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실천할 수 없는 현대인들이,
혜민을 소비함으로써 무소유를 상품화
그런데 이를 통해 혜민이 부자 된 역설
불자에서 회심한 이정훈 교수(울산대, 엘정책연구원장)가 최근 혜민 스님의 '풀소유 논란'과 관련, "혜민(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소비하는 게 천민자본주의"라고 비판하며 올바른 성경적 소유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생활과 경쟁에 부대끼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혜민 류의 힐링, '다 괜찮아. 잠시 멈춰 봐.' 하는 것들은 물질로부터의 자유를 보여 준다"며 "그런데 현대인들은 삶 속에서 그게 잘 안 되면서도, 마치 명품을 소비하면 자신도 그 명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계층에 속한 것 같은 만족감을 얻게 되듯이 혜민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미국 명문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스님의 무소유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히트를 칠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결국 무소유를 실천할 수 없는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혜민을 소비함으로써 무소유를 상품화해서 사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들이 그걸 소비함으로써 혜민은 부자가 되는 역설이 벌어진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우리는 그런 천박한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존재가 아니고, 거꾸로 그 일상 속에서 삶이 예배가 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것"이라며 "세상 속에 부대끼면서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갈등, 고통 등이 또 성장해 나가는 힘이 되고, 그렇게 해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영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경적 소유관에 대해서는 "청빈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고 칼빈 역시 청빈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문제는, 불교적 비움과 무소유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혜민도 법정 스님은 인세가 있으니 무소유가 가능하지 않았느냐고 고백했던 것처럼, 사실 완전한 무소유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교회 안이든 밖이든 무소유를 소비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천박한 자본주의화'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오히려 누가 뭘 소유했다면서 교회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잘 분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남의 모 교회에서는 원래 벤츠를 타는 교인들도 아반떼를 한 대씩 더 구입해서 교회 올 때만 타고 온다더라"고 했다.
그는 "부자가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이 천국에 가기 쉽다는 것은 아니"라며 "성찰을 못하니까 쉽게 속고, 누군가 가난한 척하면 거기에 꽂힌다. 예를 들어 어떤 공직자가 낡은 신발을 신었다고 인기를 끄는 것도 일종의 '무소유 마케팅'이다. 우리가 성숙해져서 속지 않으면, 그런 마케팅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