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설교 표절로 인해 사임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교 표절'에 대한 현지 교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주중앙일보가 최근 이 같은 논란의 원인 등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설교 표절이) 교계에서 만연해 있는 이슈라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뿌리 깊은 병폐인 셈"이라며 "요즘은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문을 온라인 상에서 매매하는 사례도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설교문, 설교 자료, 타인의 신학 논문까지 모두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다른 목회자의 설교에서 어느 정도 아이디어를 얻거나 '내 것'으로 재해석해서 설교를 한 적은 있다"며 "'재탕 설교'도 종종 한다. 교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내가 했던 설교를 다시 사용하거나 짜깁기를 하는데 아마 많은 목사들이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LA지역 K목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표절의 이유로는 △과도한 설교 횟수와 바쁜 사역 △목회자의 역할 변질 △설교 준비에 대한 의식 부족 △신학 교육의 패착 △교인들로부터 받는 중압감 △목회 성공에 대한 집착 △목회 윤리적 상실 등을 꼽았다.
LA지역 한 은퇴 목사는 "사실 목사들에게는 주일예배 외에도 금요예배, 수요예배, 장례예배, 결혼예배, 교인 심방 등 설교 과부하가 걸려있는 상태"라고 했고, 한 교인은 "표절은 분명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다. 차라리 언변이 부족하고 내용이 투박해도 진실한 설교가 더 낫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설교 표절의 기준이 불분명해 먼저 그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국진 목사(예수비전교회)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 목사의 주장에 따르면 △타인의 설교 원고를 거의 그대로 설교하는 행위 △타인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경험인 것처럼 각색하여 설교하는 행위 △타인의 책 내용이나 설교에서 나온 이야기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 낸 창작물인 것처럼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표절로 판명할 수 있다.
반면 △널리 알려진 예화나 유머가 설교 흐름상 필요하다면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고 △일반적인 기독교의 진리로 알려진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이 신문은 "사실 교인들은 부목사보다 담임목사의 설교만 원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부목사들에게 설교를 맡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 한 목회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러한 교인들의 인식은 곧 목회자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어쩔 수 없이 설교 표절 유혹에 시달리게 한다. 실제 교인들이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좇아 교회를 옮겨다니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