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학자인 강호숙 박사(실천신학)가 "지금 한국교회는 혼전순결보다 혼후순결을 더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했다.
강 박사는 이 글에서 "젊은 교회여성과 대화하거나, 청년부 세미나에서 질문을 받으면, 혼전순결에 대해 노이로제에 걸려있음을 간파하게 된다"며 "교회에 다니는 젊은 여성들은 목사로부터 혼전순결에 대해 엄청 설교를 듣고 있는 듯하다. 설상가상 교회 권사들과 장로들조차 가부장적 여성관에 입각해 혼전순결에 목을 매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그런데 성경을 보면, 혼전순결보다는 혼후순결에 대한 명령이 대부분인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우선 제7계명 '간음하지 말라', 제9계명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신명기 22장 22절에는 통간한 남녀 둘 다 돌로 쳐 죽이라고 말씀했고,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께서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이미 간음하였느니라'고 하면서 간음의 범주에 음욕까지 포함시키는 심리적인 측면도 보게 된다"고 했다.
이어 "바울은 음행을 '악한 누룩'으로 여겨 악이 퍼지지 않기 위해 음행한 자들을 쫓아내라고까지 하였다. 히브리서 13장을 보면, '모든 사람은 혼인을 귀히 여기고 침소를 더럽히지 않게 하라 음행하는 자들과 간음하는 자들은 하나님이 심판하시리라'고 선언하고 있다. 간음에 대한 이스라엘의 규례와 바울의 경고에서, 간음과 같은 음행은 공동체를 더럽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이 혼전순결보다 혼후순결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동체의 순결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런데 왜 교회공동체는 혼후순결보다 혼전순결을 이토록 강요하는 걸까? 추측컨데, 혼후순결에 대해 당당히 설교할 자신이 없는 바, 젊은 여성들에게 무거운 압박감과 죄책감을 가중시키면서 자신들이 성적으로 깨끗하다는 걸 혼전순결이라는 깔대기를 통해 증명해 보이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강 박사는 "바라기는 교회여성들이 혼전순결이라는 가부장적 교리에 더 이상 기죽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만일 혼전순결을 강조하면서 성추행하는 목사가 있다면, 교회공동체의 순결을 위해 즉각 신고하기 바란다"며 "교회는 순진한 젊은 여성들을 혼전순결로 더 이상 협박하지 말고, 현재 성추행을 범한 목사들을 당장 징계하여 음란의 누룩이 더 이상 교회에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게 성경적인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바라기는 교회여성들이 혼전순결이라는 가부장적 교리에 더 이상 기죽지 않았으면 한다"거나 "교회는 순진한 젊은 여성들을 혼전순결로 더 이상 협박하지 말고"라는 강 박사의 표현은 다소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글에는 "혼후순결도 말못하면서 혼전순결에 대해서 얘기 하지 말아란 식으로받아들여질 수 있다" "혼전이든 혼후이든 동일하게 강조되어야 한다" "혼전순결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혼후를 혼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기 보단 성경은 순결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물론 한쪽으로 치우친 부분을 지적하시는 의도는 알겠지만" "어째서 혼전순결이 가부장적인 것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 혼전순결이란 것은 남녀 모두에게 필요한것 아닌가?" 등 강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그러자 강 박사는 "이 글은 현재 성적으로 범죄를 일으키는 목사들을 감싸면서 거룩을 말하며 혼전순결만을 강조하는 교회리더의 양심 없음을 염두에 둔 것"이라거나 "교회가 성적으로 엉망진창이 되는데도 여전히 혼전순결만 강조하는 걸 비판한 글인 걸 감안해 달라" 등으로 답하고 있다.
특히 혼전순결 강요가 "가부장적"이라고 한 데 대해선 "혼전순결은 남녀모두가 지켜야 한다. 그런데 혼전순결이라는 개념이 조선시대의 유교문화에서 유입되어 남성에게는 성적으로 관대하고, 여성에겐 엄정한 성윤리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던 성문화가 교회에 그대로 흡수되었다고 보여진다"며 "한편으론 남성 설교자들이 혼전순결을 설교할 때, 여성들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되었다. 현재로선 성문제가 심각한 한국교회에서 혼전순결보다는 혼후순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