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여 탈북민 중국에 억류돼
강제송환, '난민 협약'에 반해
중국과 러시아의 탈북민 억류 및 강제북송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긴급구제를 촉구하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될 예정이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대표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대표 이재원) 등 5개 단체들은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상대로 29일 이 같은 진정을 제기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진정 취지에서 "중국은 이들 재중 탈북민들을 경제적 이유로 불법으로 입국했으므로 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중국의 공안부 간에 1986년 체결되어 1998년 개정된 의정서에 의거하여 검거하여 북한에 강제송환하여 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2013년 설립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단순한 경제적 불법 이주민으로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의 많은 수가 박해를 피해 탈북한 난민 또는 현장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국제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중국이 1988년 비준한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의하여 해당 개인이 고문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는 중대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 송환, 인도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은 중국이 회원국 지위를 갖고 있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제33조에도 반하므로 중국과 관련국은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존중하고 이에 따라 국제인권 감시기구가 북한의 인권상황이 현저하게 개선되었다고 확인할 때까지 북한으로 어떠한 탈북민도 강제로 송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COI의 위 권고 이후 작년 12월 16일 제76차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르기까지 유엔은 매년 유엔 인권이사회 및 유엔 총회에서 중국과 주변국에 대해서 같은 취지의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여 왔다"며 "2022년 3월 21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특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명시하여 탈북민들에 대해 국제법상의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적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 보고서에 의하면, 피난처(asylum)를 찾던 3명의 북한 주민이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영사관에 잡혀 있고, 또 대략 1,500명의 북한 주민들이 이른바 '불법적인 이주자'로 몰려 중국 당국에 의하여 구금되어 있으며,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국경봉쇄가 풀리는대로 강제북송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중국이 억류하고 있는 위 1,500명 중에는 상당수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탈북민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 달 전, 중국 샹하이에서 20명의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집단 탈북하여 북한정권과 중국 당국이 이들을 추적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고, '1951년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난민지위에 관한 의정서' 및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고 있으므로 마땅히 두 국가는 앞장서서 보편적·강행적인 국제 인권규범인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하여 한다. 즉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북한)으로 이들 탈북민들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선 "더욱이 북한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북한주민도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을 갖고 있으므로(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누1221 판결), 피진정인들은 인류보편의 가치인 인권보호는 물론, 재외국민 보호 원칙에 의해서도 이들의 강제북송을 막을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진정인들로 하여금 중국과 러시아에 구금되어 있거나 구금될 위험에 있는 탈북민들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여 그들을 즉시 석방하거나 구금의 위험에서 벗어나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고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구제조치 등을 신속히 취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사건 진정을 접수한 후 북한이 코로나19로 봉쇄한 국경을 갑자기 해제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중국·러시아의 전격적인 강제북송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8조에 의한 긴급구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진정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대표 김석우), '나라 지킴이 고교연합'(대표 민계식), '북한전략센터'(대표 강철환)가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