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톰슨로이터재단이 꼽은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1위가 바로 아프가니스탄이었다. 한국인들에겐 2007년 아프간 피랍사건으로 큰 충격을 준 바 있으며 현재도 한국 정부는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자국민의 여행을 법적으로 금지해 놓았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곳에 사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최악의 삶을 사는 과부들을 돕는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 힘 펀드의 서우석 대표다.

그는 16세에 미국에 이민 왔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한국에서도 가난했고 미국에서도 가난했다. 의대에 입학할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뭔가 풀리는 듯싶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경제적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학업은 중단해야 했고 무언가에 쫓기듯이 살았다. 그러던 중 나이 40세에 미군이 탈출구가 됐다. 장교 훈련까지 거의 다 마쳤지만, 파산 기록 때문에 장교 임관이 거절됐다. 결국, 일반 병사로 입대했다. 2009년 부서진 자존감을 들고 그가 처음 파병된 곳이 바로 아프간이었다.

하나님은 스스로 가장 바닥에 있던 것처럼 느끼던 그를 찾아오셔서 더 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 주기 시작하셨다. 다친 발을 치료받고 싶다고, 그것도 맨발로 3일을 걸어서 미군 부대를 찾아온 아프간 노인, 신발이 없어서 계속 발을 다치는 주민들, 심지어 군화도 짝짝이로 신고 다니는 현지 군인들.

하나님께서 그를 부르시는 순간이었다. 그는 블로그와 이메일을 통해 아프간의 이런 현실을 소개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갑자기 세계 곳곳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닿더니 무려 3천 켤레의 신발이 아프간으로 날아왔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댄 테일러 중위로 출연한 이후부터 미군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된 인기 배우 게리 시니스 씨도 이 일을 알고 아프간 미군 부대에 어린이들의 신발과 학용품을 싸 들고 깜짝 방문했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가장 왕성한 나라 중 하나인 아프간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은 신발에만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이제 신발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비참하게 사는 과부와 고아들을 서 대표에게 보여주셨다. 아프간 사회의 특성상 남편이 없는 여성은 생존 그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남성과 함께하지 않으면 외출조차 할 수 없는 여성, 구걸 외에는 생존할 방도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아프간 재봉학교
아프간 재봉학교에서 여성들이 재봉 기술을 배우는 모습

그는 군 부대 병원에서 함께 일하던 아프간 의사와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2010년 가정집의 작은 방을 빌려 재봉학교를 시작했다. 재봉 기술만 있으면 과부들이 집 안에서 옷을 만들어 밖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남는 돈으로 자녀 교육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적중했다. 재봉학교 졸업생들이 5인 가족이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수입을 얻는 것을 확인했다.

아프간 재봉학교
재봉학교 졸업 때에는 재봉틀을 하나 선물로 준다.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프간 복무를 마친 후 그는 주한 미군으로 배치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아프간을 향한 사랑과 관심은 그대로였다. 결국, 그는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친 후 전역을 신청하고 아예 아프간을 돕는 일에 헌신하기로 했다.

서 대표는 미국과 한국에 힘 펀드(www.hemefund.org)라는 비영리 구호단체를 세웠다. 힘 펀드의 HEME은 Housing(주택), Education(교육), Medical(의료), Employment(직업)의 약자를 딴 것이다. 현재는 과부를 위한 재봉학교와 문맹 퇴치 교육을 주로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주민들에게 가장 좋은 ‘그것’을 주기 위해서는 아프간의 특성상 좀 더 많은 고민과 중간 단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의 기도와 관심, 도움이 필요하다고 서 대표는 강조했다.

아프간 재봉학교
재봉학교 재학생들

현재까지 수백 명의 아프간 여성들이 아프간 지역 3-4곳에서 운영되는 재봉학교를 졸업했다. 이 학교를 전국 50개 지역에 세우는 것이 목표다. 과부들에게 재봉 기술과 글자 읽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동시에 그 자녀들까지 교육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서 대표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사람은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다 하실 수 있다는 말씀에 따라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일을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후원 문의) 미국 812-236-5695 / 한국 010-8213-8521
이메일) william.seo@hemefun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