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에서 개신교 및 가톨릭 기관에 박해의 배후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이념적 미화가 있다고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의 한 고문이 말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USCCB 홍보 정책국장인 드와이트 바시르는 4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크리스토퍼 융퀴스트 USCCB 국제정의평화사무소 중남미 고문을 초청, 니카라과의 종교 자유에 관해 대담을 가졌다.
니카라과는 2018년 4월 공적 연금 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기독교계에 대한 박해가 시작됐다. 시위대는 10년 동안 악화된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고, 시위로 인한 사망자는 448명, 실종자는 595명에 달했다.
바시르는 정부의 종교 자유 침해가 오르테가 대통령이 4선 연임에 성공한 지난해 11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융퀴스트는 오르테카 정부가 스스로를 ‘국가의 구세주, 민족 해방자’로 보는 운동인 “정치적 메시아주의(political messianism)” 아래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시위 초기 오르테가는 가톨릭교회에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 니카라과 정부는 시위대와 가톨릭 성직자에게도 무력 사용을 시작했다.
가톨릭 성직자들은 시위대를 보호하며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지지했고, 오르테가는 지지 세력을 동원해 성직자와 기독교 단체들을 진압했다.
융퀴스트는 2018년 니카라과 방문 당시 국민 대다수는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이 ‘숨은 진정한 권력자’라고 믿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녀의 연설은 극적이고 현란한 정치 설교의 전형”이라며 “기독교적 상징과 뉴에이지 신비주의를 결합했다”라고 분석했다.
또 “그녀는 니카라과의 ‘하나님과 다니엘’에 대한 충성을 주장한다. 심지어 그들은 산다니스타 색깔(민족해방전선 사회주의 정당)을 마리아의 동상에도 옷 입힌다”면서 “패권주의적(hegemonic)”이라고 지적했다.
융퀴스트는 “이는 니카라과 사회 전체, 특히 종교를 이념적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가톨릭 등의 기관이 정부에 책임을 물을 때 갈등은 불가피하며, 정치적 메시아들은 질문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니카라과 인구의 60%는 가톨릭 신자이며, 나머지 시민들도 개신교 및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존경심이 높다. 이 나라에서 교회는 정당성과 신뢰도가 있고, 인권 침해와 정권의 정치 학대에 맞설만한 독립성을 갖춘 유일한 기관이다.
융퀴스트는 “여기에 시민의 자유와 다원성, 민주적 절차를 옹호하는 완전한 기독교 전선이 있다”면서 정부는 “교회가 국가적 양심과 화해의 메시지로부터 침묵하길 원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에 대한 박해는 “2018년과 2020년 사이에는 주로 물리적 공격이 발생했지만, 암호화된 언어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오르테가 대통령은 2018년 대규모 시위가 외세에 의한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니카라과의 가톨릭 주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명명했다. 이는 니카라과가 구체적인 반테러 방지법을 가진 점을 감안할 때 “위협처럼 들린다”라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니카라과를 2019년 이후 종교 자유의 심각한 위반에 관여하거나 용인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특별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2021년 연례 보고서에서 “니카라과가 가톨릭교회에 대한 반대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오르테가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들을 성직자, 예배자, 그리고 가톨릭 단체의 구성원들을 박해하는 데 이용했다”라고 전했다.
또 USCIRF는 2020년 4월 니카라과 정부가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Caritas)의 면세 자격을 거부해 해외 기부금 인출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