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차기 대통령이 많게는 4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 가운데는 이 때문에 자신들의 후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오는 11월 8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9명의 연방대법관으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은 미국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며 미국 사회의 방향을 정해왔다. 지난해 6월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대표적인 예로 그 판결 후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당시 동성결혼 케이스는 5대 4로 판결로 합법화되었는데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4명의 보수적 연방대법관과 이를 찬성하는 5명의 진보적 연방대법관의 입장 차이에 따라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매번 대선 때가 되면 미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은 고령의 연방대법관이 사망하거나 은퇴할 경우 자신들의 입장과 가치를 대변하는 연방대법관을 세우기 위해 각각 공화당,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며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이번에는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했던 보수 성향의 앤토닌 스칼리아 연방대법관이 지난 2월 사망한 후 공석이 된 1개의 연방대법관 자리와 다른 연방대법관 3명이 각각 83세, 80세, 78세의 고령이라 조만간 사망하거나 은퇴할 가능성이 높아 차기 대통령은 최대 4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다.
공화당의 트럼프는 지난 5월 11명의 연방대법관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 사람들 혹은 이런 사람들과 같은 판사들 가운데 연방대법관을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11명은 연방항소법원 혹은 주대법원 판사들로 모두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판사로 임명된 사람들이며 동성결혼과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 판사들이다.
동성결혼과 낙태를 지지하는 민주당의 클린턴은 트럼프가 밝힌 11명의 판사들 가운데는 동성애를 짐승과의 성관계 수준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뒤엎을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전통주의자라며 동성결혼을 찬성하지 않고 있고 성전환자들이 생물학적 성이 아닌 자신들이 정한 성에 따라 화장실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노스캐롤라이나의 '화장실법'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인 사업가들이 자신의 신앙에 따라 동성애자와 사업을 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종교의 자유법안'에 서명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세우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런 내용의 종교의 자유를 확고히 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반 동성애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대로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미국 사회를 더욱 진보로 기울어지게 할 연방대법관을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 보수적 기독교인들 가운데 크다.
클린턴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이른바 '평등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하고 공립학교에서 성전환자 학생들이 자신이 정한 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시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이행, 확대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또한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권리가 옹호되도록 미국의 외교정책을 세워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글=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