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로 계정 10억 개를 넘기고 2021년 1월 기준 월 27억 4,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는 파격적 선언을 했다.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이미 1조 80억 달러, 한화 약 1천 1백 41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에 이어 2000년대 설립된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조 달러의 기업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된 것이다.
다양한 소셜미디어 계정이 등장했지만, 페이스북처럼 강력한 기업으로 성장한 소셜미디어도 드물 정도로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그룹답게 페이스북은 여러 사회적인 논란에도 휩싸여 왔다. 가짜뉴스 유포나 혐오·증오 게시판 및 게시물 확산, 개인정보 유출 등과 같은 문제들이 매년 터져 나왔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뉴스가 터져 나와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결국 2년 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공식 사과하고, 의회에 나와 증언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계속 논란에 휩싸이던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 논란을 종식시켜려는 노력을 해 왔다. 코드명 프로젝트 엠플리파이(Amplify)를 최종 승인했다. 그 내용은 페이스북을 이용해 친페이스북 여론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논란에 휩싸이면 마크 저커버그와 거리를 두게 한다.
-외부인들이 내부의 전산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부정적 콘텐츠 관련 보고서 발행을 중지한다.
-적극적으로 브랜드 홍보를 위해 자체 광고를 증가시킨다.
특히 페이스북 프로젝트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더 이상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다'였다. 최고경영자까지 의회에 나가 사과했지만 논란이 더욱 커지자, 자체적으로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이미지는 계속 나빠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모든 내용들은 결국 내부 고발자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졌고, 이후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하게 됐다.
결국 페이스북은 계속되는 악재와 이미지 추락을 불식시키고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회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회사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회사명을 바꾸었다고 생각하기엔, 이번 사건이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금성이 LG그룹으로, 한국전력이 Kepco로, 한국철도공사가 코레일(Koral)로, 수자원 공사가 K-water로, 한국가스공사가 Kogas로, 한국자산공사가 캠코로,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SH로, 한국담배인삼공사가 KT&G로, 국민은행이 KB 같은 이름으로 개명한 것과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바뀐 이름 '메타'에서도 알 수 있듯, 페이스북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분명한 방향이 바뀐 회사명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미국 기업들은 급격한 근무 형태와 그로 인한 주거 형태의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또 대면 형태가 아닌 비대면 형태의 기업문화 구축에, 기업들마다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이 9월 대면 근무를 계획했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로 변경했다.
애플도 지난 9월 사무실 근무를 결정했으나, 강력한 재택 근무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요구와 항의에 따라 한 달간 결정을 유보한 경우도 있었다.
교회들도 현장에서 대면 예배를 할수 없어, 온라인 예배라는 비대면 예배와 모임으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교회 예배 현장이 전통적 예배 형태를 벗어나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예배를 하리라 상상하지 못했지만, 어느덧 온라인 공간에서 예배하고 헌금하고 기도하며 찬양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 각 기업들이 회사의 사활을 걸고 새로운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나온 단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 세계 이름이 메타버스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중 한 장면. |
소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메타버스라는 용어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메타버스가 알려진 것은 2018년 전 세계적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레디 플레이어> 때문이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는 가상의 세계 '오아시스'가 등장한다. 오아시스라는 가상 세계에서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일을 아바타가 대신 하거나 혹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 직접 모습을 꾸밀 수 있게 된다.
결국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세계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현실처럼 생생하게 경험시키는 매력적인 세계로 표현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맞딱뜨리자, 영화 흥행과 함께 알려진 가상 세계, 비대면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메타버스'가 폭발적 관심을 끌게 되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 단어 'Meta'와 세상을 뜻하는 단어 '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결국 '초월적인 세상'이라는 뜻이다. 나를 대신한 아바타가 살아가는 새로운 공간 혹은 디지털 지구라고 표현하면 그 의미가 설명될 수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에서 가상 공간(메타의 세계 혹은 쉽게 온라인 상)을 통해 모든 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것을 현실화시키는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영화 <매트릭스>를 생각하면 그 의미가 조금 쉽게 다가올 수 있다. 한때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포켓몬고' 와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보다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런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거스를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김상균·신병호, 베가북스)>에서는 이미 메타버스 개념을 사용하는 게임 유저들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로블록스의 이용자는 몇 명이나 될까요? 현재 누적 가입자는 확인이 힘드나, 지난 2021년 2월 이용자가 1억 6,400만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가입만 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로블록스를 이용하는 진성 이용자 수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대한민국 인구의 3배가 넘으며, 전 세계 인구를 따졌을 때도 약 2.1%에 달라는 인구입니다. 메타버스의 일부인 단 하나의 플랫폼의 인구가 그렇다는 말입니다(147-148쪽)."
이미 폭발적인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에도 비대면 온라인 예배가 길어지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예배에서 느껴지는 예배의 한계를 경험했기에, 앞으로 전개될 메타버스의 세계에서 현실처럼 예배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교회도 구현해야 하는 시대적인 현실을 맞이하게 됐다.
온라인 예배를 할 수 없거나 온라인 예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조금 늦은 교회일수록,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형태에 뒤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도 메타버스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온라인 예배 구축에 어려움을 느낀 작은교회들이라면, 메타버스 역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력을 따라가는 것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또 언제 우리가 현실 속에서 메타버스의 세계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조만간 그런 세상이 올 것은 분명하다.
메타버스의 시대에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는 솔직히 한숨만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메타버스 시대에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산으로 알려진 곳, 수도원의 일부로 추정되는 교회가 있던 장소. ⓒIsrael Antiquities Authority 제공 |
이미 성경에서는 메타버스의 개념이 예수님의 공생애 사건 가운데 등장한다.
예수님은 변화산에서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셨다. 그곳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함께했다. 베드로는 후에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자신이 기록한 성경에 변화산 사건을 기록하여 교회들에게 편지한다(마태복음 17:1-8, 베드로후서 1:12-21).
다만 변화산 사건은 현실 세계에 영적 세계가 구현되어 경험된 것이기에, 메타버스와의 개념과는 반대 되는 현상이다.
교회는 교회 공동체라는 현실 세계에서 하나님 나라와 영적 세계를 경험하도록 구현해 내는 플랫폼 같은 곳이다.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와 그 개념이 반대일 뿐, 원리는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교회의 본질은 결국 현실 세계에 영적인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구현해 내고 표현해 내는가에 달려 있다.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현실 세계에 영적 하나님 나라를 구현해 냈고, 그것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현실 교회 속에서 구현해야 할 하나님 나라와 영적 세계를 구현해 내지 못하면서, 교회의 본질이 변질되거나 왜곡되기 시작했다. 결국 교회가 언젠가 부딪힐 가상 세계에서, 교회 현실을 표현해야 하는 메타버스 시대의 상황을 준비하기 위해, 교회의 본질적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현실 속에 영적 하나님 나라와 삶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먼저 분명히 해야, 가상 세계에서 현실을 구현해낼 때 교회가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을 수 있다.
교회와 목회자들도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관심을 갖고 대비책을 준비하는 지혜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인 현실 세계에서 영적인 나라를 경험하고 구현하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교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박종순 목사
<열혈 독서> 저자, 제자들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