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Photo : 기독일보) 박진우 목사 (켈러 한인 제일 침례교회 담임)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갑자기 교수님이 연락이 와서 만났다. 교수님은 내 페이퍼가 다른 글에서 표절했다며 한 번 더 하면 퇴학 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사실 처음 미국 대학원 생활을 하는 거라 미국 학교의 표절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처럼 인터넷에서 자료를 그대로 쓴 것이 화근이 된 거였다. 솔직히 제 잘못을 인정하고 정중히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절대 표절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표절은 범죄로 여겨 매우 엄격하게 다룬다. 보통 미국 학교는 같은 단어 3개가 다른 곳과 같은 배열로 있으면 표절로 본다. 반드시 문장 구조나 자기 방식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이것을 영어로 "Paraphrasing"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유명 작곡가의 표절이 꽤 논란인 듯 하다. 최고의 대학 출신에 음악적으로도 영향력이 컸을 뿐 아니라, 한 기획사 대표로도 잘 나가던 대중 문화를 이끌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 실망이 더욱 더 큰 것 같다. 가끔 심사위원으로 나와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의 모습에 나 또한 큰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었다.

이 논란을 지켜 보면서 나름 여러 가지 생각을 들었다.

나는 그 작곡가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왜냐하면 목사인 나 또한 이 표절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매주마다 설교 1편 이상은 준비해야 목사로서 이 유혹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아마 설교를 몇 배 더 준비해야 하는 한국 목사님들은 유혹이 더욱 크리라 생각이 든다.

매 주마다 약 1900년간 내려온 성경을 가지고 수많은 설교를 했을 텐데, 거기서 새로운 인싸이트를 주며 설교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표절의 유혹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특히 더욱 더 탁월하고 새롭게 본문을 해석하는 목사로 보여지고 싶은 욕망이 더해진다면 그 유혹을 이기기는 절대 쉽지 않다.

아마 그 작곡가 역시 많은 곡을 창작을 해야 할 상황에 몰려 그러한 표절의 유혹에 걸렸던 것이 아닌가 싶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다.

나 또한 그러한 유혹에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솔직히 초장기에는 내가 존경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따라 했다. 엄격한 기준으로 따지면 표절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그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것은 바로 "말씀만이 삶을 변화시켜주는 유일한 능력"이라고 믿기 시작하고부터이다. 난 나의 뛰어난 수사학적인 능력과 말주변이 아니라, 말씀 본문 그대로의 내용이 잘 전달되는 것이 성도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능력이라는 믿는다. 물론 성도들의 삶과 상황에 맞게 적용이 되도록 준비하는 노력은 부단히 해야겠지만...

말씀을 공부하면 할수록 설교를 하면 할수록 내가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목사는 항상 공부해야 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내 노력 이전에 날마다 나의 주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가장 중요함을 깨닫는다. 그래야 그 삶의 연장선상으로 설교 또한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성령의 조명하심대로 설교를 준비할 수 있음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오늘도 고백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의 삶과 생명의 주인은 오직 예수님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