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 목사가 경동교회 담임을 정년(70세) 은퇴하고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박 목사는 지난 1999년 12월부터 이 교회를 담임해 왔다. 경동교회는 27일 주일 2부 예배(오전 11시 30분) 후 박 목사 은퇴예식을 개최했다.

박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16년 동안 많은 설교를 했는데, 그 중에 과연 몇 편이나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봤다. 참 부실하기 짝이 없었는데도 끝까지 함께하며 기도해 주시고 또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날 본당을 가득 메운 교인들에게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특히 "목회는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교인들 각자가 악기 연주자라면 목회자는 지휘자라 할 수 있다"며 "목회는 성경 말씀을 악보로 삼아, 교인들이 내는 소리를 아름다운 화음이 되게 하는 자리다. 故 강원용 목사님 등 앞서 경동교회를 담임하셨던 모든 분들이 그렇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셨다. 그렇게 저 역시 그것을 배우고 이어가고자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제 후임인 채수일 목사님께서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지휘자가 될 수 있도록, 그분과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 달라는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또 "예수를 믿는 이들은 소금과 빛이 돼야 한다. 소금은 세상을 썩지 않게 한다. 바로 예언자적 사명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소금처럼 녹아야 한다. 스스로 희생해야 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촛불과 같은 빛이 되어 달라. 초의 심지는 그리스도이고, 초는 그리스도인이다. 초가 타지 않으면 빛을 내지 못한다. 또한 빛은 따뜻하다. 정의로 세상을 비추되 따뜻한 사랑으로 세상을 녹이는 여러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앞서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서는 "오늘 마지막으로 단에 올랐다. 지난 16년 동안의 목회를 뒤로하고 떠나게 됐다. 성령이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바란다"며 "비록 저는 떠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서 생명의 역사를 이어가실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경동교회 박종화
▲이날 많은 교인들이 본당을 가득 메웠다. ⓒ김진영 기자

 

 

박재윤 장로는 송사에서 "담임목사님의 은퇴가 실감나지 않는다. 그저 섭섭하고 쓸쓸한 마음"이라며 "풍부한 학문적 배경과 역사적 전통에 기초를 둔 깊이 있고 은혜로운 설교로 언제나 우리들을 다독이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후에도 교회에 힘이 돼 주시고,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의 갱신과 발전을 위해서도 그 역할을 다해 달라"고 했다.

김용호 원로장로 역시 "교회가 어려움 가운데 있을 때 담임목사로 오셨다. 그리고 지난 16년 동안 교회의 신앙고백 위에서 그 전통을 지키셨고 발전시키셨다"며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 한결같이 교회를 지키신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부디 오래 건강하셔서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보람된 여생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박 목사의 후임으로 결정된 채수일 목사(한신대 총장)는 내년 1월 31일 경동교회에서 첫 주일예배 설교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까지는 교회 부목사들을 비롯해 외부 초청 강사들이 설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