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스트 댄스'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열린 월드컵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리오넬 메시 선수의 라스트 댄스와 같은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메시는 그동안 '축구의 신'이라 불리며 수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고 대회 MVP, 혹은 득점왕에 올랐었지만 정작 축구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월드컵에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역 마지막 월드컵이 되기 쉬운 이번 월드컵에서 '라스트 댄스'라는 말로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했던 것입니다.
언제부터 '라스트 댄스'라는 말이 그렇게 쓰이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난 2020년 4월에 공개된 '더 라스트 댄스'라는 다큐멘터리가 큰 영향을 미쳤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더 라스트 댄스'는 마이클 조던, 스카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을 앞세워 19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를 호령하던 시카고 불스의 1997~98시즌을 담은 스포츠 다큐멘터리로 당시 팀을 지도하던 필 잭슨이 자신의 마지막 시즌이 될 98년 시즌을 '더 라스트 댄스'라 명명하였고, 그 해 시카고 불스가 우승하고 감독과 다수의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팀을 떠나면서 정말 그 시즌은 시카고 불스에게 '더 라스트 댄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떤 한 분야의 탁월한 사람들의 마지막 도전을 라스트 댄스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지금 베트남에선 박항서 감독의 라스트 댄스가 한창입니다. 지난 6년간 동남아 축구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베트남을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아시안게임 4강, 또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AFF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면서 베트남의 영웅으로 등극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이제 그 긴 여정의 끝을 맺으려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축구와 자신의 현실을 생각할 때, 더 올라갈 곳이 없을 만큼 이미 다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더 이상 그들을 만족시키기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섭섭한 말들 속에서 감독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하고, 숙적 태국과 AFF 챔피언십 결승전이라는 라스트 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화요일, 몇몇 교인들과 함께 정소숙 권사님이 계신 요양원을 심방했습니다. 좀 더 자주 찾아 뵈었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추수감사절 심방을 미스하고 바쁜 연말 일정때문에 찾아 뵙지 못해서 평소보다 오랜만에 권사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권사님은 더 야위어 보이셨고, 기억력도 많이 잃어버리신 듯 했습니다. 보통 심방 가서 찬송을 부르면 적어도 3-4곡은 메들리로 혼자 치고 나가시곤 했는데, 이번엔 평소 좋아하시던 '주 안에 있는 나에게'를 부르는데도, 앞부분을 조금 부르시다가 난처하신 듯 제 얼굴을 쳐다 보시며 이렇게 속삭이셨습니다. "잘 기억이 안나..."
늘 '할렐루야!'를 외치며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시던 권사님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권사님은 지금 라스트 댄스를 추고 계신 것입니다. 희미한 기억을 끌어 모아 사람을 알아보시고, 찬양을 부르시고, 하나님이 가라 하신 그 길을 있는 힘을 다하여 걷고 계신 것입니다. 권사님의 라스트 댄스를 위해 더 많은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께서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리라..." 예수님과 함께 서로가 서로의 라스트 댄스에 용기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공동체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