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예루살렘의 한 기독교인 공동묘지 내 약 30개 무덤의 십자가가 찢기고 비석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당해, 영국성공회와 이스라엘 외무부가 비판 성명을 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예루살렘 시온산에 있는 개신교 공동묘지 내 무덤들(일부는 잘 알려진 기독교인의 소유)이 산산조각나고 심각하게 파손됐다. 이 묘지는 예루살렘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 근처에 위치해 있다.
현장을 담은 보안 영상에는 검은 색 모자(키파)를 쓴 두 청년이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옷에 찌찟(tzitzit)이라는 매듭이 달린 술을 지니고 있었다.
사고 후 조사를 위해 묘지에 도착한 당국은 그 의상이 그들이 종교적 유대인임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파손된 무덤 중 하나는 예루살렘의 두 번째 성공회 주교인 사무엘 고바트의 소유였다. 고바트는 1848년에 무덤 부지가 만들어지기 전 그 땅을 구입했던 저명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성공회는 "기물 파손 행위는 '종교적 편협함과 기독교인에 대한 증오'에 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공회 호삼 나움 대주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사람들이 서로를 용납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다는 표시일 뿐"이라며 "우리는 더 많은 배제과 분리를 목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이 예루살렘 도시에서 우리를 진정으로 슬프게 한다"고 했다.
주예루살렘 영국영사관 역시 트위터에 "이것은 올드시티 안팎의 기독교인들과 그들의 재산에 대한 일련의 공격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종교적 동기를 지닌 가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대주교는 성명을 내고 "영국성공회 고위 성직자들은 이 같은 기물 파손 행위를 '신성 모독 행위'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이어 "예루살렘의 최고 랍비와 종교 지도자들과 나는 이 같은 행위를 비판하고, 책임자들이 신속히 정의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 또 호삼 나움 대주교와 다른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성지의 평화를 위해 계속 기도하며,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존중, 보호, 평등, 정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러한 부도덕한 행위는 종교에 대한 모독이며, 가해자들은 기소돼야 한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영국의 최고 랍비인 에프라임 미르비스(Ephraim Mirvis)는 기물 파손 행위를 "부끄럽고 불명예스러운 행위"라며 "가해자들이 잡혀서 법이 허용하는 최대 범위 안에서 기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공동묘지가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기물 파손 행위가 벌어진 바 있다.
이 장소는 루터교 및 성공회의 구성원이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 예루살렘 성의 성직자, 군 복무자, 과학자 및 정치인 등 많은 저명한 이들에 의해 소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