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와 성 지향성 이슈에 대해 보수 신학적 입장을 지지하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내쉬빌 선언문>이 지난 8월 말 발표된 이후 미국 교회 및 사회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건전한 기독교 교리를 지지하는 입장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해로운 편견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는 평가 절하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선언문은 최근 수년간 정치는 물론 교회에서도 전면에 오른 성, 특히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와 관련해 서구 사회는 물론 교회에까지 소용돌이 치고 있는 메시지들과 관련, 서구 사회가 현재 처한 현실에 응답하는 서문과 14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언문은 서문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21세기의 시작에서 자신들이 역사적인 전환기를 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서구문화가 점점 더 포스트-기독교(post-Christian, 전통적인 기독교에서 탈피하려는 현상으로, 세속주의나 민족주의와 같은 대안적 세계관에 찬성하는 경향이다. 정치 문제, 개인적 세계관, 이데올로기, 종교운동, 사회 등에서 기독교 세계관의 우위가 상실되고, 기독교의 언어와 가정에 뿌리를 두려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화 되면서, 인간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대한 개정이 시작되었다. 우리 시대의 정신은, 그리고 우리 시대의 정신에 의해 더 이상 인간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의 아름다음을 점점 더 알려고 하거나 기뻐하려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는 이에 대한 반응 중 기독교 지도자들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나 단체들에서 나온 7가지의 반응을 추려서 지난 4일 보도했다.
존 파이퍼
복음주의 신학자 및 목회자인 존 파이퍼 목사는 이 선언문에 서명한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1인이다.
자신이 설립한 복음주의 웹사이트 '디자이어링갓'에 지난 8월 29일 올린 글에서 '1987 덴버스 선언문(Danvers Statement)'을 언급했다.
이 선언문은 성 혁명이 계속 진행될 경우, 우리 가족과 교회, 그리고 문화 전반에 점점 파과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퍼는 글에서 "이러한 파괴적 결과들이 이미 일어났다"면서 "내쉬빌 선언문은 그것을 다루고 있는데, 나는 여러분들이 그것을 주의 깊게 읽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이어 "이 선언에서 그리스도께 복종하라는 예언적이고 은혜로운 소환명령을 이 세상이 듣게 되기를 기도한다"면서 "또 교회가 하나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움과 가치에 굳게 서라는 요청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덧붙였다.
러셀 무어
남침례회 윤리 및 종교자유 위원회의 러셀 무어 위원장 역시 이 선언문의 서명자 중 한 명이다.
무어 위원장은 성(性) 이슈에 대한 평등주의, 페미니즘, 가부장적 관점보다 보완적인(complementarian) 관점을 옹호하는 복음주의 단체인 '성경적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한 심의회(CBMW, Council on Biblical Manhood and Womanhood) 홈페이지에 지난 29일 올린 글에서 성명서가 복음의 명확성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온 것이라고 썼다.
무어 위원장은 "성 혁명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고, 교회는 더 나은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민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내쉬빌 선언문은 그 사명의 일환이며, 나의 기도는 이 선언문이 다가오는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닻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툴리
보수 기독교 단체인 종교와민주주의연구소(Institute on Religion and Democracy)의 대표인 마크 툴리는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에 내쉬빌 선언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을 올렸다.
툴리 대표는 "이 선언문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전체 기독교인들과 LGBT(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미국의 주류 견해를 받아들이는 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중에서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독교 기관들과 입장을 달리하는 이들은 쇠퇴하고 있는 서구 자유주의 개신교 교단에만 국한되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만약 내쉬빌 선언문에 대한 비판이 정확하다면, 이들 죽어가고 있는 교회들은 이 시대의 영을 수용함으로 인해 번성해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거의 모든 문화와 시대에서, 영적 구도자들은 (이 시대의 영을) 수용하는 종교가 아니라 도전하는 종교에 끌린다"고 강조했다.
미국 장로교(PCUSA)
친동성애 성향의 주류 개신교단인 미국 장로교(PCUSA)도 내쉬빌 선언문과 관련해 성명을 내놨다.
PCUSA 신학 및 예배 위원회는 내쉬빌 선언문이 발표된 이후 성명을 통해 교단의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불가지론적 입장(agnostic around issues of homosexuality)을 밝혔다.
동 위원회는 성명에서 "내쉬빌 선언문과 관련, PCUSA 내의 신실한 지도자들이면서도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고 믿는 이 선언문을 지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일부 조항들,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조항들은 PCUSA가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쉬빌 선언문의 관점은 자기 개념(self-conception)으로, 트랜스젠더들의 경험을 공정히 다루지 않고 있으며, 동성에게 이끌리는 사람들이 처한 이슈들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독인 연합(Christians United)
자유주의적 교회 지도자들의 연합인 기독인 연합(Christians United)은 내쉬빌 선언문에 대항해 LGBT와 그들의 관계를 지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내놨다.
이들은 지난 3일 자체 홈페이지에 다수의 국가와 교단들로부터 2천500명의 서명을 받은 선언문을 공개했다.
서명자 가운데는 레이첼 헬드 에반스(Rachel Held Evans), 기독인 연합 설립자인 브랜던 로벗슨(Brandan Robertson) 목사, 개신교단인 그리스도제자교단(Disciples of Christ denomination)의 회장인 테레사 테리 호드 오웬스(Teresa "Terri" Hord Owens) 목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선언문은 서문에서 "21세기, 우리는 교회가 새로운 개혁의 위기에 다시 한 번 처해 있다고 믿는다"면서 "성령께서는 우리가 인간의 성과 성 정체성에 관한 우리의 가르침을 재검토하기 위해 우리에게 성경과 전통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회에 새로운 날이 오고 있으며, 모든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동등한 참여자로서 LGBT 형제자매들을 지지와 축하 속에서 담대하고 당당하게 나아가라고 부르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이자 미국 예술 전문 월간지인 '어메리카 매거진(America Magazine)'의 편집장인 제임스 마틴은 지난 8월 30일 워싱턴 포스트에 내쉬빌 선언문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마틴은 기독교인들이 LGBT에 대처하는 방법을 명시한 항목과 관련, 지지와 반대의 두 가지 입장을 밝힌 내쉬빌 성명성의 형식을 모방해서 글을 썼다.
"나는 지지한다: 하나님은 모든 LGBT 성소수자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 예수께서는 우리가 그들을 모욕하거나 판단하거나 소외시키는 것을 원하신다는 것을.
나는 지지한다: 우리 모두가 회심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LGBT 성소수자들이 수석 죄인이나 유일한 죄인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을.
나는 지지한다: 예수께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을 정죄가 아닌 환영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 예수께서 더 정죄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나는 지지한다: 세례(침례)를 받은 LGBT 성소수자들은 교회의 완전한 멤버라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교회에 소속되지 않았다고 느끼기를 원한다는 것을."
레이첼 헬드 에반스
친동성애 저자인 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쉬빌 선언문이 LGBT 성소수자들에게 유해한 것이라면서 선언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에반스는 지난 3일 "자살과 비밀, 고통으로 연결되는 신앙 밖에 있는 자신의 LGBT 자녀들을 받아들이는 부모들에게 어떤 튀틀린 사랑의 표현이 선언된 것인가?"라면서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정보를 잘못 알려주는 거야',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지목하고 낙인 찍고 소외시키는 거야'라고 하는 건 완전히 학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