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성소피아 대성당이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될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 공존을 위해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1934년 터키공화국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청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달 성소피아의 변경 안건에 대한 심의를 착수했다. 터키 현지 언론들은 법원이 2016년 쿠데타 발발 4주년인 7월 15일에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성소피아 대성당은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새로운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면서 건립되었으며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었다.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성소피아 대성당은 약 1천년간 동방정교회의 본산이었다.
1453년 오스만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성소피아 대성당은 오스만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세계1차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아타튀르크는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공화국 수립 이후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 성소피아 복원작업에 착수하면서 회벽 아래 감춰진 비잔틴 예술의 정수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성소피아 대성당이 박물관에서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동방정교회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방정교회의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겸 세계총대주교는 “박물관으로서 성소피아는 민족과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과 대화, 기독교와 이슬람 간 상호이해와 연대를 의미하는 상징이자 장소였다”면서 “성소피아가 모스크로 전환될 경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이슬람에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의 힐라리온 대외관계국장은 “우리는 중세로 돌아갈 수 없다.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힐라리온 국장은 “우리는 종교인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성소피아는 범기독교의 성지로 모스크 전환 결정이 내려진다면 정교회 신자에게 큰 슬픔이 될 것”이라며 “왜 터키 정부는 수많은 기독교와 정교회 신자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성소피아의 박물관 지위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소피아는 종교와 전통, 역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의 모범 사례”라며 “모든 사람이 성소피아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소피아의 지위 변경은 이 놀라운 문화유산이 서로 다른 종교와 전통,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소피아는 현존하는 최고의 비잔틴 건축물이자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릴 만큼 독특한 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높이 56m, 지름 32m의 대형 돔 모양의 지붕은 당시 내로라하는 수학자와 건축가들의 피땀 어린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