰고 가다간 큰 사고가 날 것 같아, 결국 영태(car technician)를 불렀습니다. 영태를 기다리는 동안, 은실이는 그날 수업과 레슨을 모두 안가겠다고 말하더군요. 갈 기분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날 QT한 것과 성경말씀을 나누면서, 은실이에게 "그 시험관 미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용서하라"고, "오늘 이렇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이 겹쳐서 일어난 데에는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초지정을 들은 아내는, 은실이와 재연이를 데리고 하이디 엄마 집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정 집사님과 하이디 엄마 그리고 제 아내가 모여 김밥과 만두를 빚고 있었습니다. 요즘 몸이 좀 아프신 이종철 성도님 심방을 함께 가기로 했던 것이지요. 음식을 가지고 말입니다. 은실이 이야기를 듣고는 하이디 엄마가 선뜻 은실이와 재연이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남편이 폴란드 분인데, 은실이가 폴란드에서 공부했다는 것이 인연이 되어 은실이를 알고 계셨던 차에, 이날 힘든 일을 당한 은실이를 위로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얼마 후 영태가 와서 차를 고쳤고, 영태까지 모두 네 명이 하이디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 보았더니 김밥과 만두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닭똥집과 굴 무침까지,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 아침에 빗속에서 떨던 우리들은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었습니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 그런지 맛은 두 배나 더했습니다. 하이디 엄마와 미정 집사님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은실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면서 은실이가 말합니다. "목사님, 이제 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고마웠습니다!" 불과 한두 시간 전까지 눈물이 글썽이며 속상해 했던 은실이가 재연이와 저의 위로에, 무엇보다 하이디 엄마와 미정집사님의 음식에 많은 위로를 받고, 속상했던 모든 것을 잊은 것입니다. 이래서 주안에서 형제 자매된 지체들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함께 염려해준 재연이와 빗속에 달려와준 영태, 세 분의 사랑의 만찬……. 다음번엔 꼭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도해 봅니다.
로체스터 제일 연합감리교회(Korean Mission UMC of Rochester)
이진국 목사
그런데 제 마음에 제가 꼭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날따라 몸이 좋진 않았지만, 일어나 팀홀튼에서 따뜻한 '잉글리시 타피' 한 잔을 시켜, 은실이가 시험 보는 장소로 차를 몰았습니다. 10시 시험을 위해 차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도착 후, 10여분 기다리니 재연이가 영태 차를 몰고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0시가 넘었는데도 시험관들이 도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시험 보러 온 몇 대의 차들이 그냥 떠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비가 많이 내려 시험이 취소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도착한 재연이도 차에서 내려, 앞차와 시험 여부를 묻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제가 차를 몰고 다가가자 재연이가 놀라더군요. '기쁨'의 놀람이었겠지요. 시험관이 늦는 시간을 이용해, 은실이가 인근 도로로 연습을 하러 갔습니다. 몇 번 연습을 한 후에, 시험장소로 다시 돌아와 줄을 섰습니다. 시험관이 늦게 도착한 것이었지요. 한 차, 두 차 시험을 치르고 난후, 은실이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재연이가 차에서 내리더니, 건너편 주차장에 있던 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가지고 가보니, 영태 차가 갑자기 방전(out of battery)이 된 것이었습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이) 저를 보내신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은실이는 '다행이도' 제 차를 가지고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재연이와 함께 비를 맞으며 은실이가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도착한 은실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차 안에 서리(frost)가 꼈는데, 어떻게 없애는지 몰라, 그냥 안 보이는 상태로 운전을 했어요." 시험관 왈 "안 보이는 상태로 운전을 해서 떨어뜨렸다"라고 하더군요.
은실이는 속상했던 것입니다. 안 보이는 중에도, parallel parking과 k-turn은 잘 했다는데……. 감사하자고 했지만, 많이 속상한 모양이었습니다. 비가 온 것도 그렇고, 영태 차가 방전이 된 것도 그렇고, 제 차를 운전하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서리가 껴서 더 속상했고, 운전 permit까지 잃어버려서 속상했고, 더욱이 시험관 아저씨가 너무 나빴다고까지 얘기 하더군요. 그만큼 속상한 것이었답니다. 제가 제 경험을 들어 "목사님은 코스 시험 때 11번이나 떨어졌어. 넌 양호한 거야! 그러니 감사하자!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야." 감사한다고 하면서도 은실이는 그 시험관 아저씨가 미운 모양입니다. "그 아저씨가 서리 없애는 것만 말해줬어도, 붙었을 텐데……. 나빴어!" 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습니다. 제게 jump 선이 있어서, 영태차를 re-charge하긴 했는데, 얼마 후 자꾸 시동이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한 200m 가다가 시동이 다시 꺼져, 제 차를 붙여 다시 jump를 했습니다. 하지만 또 300m 정도 가다가 시동이 꺼져 결국 인근 주차장으로 차를 어렵게 갖다 대었습니다. 더군다나 빗줄기도 굵어져, 이대로 몰고 가다간 큰 사고가 날 것 같아, 결국 영태(car technician)를 불렀습니다. 영태를 기다리는 동안, 은실이는 그날 수업과 레슨을 모두 안가겠다고 말하더군요. 갈 기분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날 QT한 것과 성경말씀을 나누면서, 은실이에게 "그 시험관 미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용서하라"고, "오늘 이렇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이 겹쳐서 일어난 데에는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초지정을 들은 아내는, 은실이와 재연이를 데리고 하이디 엄마 집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정 집사님과 하이디 엄마 그리고 제 아내가 모여 김밥과 만두를 빚고 있었습니다. 요즘 몸이 좀 아프신 이종철 성도님 심방을 함께 가기로 했던 것이지요. 음식을 가지고 말입니다. 은실이 이야기를 듣고는 하이디 엄마가 선뜻 은실이와 재연이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남편이 폴란드 분인데, 은실이가 폴란드에서 공부했다는 것이 인연이 되어 은실이를 알고 계셨던 차에, 이날 힘든 일을 당한 은실이를 위로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얼마 후 영태가 와서 차를 고쳤고, 영태까지 모두 네 명이 하이디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 보았더니 김밥과 만두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닭똥집과 굴 무침까지,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 아침에 빗속에서 떨던 우리들은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었습니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 그런지 맛은 두 배나 더했습니다. 하이디 엄마와 미정 집사님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은실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면서 은실이가 말합니다. "목사님, 이제 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고마웠습니다!" 불과 한두 시간 전까지 눈물이 글썽이며 속상해 했던 은실이가 재연이와 저의 위로에, 무엇보다 하이디 엄마와 미정집사님의 음식에 많은 위로를 받고, 속상했던 모든 것을 잊은 것입니다. 이래서 주안에서 형제 자매된 지체들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함께 염려해준 재연이와 빗속에 달려와준 영태, 세 분의 사랑의 만찬……. 다음번엔 꼭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도해 봅니다.
로체스터 제일 연합감리교회(Korean Mission UMC of Rochester)
이진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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