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푸틴과 공산주의, 자유 억압 등 의미해
여기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붉은색→ 흰색 바꿔
"독재·살인자 푸틴, 전범 푸틴 멈추자" 등 외쳐
프라하 생명나무교회 곽용화 목사가 우크라이나-슬로바키아 국경에서 구호품 전달을 완료하고 돌아와 체코 현지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체코 거주 러시아인들의 반전 시위 소식입니다. -편집자 주
프라하에 사는 러시아인 1천여 명이 지난 3월 26일 오후 3시부터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모여 푸틴과 그가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광장에 설치된 단 위에는 러시아 국기에 푸틴을 반대하는 의미인 'RUSOVE PROTI RUTINOVI(Russian against Putin)'라는 글이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앞에는 러시아 국기 하단에 있는 붉은 색을 흰색으로 바꾼 깃발과 우크라이나 깃발 그리고 EU 국기를 들고 참가한 러시아인들이 모여 "전쟁을 멈추라", "러시아인들은 푸틴을 반대한다", "푸틴을 멈추게 하고 세계를 구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에 나섰다.
▲프라하 구시광장에 집결한 3천여 명의 러시아인들. ⓒ곽용화 선교사 |
특히 '흰색-푸른색-붉은색'이 가로로 배열된 러시아 국기 속 붉은색을 흰색으로 바꾼 깃발이 눈길을 끌었다. 색 변화 의미에 대해 시위에 참석한 드미트리 씨는 "붉은색은 푸틴과 공산주의, 그리고 자유의 억압, 암흑, 전체주의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새로운 깃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러시아인들은 다양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 "러시아는 자유로운 선거를 원한다", "러시아인들은 푸틴의 전쟁을 반대한다", "독재자 살인자 푸틴 없는 러시아", "전범 푸틴을 멈추자",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 "나는 러시아인이다. 푸틴은 나의 적이다" 등의 내용이 보였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여 년 전 탈출한 피터 씨는 "러시아에서는 마음대로 자기 생각을 담은 작품을 만드는 자유가 부족한, 불편한 현실의 벽 앞에 서 있어야 했다"며 "나는 그래서 유럽으로 왔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피켓 가운데 바탕이 노란색인 것은 모두 내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20년 전 러시아를 탈출한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씨의 작품. ⓒ곽용화 선교사 |
알리사 씨는 최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는 뉴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결과다.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강압과 위협 앞에서, 그들이 진심을 표현할 리가 없다"고 일갈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생각을 묻자, 나디아 씨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신나치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민간인을 학살하는 게 그 방법인가"라며 푸틴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러시아인들이 모여서 시위하는 현장 옆에 있는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다양한 음악가들, 그리고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릴레이로 연주하는 24시간 콘서트가 계속됐다.
▲성 니콜라이 교회 24시간 콘서트 모습. ⓒ곽용화 선교사 |
이 공연은 저명한 클래식 음악가 중 한 명인 호른 연주자 라덱 바로라크(Radek Baborák)가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을 돕기 위한 플랫폼으로 만든 '우크라이나 예술가를 지원하는 컬렉션'에서 주최한 것이다.
무려 24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체코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곽용화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