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파란 하늘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미 서부지역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100여개의 산불 때문입니다. 낙뢰와 방화,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산불로 인해 미 서부지역 전체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24명의 사망자와 함께 60만명 이상이 집을 버리고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해 힘이 드는 상황인데, 정말이지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8일, 산불로 인해 1살짜리 남자 아이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노동절 연휴 동안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 워싱턴 주 동부 오캐노간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불길에 변을 당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구조대가 수색을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미 산불이 도로 이곳 저곳을 점거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차도 위에서 그들의 불에 탄 SUV 차량을 발견했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세 사람은 다음 날, 버려진 차량에서 그리 멀지 않은 컬럼비아 강둑에서 발견되었고, 1살짜리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불이 붙은 차에서는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이미 심한 화상을 입은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아들이 죽어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북부 레딩에서는 할머니가 어린 두 증손주를 꼭 껴안고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산불이 온 동네를 덮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순간, 할머니는 그저 어린 두 손자와 손녀를 껴안고 자신의 몸으로 그들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연락을 받고 돌아온 할아버지가 울면서 인터뷰하던 장면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습니다. 산불이 집 앞까지 밀어닥쳤고, 또 뒷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소리를 듣고도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도로가 이미 이곳 저곳 통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족들을 잃은 할아버지가 어떻게 남은 생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휴가를 지내러 왔다가 금쪽같은1살배기 아들을 잃은 그 젊은 부부는 얼마나 큰 마음의 짐을 지고 인생을 살아내야 할까요?
지난 금요일 새롭게 오픈한 성도님의 사업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창문을 열었다가 매캐한 냄새 때문에 얼른 창문을 닫았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그 매캐한 냄새가, 마치 엄마 아빠 품에서 죽어간 1살배기의 냄새요, 두 손주를 안고 죽어간 할머니의 냄새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광야입니다. 오늘 하루조차 가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아주 위험한 광야입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의 인생을 더욱 광야로 만드는 것은,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산불도 아닙니다. 우리가 구원이 필요한 죄인이라는 것을 잊는 망령된 마음입니다. 우리 스스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고한 마음입니다. 지난 금요일은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9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이 하나님께 다시 돌아왔던 그 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지... 세월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아픔은 잊혀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님을 떠나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생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메마른 광야에서 하나님을 바라 보실 수 있기를 빕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