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적 메시지 담은 '프로페틱 아티스트'로 미국서 명성
오병이어 그린 작품 '미라클'에 감동한 조희서 목사 초청
컨퍼런스 동기부여 강사 활동도... 5년간 국내 사역 계획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안식처로 1천만 서울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서울 둘레길. 그 중에서도 중랑구 화랑대역에서 광나루역으로 이어지는 용마·아차산 코스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생태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루트다.
그 둘레길 중 중랑캠핑숲에서 망우묘지공원으로 가는 길의 시작점, 서울씨티교회가 위치한 곳에서 뜻밖의 그림들을 마주하게 된다. 저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담아가기 바쁜 이 그림들은, 바로 미국에서 독창적인 '프로페틱 아티스트'(Prophetic artist)이자 '퍼포먼스 라이브 페인팅'으로 유명한 자넷 현(Janet Hyun)의 작품이다.
이번 둘레길 전시는 조희서 목사가 이 뜻깊은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갖고 추진했다.
자넷 현은 심오하면서도 모두에게 쉽게 다가가는 특별한 예술적 매력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현실로 끌어내, 어려워 보이지만 쉬운 퍼즐 같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녀의 시그니처 작품 중 하나인 '유다의 사자'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사자를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해, 보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미국의 한 CCM 집회에서 즉석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자넷 현. ⓒ자넷 현 홈페이지 |
무엇보다 그녀는 거의 모든 작품들을 개인 작업실이 아닌 대중 앞에서 그려낸다. 공연과 예배 등 그 시각 그 장소에서만 느껴지는 영감을 받아 무대 위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더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각 개인과 소통하고, 저마다의 수많은 감동과 해석을 낳는다. 그녀에게 그림은 세상과 대화하는 수단이다. 그림을 통해 말하고 그림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듣는다. 특히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시지로 깊은 내면의 울림을 선사하는 생명력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유명 화랑에서나 마주칠 법한 자넷 현의 작품이 서울 둘레길에 있는 것일까. 바로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목사와의 특별한 만남이 그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국내 최초 '드라이브 인 워십'으로 세계적 화제가 됐던 그 교회다.
평소 복음 전파의 매개로 문화·예술의 힘에 주목하던 조 목사는 미국의 한 CCM 공연에서 실황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그녀의 작품 '미라클'을 우연히 마주했다. 예수님의 '오병이어'를 하늘에서 물고기가 쏟아져 내려오는 것처럼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기존의 것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림에서 넘치는 영감에 감동한 그는 수소문 끝에 그 작품을 서울씨티교회 예배당 한가운데에 전시했다. 그림을 본 성도들에게도 역시 그가 느낀 것과 같은 마음의 감동이 일었다. 이후 조 목사는 자넷 현과 만나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그녀에게 귀국을 제안했고, 때마침 그 만남이 있기 직전 기도 중 한국교회를 섬기라는 소명을 받았던 그녀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용마‧아차산 서울 둘레길 코스에 전시된 그림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왼쪽부터) 자넷 현과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목사. ⓒ송경호 기자 |
▲조희서 목사는 미국의 한 CCM 공연에서 실황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그녀의 작품 '미라클'을 우연히 마주하고는, 수소문 끝에 그 작품을 서울씨티교회 예배당 한가운데에 전시했다. 예수님의 '오병이어'를 하늘에서 물고기가 쏟아져 내려오는 것처럼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기존의 것들과는 전혀 달랐다. ⓒ서울씨티교회 제공 |
사실 자넷 현이 온전히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은 그녀가 아티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이었다.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그녀는 미국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미국 파사데나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뒤 아티스트이자 사업가로서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봄날, 주일예배에서 "어떻게 온전한 마음으로 주님께 드릴 수 있는가"에 대한 설교를 듣던 중 주님의 음성이 다가왔다. "나는 네게 온전히 받은 것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그 음성이 비수처럼 그녀의 심장을 찌르고 영혼을 후벼팠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가 다시 주님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주님께서는 "52일 동안 28개의 그림을 그려 대만의 미션스쿨에 보내라"는 선명한 음성으로 답하셨다. 그녀는 이전까지 대만과 전혀 관계가 없었지만, 어느 날 대만의 신학교로 파송을 준비하던 한 목회자가 학생들의 영적 분위기를 바꿔 줄 기독 미술 작품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그녀의 사업은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그만큼 그녀는 바빴다. 또한 그녀는 세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녀의 화법은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방식이었기에 52일간 28개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그림은 내 그림이 아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고,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세 시간 만에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다.
"그때 '어노인팅(기름 부음)'을 경험했습니다. 주님의 기름 부음이 임하면 10년이 걸릴 것도 1년 만에, 1년이 걸릴 것도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과 장소, 능력을 모두 초월하는 게 바로 '어노인팅'입니다."
▲뜻밖의 그림들에 사람들은 저마다 발걸음을 멈춘다. ⓒ송경호 기자 |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성공과 명예를 위해 살던 그녀의 삶을 무너뜨리시고 52일간 다시 지으셨다. 이후 그녀는 신앙적이면서도 예언적 메시지를 제시하는 크리스천 프로페틱 아티스트이자 예배와 CCM 공연 등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퍼모먼스 라이브 페인팅으로 사역의 제2막을 펼쳐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여러 콘퍼런스와 아트쇼, 워크숍 등에서 동기부여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보육원, 병원 등 자선단체들과 협력해 그림으로 치유와 희망을 전하고, 유튜브 <그림언니 인생토크>를 통해 신앙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귀국 후 그녀는 서울씨티교회 예배 중 하나님께서 설교를 통해 주신 은혜를 즉석에서 표현했다. 그 작품명은 '홈, 스윗 홈'으로, 하나님의 복과 사랑이 물고기로 형상화돼 옥합에서 자그마한 집으로 쏟아지는 것을 표현했다.
그녀는 앞으로 약 5년간 국내 사역을 펼칠 예정이다. 그녀는 특히 도시와 나라의 영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꿈과 사명을 깨우는 '비상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