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가운데, 아프간 여성들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최근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계획을 발표했을 때, 외교 정책 전문가와 고위급 군 지휘관들은 이러한 결정이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9.11 테러 20주년이 되는 9월 11일까지 철수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날짜를 8월 31일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국민들은 지난 20년 동안 원조해 온 미국을 대신해,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의 한 탈레반 관리는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5%가 탈레반의 통제하에 들어갔다. 탈레반은 현재 국가 전체 구역의 1/3을 장악하고 있으며, 아프간 군이 전투를 하지 않고 항복할 경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최근 미 정보기관은 아프간 정부가 미군 철수 6개월 만에 탈레반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육군 특수부대 사령관을 역임하고 현재 가족연구위원회 부대표인 제리 보이킨 중장은 CP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미 주둔은 탈레반을 견제하고 여성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미국이 전투 부대의 주둔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한 후, 최전선 전투 병력을 철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두를 철수시키는 것보다 강력한 군사 자문단을 유지하여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훈련시키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사관을 보호하는 보안군과 해당 지역에서 또 다른 공격이 올 경우,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등 다중 기관 정보 기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탈레반이 사실상 국가 전체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며, 여성을 차별하겠다는 뜻이다. 그들은 법과 관습에 따라 여성을 잘 대하겠다고 서약했으나, 더 이상 여성을 교육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이킨 중장은 "즉각적으로 그렇게 바뀌진 않겠지만, 나머지 세계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초점을 잃고 다른 것에 집중할 때 그렇게 될 것이다. 2001년 시행됐던 똑같은 법이 다시 시행될 것이며, 이는 여성에게 매우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더 많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탈레반에 더 많이 반발할 것이다. 그것은 탈레반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라고 믿는다. (교육받은 여성들은) 탈레반에게 큰 장애물이 될 세력"이라고 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미국이나 다른 서방 국가에 사는 여성들처럼 '해방'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더 많은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은 탈레반에게 큰 걸림돌이다. 그들은 교육받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더 많은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모든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통제력을 확대할 경우, 아프간 여성들이 지난 20년 동안 얻게 된 권리가 뒤집히고 교육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중부에서 여성들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저항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아프간 사회 운동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샤브남 나시미는 최근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많은 아프간 여성들이 미 정부의 개입으로 경험한 기념비적 유익을 강조했다.
그녀는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이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정치의 정상에 여성이 있다. (여성들은) 하원과 상원 의석을 합해 28%를 차지한다. 주요 도시에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이 거의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탈레반이 통제권을 되찾으면 아프간 여성들이 이룬 것들을 잃을 수 있다. 서방 세계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며 20년 동안 피와 보물을 낭비하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수백만 명의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 특히 2001년 탈레반 몰락 이후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으로 믿게 된 여성들을 배신하고 있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은 권리가 계속 제한돼 있었으나, 지난 2001년 이후 미군과 연합군의 주둔으로 교육을 받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NBC '투데이쇼'에 출연, 미군 철수는 잔인한 탈레반에게 힘을 실어주고 소녀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처한 곤경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보이킨 중장은 "미 대사관의 보안과 강력한 정보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하고 지속 가능한 미군 주둔"이라며 "미국이 떠난 후,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철수하는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