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몰라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생명의 우물을 하나라도 더 파 주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일하다 아프리카 땅에 묻히는 게 제 기도제목입니다."
<약속의 땅, 아이 러브 아프리카>를 쓴 이창옥 선교사의 꿈은 아프리카에 '생명의 우물' 2만 개를 파 주는 것이다. 우물 파기를 위해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닌 경험은 그들의 실제 필요를 발견하게 만들었고, 슬럼가 공용 화장실 건립과 고아 돌봄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나이는 올해로 66세, 하지만 열정도 얼굴도 나이를 잊어버린 것 같다. "제가 1949년생입니다. 하지만 나이 생각하지 않고 삽니다.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행복이지요."
이 선교사를 지칠 줄 모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든 것은, 37년 전 사경(死境)을 헤매다 부여잡은 사명(使命)이었다. 철 모를 20대에 사업차 떠난 남편을 따라간 1977년,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것은 말라리아였다. 어렸지만, 남편이 자신을 살려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아버지도 너무 멀리 있었다. 무작정 신(神)을 찾으며 살려달라고 부르짖기 시작했다. 뭔가 약속을 해야 할 것 같아, '목숨만 살려주시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서원기도였지요(웃음)."
주일학교를 다녀서 조금의 신앙은 있었기에, 하나님께서 듣고 계신 것 같았다. '하나님, 살려줄 수 있습니까?'를 채 말하기 전에,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대사 부인이 찾아왔다. 일어설 수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싹 나은 것이다.
하지만 한참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시 아프리카와 관계를 맺게 된 것이 12년 전인 2002년. 한국 방송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 3만km를 자동차로 종단하는 대장정에 참가하게 된 것. 이 선교사는 거기서 다시 하나님을 만났고, 대장정의 마지막 밤 허름한 골방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네가 있어야 할 땅은 이곳이다. 너를 다시 살려준 고향 아프리카에 모든 것을 바치라.'
"제가 하나님께 좀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뭘로 해야 하죠?'라고 여쭤봤지요. 그런데 '바로 이거구나!' 하고 떠올랐습니다. 아프리카에서 50일 넘게 방송을 했으니, 이걸로 해야겠지요."
이름도 '세계영상 선교센터(World Multimedia Mission Center)'로 지어 주셨다고. 곧바로 아프리카 곳곳을 다니며 선교사들의 활동이나 NGO들의 구호활동을 촬영하고 제작해, 기독교 방송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아프리카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물'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영적 생명수인 말씀도 중요하지만, 육적 생명수인 물도 이들에게 시급했던 것. 그래서 2007년 8월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지대 마사이족 마을에 저수지 4곳을 파 줬다. 1년에 열흘 밖에 비가 오지 않는 그곳에서, 빗물을 모아 1년을 아껴 마셔야 하는 곳이었다. 흙탕물을 떠 마시며 기뻐하는 그곳 원주민들을 보고,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와 같은 사람인 원주민들에게 빗물을 받아 식수로 마시라고 저수지를 파 주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흙탕물을 맛있게 떠 마시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울지 말고 우물을 파서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먹도록 해 주면 되잖니?' 곧바로 우물 2만 개라는 목표를 세우고 방송에 나가 호소했다.
"여러분, 우물 2만 개를 팔 텐데, 저는 떠드는 사람이고 파는 분들은 여러분이십니다. 저는 심부름꾼이고, 다리 역할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사명을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생명수를 우리만 마실 게 아니라, 죽어가는 그들과 함께 마십시다!" 오해와 질시로 고통받을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노력하니 사람들의 마음이 열렸고, 기업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이제까지 판 우물이 50개나 된다.
'아프리카 우물 파기'에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 이 선교사는 30여명의 현지 상주팀과 힘을 합해 투명성과 철저한 사후관리로 신임을 얻고 있다. 기존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펌프 우물'이 아닌, 우물 1개당 1만달러를 들여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에 수도꼭지까지 달아 '제너레이터 우물'을 설치하고 있다.
우물은 주로 '나라의 미래'가 자라는 초등학교 내에 만들어, 그들의 가정까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주민들이 학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설치 이후 조그마한 소모품 부속들은 주민들이 직접 구매하도록 하여 자립심을 키우고, 이 선교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암행어사 출두요!' 애프터서비스(A/S)를 통해 현지인들이 우물 관리에 대해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녀는 현지 아이들에게 '마지 마마 리'로 불린다. 현지어로 마지는 물, 마마는 엄마, 리(Lee)는 그녀의 성(姓)이다. 이 선교사가 찾아가면, 아이들은 "아산테(고맙습니다)! 마지 마마 리"를 외치며 와락 안긴다. '우물 A/S'를 위해 갑자기 우물이 설치된 학교를 찾으면,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수십 명이 웃는 얼굴로 뛰어든다.
이 선교사는 전문적인 사역을 위해, 그리고 기업과 비기독교인들도 후원에 동참시키기 위해, 남들이 은퇴하는 60대 나이에 2011년 2월 NGO 아이러브아프리카를 설립했다. 아프리카 대륙을 전문적으로 돕는 '국제구호개발NGO'이다.
"하나님은 아이러브아프리카를 세우시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사랑하고 구제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영육 간에 고통받는 아프리카인들을 가슴 절절히 지독히도 사랑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너무도 보잘것없는 저를 30년 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얼마나 부족하면, 30년이나 준비를 시키셨겠어요? 저는 계속 앞을 향해 이 길을 가야만 합니다."
'평신도 전문인선교사'인 그는 '선교'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선교는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땅끝은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국가적으로는 가장 가난한 제3세계의 아프리카입니다. 그리고 사람으로 보면, 정말 도와줘야 할 가난한 이들, 짐승 취급을 받고 사는 이들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땅끝'을 모두 품고자 합니다." 이 선교사는 자신의 사역이 아닌, 하나님만을 증거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가 팔 우물은 아직 19,950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