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부·생각하고, 메모하고, 말해보고,
다시 기록하고, 말하고, 글로 써서 책 펴내
대기업 회장의 스피치라이터, 대통령 연설 비서관 등을 지내며 25년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글을 쓴 적 없던 작가는 이제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까지 글쓰기 3부작과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등 당당히 이름을 내건 책을 펴내 총 50만 부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강원국 작가는 지난 11월 26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은혜제일교회(최원호 목사, 국제독립교회연합회)에서 열린 행복한 우리동네 북 콘서트(매.마.토.2)에서 글쓰기 인생 30여 년간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글 잘 쓰는 노하우와 간증을 전했다.
강 작가는 대우증권 홍보실에서 7년간 일하다 김우중 회장의 연설문을 쓰는 비서실에서 2년간 일하고, 대우가 문을 닫은 뒤에는 2000년 청와대에 가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다. 이후 다시 5년간 회사에서 일하다 2014년부터는 자신의 책을 쓰고 기업과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강연하고 교육했다. 2020년부터는 KBS 1라디오에서 '강원국의 말 같은 말'의 진행을 맡고 있다.
강 작가는 이날 "(대기업 회장과 대통령 연설문은) 내 생각으로 쓰는 글이 아니고, 내 생각이 필요있지도 않고 내가 아는 게 많을 필요도 없었다"며 "그분의 말을 잘 듣고 잘 적는, 듣기 능력과 읽는 능력만 있으며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읽기와 듣기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남다른 어린 시절도 전했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는 장학사가 된 지 1년 반 만인 30대 중반에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 강 작가는 외할머니 집, 이모 집, 큰외삼촌 집, 작은외삼촌 집 등 외가에서 자랐다. 친척들은 잘 대해주었지만, 그는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어른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강 작가는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저에게 준 선물 같은 것은, 눈치를 심하게 보며 읽기, 듣기 능력을 키운 것"이라며 "그 능력으로 나중에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매달릴 곳은 교회밖에 없었기 때문에 외가뿐 아니라 친가까지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강 작가는 "어머님이 믿음의 씨를 뿌렸다. 외삼촌, 큰아버지도 장로가 되셨고 저도 그때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교회를 열심히 나가진 않았다. 근근이 주일날 교회에 가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신을 포함하여 여동생, 형님까지 주변에서 모두 믿음이 좋은 집안과 결혼했다는 그는 "장모님이 기도하시고, 그 기도 속에서 저도 잘 되는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강원국 작가는 이날 "읽기와 듣기를 잘한다는 것은 6가지 역량이 있는 것"이라며, "6가지 역량을 키우면 글쓰기를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작가는 "첫 번째는 이해력이다. 누가 말을 하면 잘 알아듣고, 글을 읽으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아는 것으로 독해력, 문해력일 수도 있는데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해력 다음에는 요약력이다. 듣거나 읽을 때 자기도 모르게 요약하고 중요한 것에 밑줄도 긋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면서 요약하는 것이다. 이해를 잘하고 요약을 잘하면 공부를 잘한다"고 덧붙였다.
강 작가는 "세 번째는 유추력이다. 누가 말을 할 때 말 뒤에 있는 의도와 감정, 말하는 취지와 이유, 목적은 말에는 안 나타난다"며 "말 뒤편에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유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 유추 능력이 있고 분위기도 잘 파악한다. 내가 어떤 처신을 하고 어떤 말을 해야될까 알아채는 것이다. 유추 능력이 있으면 조직 생활, 직장 생활을 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저는 친척 집에서 살면서 유추 능력을 키워서 직장생활을 잘했고, 유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연설도 썼다고 본다"며 "대통령 연설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썼다. 첫 번째는 대통령, 두 번째는 전문가이고, 세 번째는 들을 사람이다. 그들에게 대통령의 입으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물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실제로 회사에 다니면서도 내가 가진 것으로 쓰려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쓰기 어려워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리고 글은 내가 잘 썼다고 해도 읽은 사람이 만족해야 잘 썼다고 할 수 있다. 회장님, 대통령님 마음에도 들어야 하고, 전문가의 말도 잘 듣고, 들을 사람의 말도 잘 들었다.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은지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유추 능력, 또 눈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네 번째가 공감력이다. 공감력이 있는 사람은 눈치를 더 잘 챌 수 있고, 공감력이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공감력을 측은지심, 역지사지, 공동체 의식, 정의감 등 4가지로 설명했다.
강 작가는 "저는 사람을 본받고 배우려 한 덕분에 쭉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원하는 것을 잘 맞춰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했다. 결과적으로 직장에서 월급 받고 글 쓰는 사람으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삶을 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 인정받고 출세할 수는 있는데 내가 병이 든다"며 학창 시절 트라우마와 이후 직장생활에서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 등으로 상담 치료를 받았던 경험도 전했다. 52세에는 세 번 위암 선고를 받았으나, 마지막 네 번째 오진 선고를 받았다. 그러고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강 작가는 "그때 자각이 '이제는 나도 말 좀하고 글 좀 쓰고 살자, 그 누구가 내가 아닌데 나로 살자, 내 이름으로 살자, 나답게 살자,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살자. 나 이런 사람입니다. 이 정도밖에 안 됩니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 강원국 작가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제 제 말하고 제 글 쓰면서 산다"며 잘 팔리고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읽는 책 쓰기의 노하우도 소개했다. 강 작가는 "1단계로 독서하고 강의도 들으며 공부하고, 혼자 생각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단계는 메모하고, 3단계는 메모한 것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말해본다. 4단계는 말을 해보고 그중에 추려서 2차 메모를 블로그, SNS 등 남들이 보는 공간에 하는데, 지난 8년 동안 1만 7천 개를 메모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5단계는 1만 7천 개의 메모를 가지고 말하는데, 출연료를 받고 말한다. 돈을 받는 말하기는 프로가 된 것으로, 준비해야 말해야 한다"며 "그래서 저는 1만 7천 개를 만들었고, 1만 7천 개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했다. 마지막 6단계는 말하는 것을 가지고 글로 쓴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글쓰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공부하고 메모한 것을 말해보면 어떤 말이 먹히는지 알고, 먹히는 말을 쓰면 글이 되고, 그 글들을 모아서 책을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 작가는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지금은 온전히 나만 위해 살고 있는데, 조금은 남을 위해서도 살다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