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준비하지 않으면, 세상 가치관이 北 점령할 것
탈북민들 신앙교육 위해 먼저 인간적 신뢰관계 쌓아야
탈북민 사역자들, 北 열리면 지하교회 성도들과 '다리'
예장 합동 총회 '통일을 준비하는 목회자 모임' 발기인예배 및 토론회가 '통일준비를 위한 통일목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6월 30일 오후 서울 사당동 총신대 주기철기념홀에서 개최됐다.
'통일을 준비하는 목회자 모임'은 합동 총회 소속 통일·북한선교 사역자들이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실제적 준비를 통한 통일목회와 북한선교 사역을 위해 연합한 단체로, 향후 북한의 무너진 교회를 재건하고 보수하며 복음통일을 준비하고자 한다. 발기인으로 이날까지 74인이 참여했다.
이날 축사한 이재서 총신대 총장은 "총신대는 통일교육 중심 역할을 선도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저는 학교에 통일개발대학원을 세웠고, 학교에는 현재 평화통일연구소와 서울통일교육센터도 설립돼 통일을 학문적·실질적으로 준비할 인재 양성과 대사회적 연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합동 교단이 통일 준비에 앞장서야 한다. 평양에서 시작한 총신대는 통일을 대비해 시대적 사명감으로 적극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김찬곤 목사(석수교회, 전 GMS 이사장)와 김종길 목사(한국교회통일선교 교단실무협의회 회장)도 축사했다. 1부 예배는 이병철 목사(춘천주향교회) 사회로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권능 목사(인천한나라은혜교회)의 기도, 전남노회 통일선교위원장 김효민 목사(광주봉선중앙교회)의 설교, 이요한 선교사(북한사역글로벌네트워크 상임대표)의 축도 등이 진행됐다.
2부 토론회는 GMS 북한지역위원장 정규재 목사(강일교회) 사회로 하광민 교수(총신대)가 '월남민 목회로 살펴본 합동 교단의 통일선교와 목회', 이빌립 목사(열방샘교회)가 '탈북민 정착과 돌봄을 위한 통일목회와 선교', 조기연 교수(ACTS 북한연구원장)가 '한국교회의 연합적 통일선교운동 고찰과 합동 교단 통일선교정책에 대한 제언'을 각각 발표했다.
토론은 김재호 목사(수레바퀴북한선교회 회장), 황문규 목사(수영로교회 통일비전공동체), 이수봉 목사(선교통일한국협의회 사무총장)가 맡았다. 3부에서는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회장 정베드로 목사(북한정의연대)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이어졌으며, 발기 취지문을 토대로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합심기도로 마무리했다.
▲하광민 목사(왼쪽)가 발표하고 있다. |
하광민 교수는 "예장 합동 총회는 북한선교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 왔다. 1988년 제73회 총회에서 북한 선교 상설기구 설치 연구를 결정했고, 78회 총회는 '남북통일대책위원회' 설치를 결의했다. 1996년 81회 총회는 '북한교회재건위원회'를 설치해 당시 한기총 중심의 북한교회 재건운동을 교단적으로 뒷받침했다"며 "2001년 86회 총회에서는 '남북교회교류협력위원회'로, 2014년 99회 총회에서 '통일준비위원회'로 각각 명칭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하 교수는 "교단의 통일 준비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하나는 공적 차원으로, 한국사회 내에서 교단이 갖는 사회적 공공성 영역"이라며 "한국사회에서 통일 인식은 2019년 이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은 누군가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한국교회 대사회 이미지가 낮아졌지만, 북한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통일을 이끌어갈 역사적 부채의식이 있고, 복음전파 사명 역시 함께 지고 있다. 이런 의식을 갖고 통일을 중요한 대사회적 운동으로 이끈다면 교단 이미지 제고와 함께 사회에서 한국교회 이미지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로는 교단 내 통일 준비다. 이에 대해 "교단은 통일을 내부적으로 준비하면서, 북한교회 세우기와 이를 위한 사역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교단적으로는 이 일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교회 세우는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단 통일선교정책이 더욱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통일 준비를 위한 총회 차원의 4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먼저 '총회 북한교회 세우기 정책을 10년 프로젝트로 준비하는 것'이다. 그는 "통일이 언제 올지 모르나, 통일 이후부터 준비하기에는 너무 늦기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총회가 앞장서서 북한교회 세우기 정책을 장기적으로 마련하고 구체적 사안을 준비할 때, 하나님께서 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제1기(토대기)-제2기(도약기)-제3기(실행기)로 나눠, 제1기에서는 교단 내 정책 세우기와 전국 노회 내 통준위 설립, 사역자 양성기관 준비, 사역자 발굴 및 훈련 등을, 제2기에서는 한국교회 연합체와 소통해 북한교회 세우기 지역 선정, 사역자 1천 명 교육 등을, 제3기에서는 북한교회 재건사명자 북한 파송, 사역자 2천 명 교육 등을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 모습. |
둘째로 '서북지역노회협의회 월남민 의 북한사역을 탈북민 사역과 연계해 향후 북한교회 재건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는 "교단 내 서북지역노회협의회는 북한선교 사역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며 "협의회가 기약 없는 미래 건물 중심의 북한교회 세우기 재정 마련보다, 탈북민 신학생과 목회자를 양육하고 그들을 준비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재정도 이 일에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지금까지 총회에는 탈북민 신학생과 목회자들을 관리하는 조직화된 부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교단에 들어온 탈북민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은 각자 목회를 하고 있다"며 "총회 차원에서 탈북민 사역자들을 관리하는 특별부서가 필요하다. 통일준비위원회가 관리하면서, 서북지역노회협의회가 이들과 교회를 매칭해 함께 북한교회 재건을 준비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셋째로 '북한사역자 양성에 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그는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 2천여 교회가 필요하다면, 최소 2천 명의 사역자가 필요하다. 이를 탈북민 목회자들이 다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남한 출신 사역자들이 반드시 준비돼야 한다"며 "이들을 발굴하고 세우기 위해 총회와 총신대, GMS 3개 기구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총회는 정책을 세우고 총신대에서 교육하며, GMS에서 훈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한국교회 연합체와 협력해 북한교회 재건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이 아닌, 북한 체제가 유지되면서 평화교류가 상당 기간 지속돼 북한 내 교회가 세워지는 것을 인정하는 경우도 준비해야 한다"며 "그럴 때는 교단 이름을 내려놓고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다"며 "이런 경우에도 현재 한교총 같은 교계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체와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한 알의 밀알로 참여하는 일과 함께, 개혁신학에 동의하는 교단들 간의 연합체를 준비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이후 탈북민 출신 이빌립 목사는 탈북민 정착과 돌봄을 위한 한국교회의 준비에 대해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탈북민이나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와 특별한 노력이 매우 절실하다"며 "북한사회가 어떤 곳이고 영적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며, 탈북민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신앙을 정착시킬 것인지 탈북민 목회자와 평신도 사역자들에게 먼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빌립 목사(왼쪽)가 발표하고 있다. |
이빌립 목사는 "이를 위해 탈북민들을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며 "북한이 열리면 가장 먼저 지하교회 성도들을 찾고, 주요 도시들에 선교센터를 세워 현지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 경제, 교육, 언론, 예술, 법률 등 여러 영역에 기독교 지도자들을 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통일 이후 북한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뤄지고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실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데, 교회가 준비하지 않으면 세상(사단)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와 탈북 청년·대학생들을 섬기는 사역들을 중요시하고 이들을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전문인 사역자·사명자들로 세우는 일에 영적·인적·물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탈북민들에게 맞는 복음 설교와 전도, 예배 정착과 성경공부를 진행해야 한다"며 "교회에 처음 출석하는 탈북민들은 하나같이 설교를 알아듣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목회자들이 남한 문화에 배인 설교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탈북민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필요로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기 위해 인간적 신뢰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탈북민들을 위한 기독교 문화 정착 사역 △탈북민 가정회복사역 △탈북민들을 교회 내 양육자 및 동역자로 훈련 △탈북민 목회자 및 신학생 세움 사역 등을 제안했다.
이빌립 목사는 "한국에 신앙적으로 잘 정착한 탈북민 성도들과 신학생들, 개척 목회자들과 한국교회 탈북민 사역자들은 북한이 열린 후 북한 내 지하교회 성도들과 한국교회를 잘 잇는 다리 역할을 감당하고, 각 지역에 토착 지도자들을 세우는 섬김이 지도자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며 "탈북민들 가운데 영적 지도자로 쓰임받을 이들이 잘 세워지는 것이 탈북민들의 신앙정착과 돌봄에서 양질의 효과를 나타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조기연 교수는 합동 총회 통일선교를 위한 정책적 제언으로 △교단 차원의 (최소 30년의) 중장기적 통일선교 비전 제시 △교단 내 전문가 그룹 형성 및 연구 지원 △교단 산하 탈북 신학생 후원 및 훈련 △교단 내 탈북민 교회 입양·자매결연 및 탈북민 목회자 멘토·멘티 결연 등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복음통일과 북한선교가 교회 연합의 중요한 동인이고 '사랑의쌀 나누기 운동'과 '북한교회 재건운동'은 한국교회 연합의 동력이 됐으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많은 열매가 도출됐으므로, 합동 교단도 복음통일과 북한선교를 통한 연합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남북 교회가 연합해 세계 선교 사명을 감당하는 통일코리아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