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창망한 바다 위에서 긴긴 시간을 외로이 보내는 선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 낚는 어부의 길’을 곁눈 팔지 않고 오래 걸어온 한인 선교단체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든그로브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신우세계선교회(8550 Garden Grove Blvd. #206)는 지난 1983년에 창립돼 닻을 올린 이래 무려 32년 동안 소리소문 없이 롱비치항과 LA항에서 선원 복음화라는 특수선교에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간 한 가지 사역을 꾸준히 하기도 쉽지 않음을 생각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쉽게 달아오르고 빠르게 식는 양은냄비 같은 국민성이 한인의 약점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부모님 세대인 전익삼 장로님, 임영규 장로님, 최헌우 목사님, 박계로 목사님 등이 선교회를 시작하셨습니다. 이민 와서 미국에서 살지만 언젠가는 미국에 북한 배가 들어오게 될 때 한 핏줄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는 소망을 품으신 것이 동기였지요.”

32년간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 선원들에게 복음 전파
생필품 선물하고 협력선교사 파송해 동역…장학사업도

32년을 한결같이 선원 복음화에 매진해온 신우세계선교회의  선교사 장철호 목사(왼쪽)와 회장 김용현 장로.
32년을 한결같이 선원 복음화에 매진해온 신우세계선교회의 선교사 장철호 목사(왼쪽)와 회장 김용현 장로.

1986년부터 선교회에서 활동하다 7년 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현 장로는 “지금은 다섯 명만 모여도 선교하자는 얘기를 하는 시대지만, 당시는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이 선교에 눈 뜨지 못하고 있었다”며 “신우세계선교회는 그 시절 많은 교회들을 선교지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작은 공항 크기인 터미널이 12개나 있는 롱비치항과 LA항에 들어오는 배는 무려 8,000~1만6,000개의 컨테이너를 싣는 초대형 선박들. 한 배에는 보통 30명 이하의 선원들이 타고 있으며 이들은 정박한 항구에서 2~4일 정도를 보낸다. 고된 업무에도 소득은 시원치 않아 거의 중국,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국민들이다. 중국-미국간 물동량이 워낙 커 중국인이 가장 많고, 중남미나 아프리카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원들은 노도를 헤치며 항해하는 동안 휴식시간에도 성인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고 설사 크리스천이라 해도 항구에서 맞은 주일에 교회에 나가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터미널에 배를 대는 주선료가 상승하면서 선사들이 정박시간을 줄이고 있고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의 신원 조회를 거쳐 연방 운송안정청(TSA)의 운송노무자인증 카드(TWIC)를 발급받은 사람만 게이트를 거쳐 출입할 수 있어 선교 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선교회는 항구에 소재한 선원센터 또는 배안(1년은 다녀야 길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터미널이 복잡하고 출렁이는 사선의 구름다리를 통해 5~10층 높이의 배에 오르는 승선 방법도 터미널마다 다르다)으로 찾아가 비기독교인이 대다수인 선원들에게 제한된 시간에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상담해 준다. 또 믿는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그들을 훈련시켜 바다끝을 ‘땅끝’ 삼아 배 안에서 영혼들을 섬기도록 무장시킨다. 모든 것을 스스로 구입해서 써야 하는 선원들에게 화장지, 치약 등 생필품을 사주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LA에서 선원선교학교를 연 적도 있다. 50여 회원을 두고 있는 선교회는 북가주 오클랜드와 워싱턴주 타코마에도 선교사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일을 수십 년간 펼쳐온 저력을 바탕으로 임원 출신인 곽동원 선교사(러시아), 김영호 선교사(캄보디아) 등 여러 명을 파송해 협력선교를 하면서 선교사 자녀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인터넷이 되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인생을 보내는 선원들은 너무나 외롭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몹시 반깁니다. 이들에게 십자가 사랑을 전하는 일을 하나님이 기뻐하십니다. 제3세계 국가들에 찾아가서 선교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데 이곳에 앉아서 그들을 만날 수 있으니 항구야말로 황금어장입니다. '곧 롱비치에 들어가는 데 와서 예배를 드려 달라'는 소식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신우세계선교회 선교사인 장철호 목사(맨 오른쪽)가 선상에서 선원들에게 복음을 전한 뒤 교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신우세계선교회 선교사인 장철호 목사(맨 오른쪽)가 선상에서 선원들에게 복음을 전한 뒤 교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CCC 대표간사 출신으로 2개월 전 두 항구를 맡는 선교사로 임명돼 업무를 파악하고 선교회 발전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는 장철호 목사는 “매주 항구를 찾아 영혼들을 돌본다. 최근 한 스리랑카인을 선원센터로 데려와 음식을 나누고 깊은 영적 대화를 했다. 그는 45일에 걸쳐 롱비치-샌프란시스코-중국-캐나다-롱비치를 오가는데 바다에서 30일, 육지에서 15일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훈련시켜 ‘선박 목자’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번에 갔더니 이단들이 전도하고 있더라”며 “말씀 묵상과 기도 등 영적 무장을 단단히 하고 회원들에게 카톡으로 중보기도를 부탁한 뒤 항구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령자들의 소천으로 회원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엘리야 시대에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는 사람 7,000명을 준비하신 하나님께서 새로운 분들을 보내주실 줄 믿는다”며 “그동안 너무 조용히 활동한 것 같아 앞으로는 홍보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품고 일하는 신우세계선교회는 3개월마다 재정보고를 해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후원금의 99%를 선교비 및 사무실 렌트로 지출하고 나머지 운영비는 임원들이 댄다. 매달 첫째 토요일 기도회 겸 임원회를 열면서 ‘그리스도의 푸른 계절’을 앞당기겠다는 열망을 지닌 한인들의 합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문의: 714-474-9007(장철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