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막내는 농구를 참 좋아합니다. 키는 큰 편이 아니지만, 워낙 농구를 좋아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학교 대표 선수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State 4강까지 올라가는 좋은 성적도 거두었습니다. 키가 6 피트만 넘으면 대학엘 가서도 농구를 하겠다는데, 글쎄요... 요즘엔 키때문에, 괜히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농구를 향한 막내의 마음은 진심입니다. 한창 잠이 많을 나이인데도, 막내는 새벽 5시만 되면 스스로 일어나 학교엘 갑니다. 농구 코치가 주력 선수들을 새벽마다 불러 훈련을 시키는데, 막내는 그 훈련에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 우리 엄마 아빠가 흑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흑인들이 다른 인종들보다 더 농구에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유연하고, 점프도 더 높게 하고... 농구에 관해서, 막내는 그만큼 진심입니다.
주일 말씀을 묵상하다가, 많은 질문들이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막내가 농구에 관해 진심인 것만큼, 나도 복음에 관해 진심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이 길을 떠났을 만큼 복음에 관해 진심이 있었지만, 과연 나는 여전히 진심인가?..." 목사로 교회를 섬기다 보니 말만 앞섰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더로 교회를 섬기다 보니 외식한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겉과 속이 다른 이 시대 교회들의 아픈 모습이 바로 저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3년 전 아리조나 단기선교 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내 여동생 집엘 좀 가야 하는데 라이드를 주실 수 있습니까?" 장장 이틀을 운전해서 밤 11시 30분이 넘어 목적지엘 도착했는데, 도착하자 마자 술에 취한 인디언 청년 하나가 인사를 하며 다가와 라이드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명색이 선교를 왔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혼자 가는 것이 불안했는지, 한 집사님이 함께 차에 올라타 그 청년이 인도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 청년의 여동생이라는 여인도 뭔가에 취해 있었습니다. 술 냄새는 나지 않았는데 말하는 것이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자매는 갑자기 자신과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16살 때 낳은 아들이 너무 힘들게 살고 있다고, 그 아들을 우리 VBS에 보낼 테니 자신들을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라이드를 부탁했습니다. 벌서 1시가 넘었는데... 내일 시작하는 VBS를 위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이 10분 밖에 안 걸린다고 해서 시동을 걸었는데, 1 시간 20분을 달려서야 자매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갈 길이 깜깜했습니다. 토끼가 뛰어다니고 부엉이가 날아 다니는, 정말 네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흙먼지 비포장 광야를 가로 질러 왔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이용당한 것 같고, 속은 것 같았지만 돌아오면서 이런 기도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나님, 너무 어둡습니다. 제게 이런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진심을 주십시오..." 주일 말씀을 묵상하면서, 제게 동일한 마음이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선교지 뿐 아니라 이곳 시애틀에서도, 제가 목사로 섬기는 교회 뿐 아니라 제 집에서도 늘 이런 진심이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복음에 관해 진심이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