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긍정적 사고'에 대해 언급할 때, 물이 반 정도 든 컵을 예로 들곤 한다. 컵에 물이 반쯤 찬 것을 보고 '물이 겨우 반 밖에 없어.' 하면 부정적 사고이고,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네.' 하면 긍정적 시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긍정적 시각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물이 든 컵을 위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옆에서 똑바로 바라보거나 밑에서 올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위치'에 올라 컵을 '수직적으로' 내려다보면 컵에 과연 물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물이 적게 들었건 많이 들었건 다 같아 보인다. 물을 아무리 부어도 컵의 어느 정도까지 채워졌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계속 따라 붓게 된다.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자꾸만 따르다가 물이 컵을 꽉 채워 흘러 넘칠 때에야 비로소 너무 많이 부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컵의 측면에서 컵과 자신의 '눈높이'를 맞춰가며 물을 따르면 그 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절대 흘러 넘칠 때까지 쏟아 붓는 일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낮은 자리'에서 컵을 '올려다보면' 물이 적게 들어 있어도 많은 것처럼 보이고 물이 다 없어지는 순간까지 '컵에 물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며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물이 반 정도 든 컵을 보며 무조건 긍정적 사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올바른 위치에서 컵을 바라 볼 때만이 그런 긍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물이 든 컵'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영이 교만하면 하나님이 아무리 풍성하게 채워주셔도 만족할 줄 모르고 항상 부족함을 느껴 계속 쌓아두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항상 비우고 가난하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간다면 내가 가진 것이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다할 지라도 자족하며 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와 찬양을 올리게 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고압적인 자세에서 내 주변 사람들을 바라본다면 마치 높은 위치에서 물이 든 컵을 내려 보는 것처럼 사람들 각자의 인격과 개성, 능력의 차이를 발견치 못하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똑같아 보일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보다 부족하고 열등하다는 '안하무인'이 돼가고, 점점 자아도취, '자뻑' 현상에 빠져들어 마침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 단계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다른 사람들을 '우러러본다면' 그들 모두가 나보다 나아 보이고 '섬겨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세상적으로 아무리 부족하고 하찮은 사람일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특별한 능력과 개성을 지녔음을 발견하게 되어 존귀한 대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 자신을 낮추기만 한다면, 그 알량한 자존심 하나 내려놓을 수 있다면 세상의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되며 그들 각자로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로서 우리는 항상 적극적인 태도,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긍정적 사고가 자신만의 배를 불리고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된다면 우리는 번영신학, 성공주의신학과 같은 그릇된 신앙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어린 소년처럼, 오직 '겸손한' 긍정, '자기를 낮춰 남을 섬기는' 적극적 삶의 자세를 가질 때만이 풍성한 열매를 맺어 많은 사람들을 배부르게 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을 온누리에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올 2021년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의 삶이 여전히 힘들고 움츠려들텐데, 이런 시기일수록 자신을 낮춰 남을 높이고 내가 가진 것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 어려움 가운데서도 예수님이 부여해주신 사명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길 바란다.
이준수 목사 (남가주밀알선교단 홍보/영성문화사역 담당)
이준수 목사는 2009년 5월 시카고 부근에 위치한 트리니티신학대학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목회학 석사 프로그램을 마치고 남침례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아 현재 남가주밀알선교단에서 장애인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출생 직후 심한 황달로 평생 뇌성마비 장애를 앓게 되었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고로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는 등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와 UCLA 역사학과 대학원에서 유럽역사 전공으로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였고, 클레어몬트 신학교에서 기독교 역사를 공부했다. 또한 지난 2000년에는 귀한 자매도 만나 결혼하여 현재 쌍둥이 남매를 둔 가장으로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