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중에 김환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반장을 했던 친구인데, 지금 생각하면 어느 정도 '천재성'이 있던 친구였습니다. 아이큐가 뛰어난데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4학년 때 이미 과학에 관한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고, 1000명이 넘는 아이들 중에 늘 1등을 했으며, 게다가 성격까지 좋아서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반장 선거가 있던 날, 그런 친구가 저를 집에 초대해줘서 마음이 꽤 들떴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그날, 저는 마음이 참담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반장 선거에, 제 이름도 올라갔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70명이 넘는 아이들 중에 저는 달랑 열 몇 표를 얻는데 그쳤고, 압도적 득표를 했던 환이가 반장에, 그리고 여자 아이들 중에서 제일 많이 득표를 했던 친구가 부반장에 선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마음에 적잖게 마음이 상했습니다. 그렇게 종례를 마치고 꾸리한 마음으로 가방을 싸고 있을 때, 환이가 환한 얼굴로 제게 다가오더니 저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뒤풀이를 하자는 것이었고, 지금으로 말하면 '새 정권 출범 준비위원회'를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남자 셋 여자 셋 정도가 그 자리에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간식을 먹고, 환이는 자기가 초대한 친구들에게 앞으로4학년 8반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포부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암튼 좋은 반을 만들겠다고 했을 것입니다. 담임 선생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모범된 반을 만들겠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그렇게 하기 위해 그곳에 모인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그곳에 모인 친구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고, 우리는 1년 내내 그런 4학년 8반을 만들기 위해 함께 수고했습니다. 비록 어릴 적 일이었지만, 그 친구의 초대는 저를 꿈꾸게 하였습니다.
27년 전쯤 제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평소 말씀을 통해 큰 은혜를 받고 있었던 어떤 목사님이 미국에 있는 아들 집을 방문하셨다가 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신 것입니다. 교계의 어른이셨고, 가장 존경하는 설교자 중 한 분이셨고, 또 신학교의 학장이셨습니다. 그 분을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만난 적이 없던 터라, 그런 분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당시 애송이 전도사였던 제게 큰 은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식사 중에 제게 교수 준비를 할 마음이 없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제 이야기를 들으셨던 목사님이 한국에 있는 제 모교회 목사님을 통해 뒷조사를 해보시고는 그렇게 제의를 하셨던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교단, 이런 신학교를 만들려고 하는데 학위 과정을 할 때 재정적으로도 지원을 할 테니 준비해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목사님의 초대 또한 저를 꿈꾸게 하였습니다.
초대를 받으면 사람들은 꿈을 꾸기 시작하고, 누가 초대를 했는가에 따라 꾸는 꿈의 크기는 달라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자신을 초대한 분이 누구신지 아십니까? 우리를 제자로 부르신 분을 기억하고 영원한 꿈을 꿀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