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크게 만들어 소외된 이웃 도우려 했지만
교회 커져도 마음에 만족 없어... 예수 따라야
예수동행 일기, 우리 안 주님 '지속 의식' 위해

대만 중화복음신학원(中華福音神學院)에서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와 정성욱 교수(美 덴버신학대학원), 김승회 목사(위지엠 대표)를 강사로 '타산지석: 한국교회에게 배우는 예수동행 운동(與神同行)'이라는 주제의 봄학기 신학 학술제를 25-27일 개최했다.

주최측은 한국교회의 부흥과 위기, 위기의 원인과 극복 노력 및 과정 등을 대만과 중화권 교회들에게 나누기 위해 이번 학술제를 기획했다. 신학생 150여 명이 대면 참석했으며, 외부에서 500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가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중화복음신학원 노성천 교수는 "대만 교회는 최근 15년 3.5%에서 7%로 두 배 성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방문 집회 등 한국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열심히 받아들이고 배운 결과"라며 "그러나 교회 세속화, 각종 리더십 문제 등 한국교회의 성장과 더불어 겪는 부작용이 대만 교회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노 교수는 "이에 대만 교회에 한국교회의 위기의 원인, 그리고 극복 노력을 소개하기 위해, 예수동행 운동을 펼치는 유기성 목사와 정성욱 교수, 김승회 목사를 강사로 초청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한국인 강사들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전했다.

첫날 강의는 정성욱 교수, 둘째날과 셋째날 첫 강의는 유기성 목사, 나머지 셋째 날 강의는 김승회 목사가 각각 진행했다. 논찬자로는 죠우쉬에신(周學信) 중화복음신학원 조직신학 교수, 데이빗 둥(董家驊) 전세계 화인복음중심(華福中心) 사무총장, 죠우션주(周神助) 대만 최대교회인 링양당 원로 목사 등 현지 목회자와 교수들이 나섰다.

유기성 예수동행 대만 중화복음신학원
▲유기성 목사가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다. ⓒ중화복음신학원

26일 유기성 목사는 "중국 한 목사님께서 '한국교회는 기도를 많이 하는데, 왜 이런 침체에 빠지게 되었는지' 질문하셨다"며 "저는 3대째 감리교 목사인 것이 자랑이기보다 두려움이다. 예수님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은 누구보다 성경을 많이 알고 하나님을 잘 믿었지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았다. 우리는 지금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유 목사는 "얼마나 많은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만을 믿고 성령의 능력으로 봉사하고 있는가? 이는 100여 년 선교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를 드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믿음이 떨어졌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예수 중심이 아닌 회당 중심, 나아가 사람 간의 격려와 권면을 중시하는 '사람 중심'임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많은 목회자들도 과거 자신의 목회가 예수가 중심이 아니라, 목회자 자신의 열의와 노력의 결과가 성령의 결실인 줄 알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목회자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죄가 거짓말쟁이라는 평가일 것이다. 교인들에게 자신이 거짓말쟁이였음이 드러난다면 견딜 수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쟁이가 되어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자"고 권면했다.

유기성 목사는 "저도 마찬가지였다. 신학교 졸업 후 여러 한국교회 부흥성장의 모델을 배워 셀모임, 경배와찬양, 성령운동 등에 매진해 빠르게 부흥했지만, 당시의 목표는 교회를 지키는 것이었다"며 "교회를 부흥시키는 것이 복음이라고 생각했다. 제 비전은 교회를 더 크게 만들어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유 목사는 "교회는 부흥하고 성도들이 늘어났지만, 제 마음 속에는 만족이 없었다. 교회는 성장했지만, 저는 여전히 더 크고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만과 열등감이 뒤섞여 있었다"며 "예수님은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예수님을 따라가지 않고 예수님이 교회를 부흥 성장시킬 것을 말씀하셨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그는 "신학교나 교회 전통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본은 예수님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예수님께서 제 안에 거하시는데 왜 아무런 역사를 행하지 않으시는지 답답했던 적이 많았는데, 제 오해였다. 예수님께서 아무런 역사도 행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니라, 하실 수 없는 것이었다. 예수님에 대한 태도가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기성 목사는 "우리 교회에는 예수님과 연합한 자, 예수님과 동행하는 제자 12명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보았다. 한 명도 자신있게 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예수님의 사람' 제자훈련"이라며 "우리가 진정 주 예수님을 알고 믿고 동행하면서, 교인들도 그렇게 되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제자훈련이고, 이때 우리의 중심에 예수님이 계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목회하면서 진정 두려운 것은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설교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기도 안 하고도, 성결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설교도 심방도 상담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죄 짓고도 얼마든지 은혜롭게 보일 기술만 늘어나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며 "목회 현장에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와 시험거리를 감당하려면, 그 모든 것을 능히 감당케 하는 기쁨과 은혜를 얻어야 한다. 그러러면 목표는 오직 주 예수님과 친밀히 동행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 목회 현장이 어떠하든지, 내적 기쁨과 평안이 흔들리지 않는다. 예수동행 일기의 초점은 일기가 아니라, 예수님과의 친밀한 동행에 있다. 그래서 히브리서 12장 2절 말씀처럼, 24시간 예수님을 바라보자고 한 것"이라며 "그리고 '예수동행 일기'란 일어날 때부터 잠잘 때까지 예수님을 생각했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예수님을 잊었던 시간과 생각했던 시간을 기록하고, 말씀을 주시고 역사하신 것도 기록한다"고 소개했다.

유기성 예수동행 대만 중화복음신학원
▲대만 목회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중화복음신학원

유 목사는 "우리 안에 거하시는 주님을 '지속적으로 의식하기' 위해 예수 동행일기를 쓰는 것이다. 매일 주님과 동행하였는지 점검하면서, 24시간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일기를 쓰면서 교회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났다. 담임목사와 부목사 간에 마음으로 교제하고, 목사와 장로 간에도 마음으로 하나 됐다. 소그룹 공동체에서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깊고 가까운 성도의 교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유기성 목사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온라인 상에서 이를 이어갔는데, 많은 이들이 회복과 은혜를 경험했다. 온라인 교회가 한국 교회의 본질을 찾는 운동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며 "그러나 온라인 사역 자체가 비대면 시대의 해답은 아니다.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대면 시대의 영성은, 예수님과 연합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상황으로 사람들과의 교제가 어려워졌지만, 주님과의 관계는 더 깊어질 수 있다. 편안하고 자유로웠던 시대에도 기도원에 가는 등 의도적으로 비대면 상황을 만들지 않았나"라며 "강제 비대면 상황이 온 것뿐이다. 비대면 상황이 영적으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님과의 관계를 더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다. 보이지 않는 주님을 보이는 분처럼 바라보면서, 이제라도 주님과 친밀한 동행의 삶을 시작해야 한다. 자기 안에 거하여 계시는 주님을 바라보는 눈이 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정성욱 교수는 △삼위일체 신학과 예수동행 운동 △유기적 교회론과 예수동행 운동 △밝고 행복한 종말론과 예수동행 운동 등을 강의했다.

정성욱 교수는 "20세기 후반부터 재강조되기 시작한 '삼위일체 하나님 신학'은 하나님의 존재론적 정체성(ontological identity), 기독교의 절대적 유일성과 독특성(absolute uniqueness)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삼위일체적 코이노니아의 본질은 서로 사랑하심, 서로를 존경하고 영화롭게 하심, 서로를 기뻐하고 환영하심, 서로 섬기고 복종하심 등"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예수동행 일기운동이 세계 교회에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유익은 율법주의·기복주의·방종주의·신비적 은사주의·영지주의 등 횡행하는 '다른 복음'의 폐해를 막아주고, 신앙생활의 본질에 대한 오해를 정리하며, 성숙한 개인과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고 주님의 재림을 예비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예배와 사역에 위기가 찾아오는 등 전통적 교회론이 흔들리고 있다. 교회론에 대한 총체적 재성찰과 재정향이 요구되는 시대"라며 "이제 대면 예배, 직분 중심으로 관료화된 교회, 회의와 건물 중심의 조직적·제도적 교회론(organizational/ institutional ecclesiology)에서, 은사와 관계 중심,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중시하는 생명의 흐름, 말씀과 성령에 의한 성숙 등을 추구하는 유기적 교회론(organic ecclesiology)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다미선교회 등 시한부 종말론과 극단적 세대주의적 종말론 등으로 트라우마를 겪으며 혼돈과 혼란 속에 있는 이 시대의 어둡고 두려운 종말론을 벗어나, 복스러운 소망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시는 밝고 행복한 '신부'의 종말론(디도서 2:13)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