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기독교박물관, 북한 기독교 자료 및 유물 수집·전시
북한 주민들에 기독교 역사, 문화 바르게 이해시키는 일
공산 치하 무너진 北 기독교 세우려는 신앙적 결의 필요

1900년 시공, 1901년 6월에 봉헌된 평양 장대현교회의 측면 사진. 외벽을 완료한 상태의 모습으로 미루어 1901년 3월경으로 보여진다. 광주 제중병원을 세운 로버트 윌슨의 아들인 스튜어트가 보관하던 자료
1900년 시공, 1901년 6월에 봉헌된 평양 장대현교회의 측면 사진. 외벽을 완료한 상태의 모습으로 미루어 1901년 3월경으로 보여진다. 광주 제중병원을 세운 로버트 윌슨의 아들인 스튜어트가 보관하던 자료

한국복음주의협의회(대표회장 최이우 목사, 이하 한복협)가 11일 오전 서울 성수동 성락성결교회(담임 지형은 목사)에서 '북한교회의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6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발표회 후에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김국기·최춘길 등 한국 선교사 3인의 조속한 석방 및 송환을 기원하는 성명서가 낭독됐다.

앞서 1부 기도회는 한정국 선교사(전세계한인선교기구연대)의 사회로, 박이섭 목사(신애감리교회 원로)의 설교 후 김태구 목사(CMI 대표)의 '한국교회를 위하여', 안만길 목사(염광교회)의 '북한교회를 위하여' 기도 후 통성기도와 성락성결교회의 특순 등이 진행됐다.

'북한교회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마 23:37-39)'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박이섭 목사는 "한국교회가 북한교회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에서 흘리신 보혈의 공로로 십자가 앞에 우리 함께 엎드려, 함께 죽음을 이기신 부활의 능력을 찬양해야 한다"며 "우리가 북한 교회보다 돈이 좀 더 많다고 오만하게 그것만 주려고 해선 안 된다. 우리는 같은 피로 한 몸 이룬 형제요 친구들"이라고 전했다.

박 목사는 "지금 북한에 교회가 있는가? 평양에 반석교회 하나 있다. 그러나 인간 능력과 현상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북한에도 은밀히 기도하는 성도와 지하교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교회를 의심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가슴 펴 용납하고 수용하자"고 말했다.

이후 2부 발표회에서는 유관지 목사(북녘교회연구원장) 사회로 '북한교회의 역사: 평양 기독교역사박물관 설립 구상'을 김흥수 박사(목원대 명예교수)가 발표했다.

김흥수 박사는 "남한에는 다수의 기독교박물관이 있고 지금도 건립 중이지만, 38선 이북에 기독교역사박물관을 세우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 지역에 기독교박물관이 존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교회재건 논의에서도 포함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북한 지역에 기독교박물관을 세운다면 '기독교가 가장 발전했던' 평양에 세워야 할 것이고, 그 박물관은 무엇보다 한반도 기독교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박물관은 북한 지역에 남아있을 기독교 자료 및 유물을 수집, 전시하고,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으로 교육받은 북한 주민들에게 기독교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이해시키는 일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남한에는 김양선 목사(1908-1970)가 설립한 숭실대 부설 한국기독교박물관과 한영제 장로(1925-2008)가 세운 이천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이 있는데, 둘은 모두 북한이 고향이었던 실향민 출신"이라며 "통일 후 북한에 기독교 박물관을 세우는 일은, 우리가 북에 기여하는 것이라기보다 평안도 출신 기독교인들이 남한 교회에 만들어준 박물관에 대한 감사의 답례"라고 설명했다.

김흥수
▲김흥수 교수가 과거 강연하고 있다. ⓒ크투 DB

전시물로는 북한 지역 교회가 주도적 역할을 했던 자료들을 전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시물 중 하나는 의주나 집안 청년들의 수세와 봉천에서의 성경 번역, 초기 선교사들의 활동이 돼야 할 것"이라며 "의주 청년들과 선교사들을 먼저 소개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한국 기독교사에서 첫 번째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북한에서 기독교 역사에 대한 왜곡이 그들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흥수 박사는 "황해도 신천박물관 방문기를 보면, 제1전시관 초입에 반기독교적인 전시물들이 있다. '조선 옷차림으로 위장한 미국 선교사와 그 심복자들'이라는 문구 아래 서상륜·서경조 형제가 언더우드의 아들인 원한경(Horace H. Underwood)과 삿갓과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이 들어 있다"며 "이 전시에서 서상륜, 서경조 형제는 침략자 언더우드의 심복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원산과 평양 대부흥 사료가 될 것이다. 평양은 1907년 기독교 신자들이 자신들의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한 대부흥의 공간이었고, 한국기독교의 신앙적 성격이 형성된 곳"이라며 "한반도 북부지역 교회들의 독립운동에 대해선 관서지방 기독교계 민족운동 세력 제거를 위해 날조한 105인 사건과 장대현교회·남산현교회 중심으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이 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1930년대 일제 신사참배 강요에 맞섰던 신앙 양심의 파수지 평양에 대한 내용도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1945년 이전 내용들은 '미국 침략자들의 주구로서의 선교사' 이미지를 교정하면서, 북한 지역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수용 기여와 항일운동, 한국기독교사의 주체로서의 역할 등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945년 이후는 김일성 정권의 압력과 종교탄압 속에서 기독교가 재편되고 변형이 발생한 시기였다"며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봉수교회가 북한의 종교이용과 간섭으로 만들어진 재편 형태의 기독교에 속한다면, 가정교회와 지하교회는 종교탄압 환경에서 생긴 전통적 기독교의 변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사를 어떻게 전시물에 반영할 것인가는 북한 기독교사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며 "해방 공간에서는 기독교와 사회주의와의 충돌, 1950년대는 전쟁과 종교탄압 문제가 전시될텐데, 주제가 무엇이든 공산 치하 기독교인들의 신앙 파수와 그로 인한 수난을 기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통일 후에는 남북간 주민들의 화해와 사회통합도 중요하므로, 통합적 관점에서 기독교사 해석도 요청된다. 이에 1980년대부터는 북한교회가 세계 및 남한 교회와 교류에 나선 시기이므로, 통일 대화나 남북 종교교류 같은 주제들을 박물관 전시에서 내세우게 될 것"이라며 "이 주제의 사료 수집에는 북한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시기뿐 아니라 이전 시기에서도 남북 기독교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를 찾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CCK 조그련 봉수교회
▲과거 평양 봉수교회 앞에서 NCCK 방문단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크투 DB

김흥수 박사는 "전시 내용과 전시물 선택도 그렇지만, 전시물 해설에는 남한 교회사학계의 역사 연구가 반영될 것이다. 현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가 가칭 『북한기독교사전』 편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집필 과정에서 기존 연구의 여러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며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자료를 전시하고 설명할 수는 없으므로, 교회사가들은 1945년 이후 북한기독교사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박사는 "북한 기독교박물관 설립은 단순한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공산 치하에서 무너진 한국기독교의 한 축을 다시 세우려는 신앙적 결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언젠가 믿음의 선진들의 숨결이 서려 있는 기독교 유적이 평양 어느 공간에서 전시되는 감격의 날을 기대한다"고 정리했다.

이후 임현수 목사(토론토 큰빛교회)가 '북한교회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발표했으며, 질의응답 후 최이우 회장의 인사와 선언문 발표, 이옥기 목사(전 UBF 대표)의 광고와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의 축도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