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재능은 심심할 때 나온다고 했어요. 아이들이 할 게 없으니까 딴짓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뭔가 튀어나온다는 것입니다. 찬혁이가 처음 노래를 만들었을 때, 우리는 찬혁이의 재능 발견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새로운 모습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그러한 우리의 반응에 찬혁이는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재능을 쏟아냈습니다. 그때 우리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거나, '뭘 그까짓 것 가지고 호들갑 떨어'라고 했다면 지금의 악동뮤지션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25주년을 맞아 19일 오전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홀에서 악동뮤지션(이찬혁·수현)의 부모인 이성근·주세희 선교사를 초청해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를 주제로 교육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홈스쿨링을 택했다. 부부는 이날 넉넉하지 않은 선교사 가정에서 어떻게 홈스쿨링을 했으며, 자녀를 실력 있는 뮤지션이자 건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로 키웠는지 들려줬다.
악동뮤지션 가족이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한 홈스쿨링은 시행착오가 많았다. 처음 1년 반 동안은 수업도 벅차고 일정도 빡빡해 아이들도 부모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하지만 이들 부부가 부모로서 과도한 책임감을 내려놓았을 때 아이들의 변화가 발견됐다.
주세희 선교사는 "1년 반이 지나고, 아이들에게 '정말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자유를 줬더니 아이들의 재능이 드러났다"며 "그때부터 진짜 홈스쿨링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선교사는 "아이의 재능 발굴에 관심이 많다면, 때가 올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려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아이한테서 어느 정도의 재능이 보이면 우선은 아이 혼자 마음껏 해 보게 하라"며 "아이가 진짜 재능이 있으면 혼자 실컷 하다 자기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특히 이들 부부가 강조한 메시지는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다. 주세희 선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기아체험을 한 적이 있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지금 상황이 힘들고 불편하다고 할지라도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됐다"며 "우승 상금을 기부하자는 제안도 찬혁이가 먼저 했는데, 아마 이런 가르침 때문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배려심에 대해 특별히 배우게 된 동기에 대해 주 선교사는 "몽골에는 너무 추워서 얼어죽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찬혁이와 수현이가 각자 용돈을 조금씩 모아 아이들을 도왔던 적이 있다"며 "배려심은 넉넉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도와준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배려와 긍휼의 마음을 저절로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근 선교사는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 "부모의 약점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찬혁이가 사춘기를 겪을 때 아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반항한다고 생각하고 두 시간 동안 설교만 늘어놨었다"며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잘못한 것을 깨닫게 돼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했더니, 신기하게도 벽이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선교사는 "사춘기를 불행하게 보낸 아이들은 '나는 불행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19살이 된 아이에게 그때가 불행했느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한다"며 "아이들에게는 화해와 용서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턴 심각한 갈등의 상황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설령 아프고 힘들지라도, 모든 것이 지나면 결국 가족 간의 사랑만 남는다"며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재미있고 즐겁게 공부하라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도 말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아이는 아이답게 키워라 ▲아이만의 개성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어라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어라 ▲부모가 좋은 관객이 되어 주어라 등 '자녀의 행복을 위한 양육 십계명'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