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걸 목사
(Photo : 기독일보) 최병걸 은퇴 목사

30년의 목회를 마무리하고 남은 생애를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살아가기로 작정하고 조그마한 가정 양로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은퇴 목사입니다.

지난 해 은퇴 직후부터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난리를 쳤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처럼 알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간병인을 통해 장모님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보니 코로나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카운티에 전화해서 해결 방법을 알아 보니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양성이 나오면 가족 모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환자는 환자대로 격리해야 하고, 나머지 식구들도 각자 격리해서 살아야 합니다. 만약 격리할 공간이 충분하지 못하면 환자를 코로나 환자들을 모아서 돌보는 곳으로 보내야 합니다.

장모님은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어 시설로 보낼 수 없어 집에서 모시고 격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격리할 공간이 있어 제가 환자인 장모님을 담당하고 나머지 어르신들은 제 아내가 담당하기로 일을 분담했습니다.

격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알 수 없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그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자칫 실수해서 온 가족이 감염될까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당장 필요한 것을 구입할 길도 막혔습니다.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냉장고는 꼭 금요일 오후에 고장이 난다고 우스게 소리를 하셨는데 격리가 시작되자마자 쌀통에 쌀이 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다른 것으로 대충 떼울 수 있지만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 상황이라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내 몸 하나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거기에다가 환자를 함께 모시고 같은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때에 타코마에서 저희 양로원 소식을 들은 어느 분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먼길을 달려 와서 당장 필요한 물품들을 전해 주고 가셨습니다. 천주교 교인 분이라 저랑은 일면식도 없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도움을 주시기 위해 오신 그분을 멀찍이 서서 보는데 마치 주님이 보내신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분이 그렇게 먼길을 오신 이유는 자기가 먼저 코로나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실재적인 조언을 해주시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오래 동안 지켜 보면서 코로나를 이길 힘을 얻었습니다. 그 이후로 몇몇 분들이 저희 사정을 알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어 14일간 지속된 코로나와의 전쟁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코로나는 혼자 힘으로는 이겨내기 힘든 질병이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넉넉히 이겨낼 수 있는 질병이라는 사실입니다.  

코로나 초창기에는 코로나에 걸린 것을 숨겨야할 정도로 두렵고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코로나에서 환치를 받았는데도 교회 모임이나 기타 다른 모임에 참석하면 눈치를 줄 정도였습니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나병 환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가 남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자리까지 침범해 왔습니다.

우리 곁으로 다가온 코로나를 우습게 여기다가는 치명적인 아픔을 당할 수 있고, 너무 무서워 하다가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치째 빼앗길 수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코로나는 오직 힘을 합쳐서 함께할 때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함께 할 때 코로나는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엄청난 도움이 아닙니다. 한끼의 식사가 필요하고, 한번 쓸 수 있는 물품이 필요합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모아지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언제든지 연락해서 필요를 말할 수 있는 도움의 창구가 필요합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엄청난 부담이 가는 도움이 아니라 누구나 도와줄 수 있는 지극히 작은 도움이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됩니다.

지금은 코로나를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코로나와 제대로 싸워 이겨내야할 때입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 앞장 서야할 사람은 먼저 코로나를 겪은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사태를 직접 경험해봐야 코로나와 제대로 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로 하여금 코로나를 먼저 겪게 하신 이유는 또 다른 환자를 돌아보라는 하나님의 뜻임을 깨닫고 내가 먼저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을 찾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시작할 때 비로서 세상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길 희망을 보게 됩니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작은 사랑과 관심을 전하는 방법을 통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의 전쟁을 끝이 보이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핫라인/ 253-886-8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