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야웨인가 여호와인가?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일 성경에 나타난 YHWH()의 모음표기가 맞는다면 이 말은 “야웨”가 아니라 “예와”라고 읽어야 한다. “야웨”라고 읽기 위해서는 모음의 위치를 바꿔서 라고 표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올바른 표기법은 이다. 에 있어서의 모음표기는 “이름”을 뜻하는 아람어의 “쉐마”()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그렇다면 왜 원래의 발음과는 다른 이런 모음부호를 붙이게 되었는가? 그것은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이후 유대인들은 히브리어 대신에 아람어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아람어를 사용하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서 아람어로 번역된 성경이 회당에서 사용되게 되었다. 아람어로 번역된 성경을 타르굼(Targum)이라 하는데, 이 타르굼에서 하나님의 이름인 “야웨”를 “거룩한 자”, “말씀” 또는 “이름”로 대치하였다. 그런데 이름에 해당하는 아람어가 위에 나온 쉐마()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YHWH()에 바로 이 모음부호를 붙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견해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원전에 모음부호를 붙이기 시작하던 때가 10세기경이고 당시에 사용하던 언어는 아람어가 아니라 히브리어였는데, 왜 하필이면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의 모음표기를 사용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그보다는 조금 후에 보게 되듯이 “여호와”라고 표기된 경우와 같이 “아도나이()”의 모음부호를 붙인데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의 발음이 “야웨”나 “야붸”라고 보는 근거는 이 말의 발음을 기독교초기에서 희랍어로 옮길 때의 표기법이다.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의 클레멘트(Clement, 140 /50-211/15)는 이를 로 표기하였고, Cyprus의 Theodoret(약395-466)은 로 표기하였다. 그런데 코이네를 사용하게 되면서 희랍어의 는 영어의 약한 V와 같이 발음하였다. 따라서 의 발음은 야웨(Iawe)이고 의 발음은 야붸(Iave)가 된다. 그런데 히브리어에서 “웨”와 “붸”는 서로 교환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접속사 를 와우(waw)라고도 읽고 봐브(vav)라고도 읽는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발음은 사실상 동일한 발음이라고 할 수 있다. AD1세기 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파피루스 문서들에는 하나님의 이름이 “야오,” “야베,” 그리고 “야웨”의 세 가지로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의 발음이 “야웨”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주인” 또는 “지배자”(lord, master, owner, ruler)를 뜻하는 “아돈”에서 나왔는데, 사람을 부를 때는 “아도니”()로 표기되며, 그 뜻은 “나의 주인”(my lord)이다. 그러나 이 말은 상대방이 주인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되는데, 이때는 우리말에서 예를 갖추기 위해서 상대방의 이름 다음에 “씨” 또는 “선생님”이라는 말을 붙이는 경우에 해당된다. 영어에서는 “Mr.”나 “Sir”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창 24:18에서 리브가가 아브라함의 종을 부를 때도 이 말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하나님을 부르는데 사용할 경우엔 아도니의 복수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도나이()로 표기된다. 자음은 동일한데 모음부호만 다르다. 이것은 뒤에서 고찰하게 될 엘로힘의 경우처럼 소위 장엄의 복수(pluralis majestatis; majestic plural)에 해당한다. 장엄의 복수란 어떤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거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복수이다. Septuagint 즉 70인역 구약성경에서는 대부분의 경우에 이 말을 희랍어로 번역할 때 “퀴리오스”()란 말을 사용하였으나 “지배자”를 뜻하는 “데스포테스”로 번역된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밑에서 보게 되듯이 하나님을 지칭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장엄의 복수 대신 단수 원형인 “아돈”이란 말이 쓰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처럼 YHWH()란 단어가 나타나면 이 말을 “야웨”라고 읽지 않고 주님이란 뜻을 가진 “아도나이”란 말로 고쳐 읽는 이러한 전통 또는 관습은 “너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나 여호와는 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라고 한 출20:7와 신5:11에 근거한 것인데, 레18:21에도 “네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라는 말씀이 나온다.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다는 생각은 바빌론포로 귀환(BC 539) 후에 더욱 강화되었다. 고레스 즉 사이러스 대제(Cyrus the Great)는 유대인의 귀환을 허락하는 칙서에서 “하늘의 하나님 야웨” 또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야웨”라는 명칭을 사용하나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에 공표된 다리우스(Darius I) 칙서에는 “야웨”라는 명칭 없이 “예루살렘의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 “위대한 하나님”, “하늘의 하나님”과 같은 호칭들이 사용된다. 그 이유는 비커만에 의하면 주전 520년 스룹바벨 성전이 완성된 이후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페르시아 통치자들을 상대하면서 하나님의 고유의 이름을 사용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제사장만이 1년에 한번 오직 속죄일에만 이 이름을 부르는 것이 허용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근동학자요 고고학자인 올브라이트(Albright)는 YHWH란 하나님의 명칭인 이 단어를 발음하는 일이 주전 4세기 이후에는 사라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커만에 의하면 이 명칭이 주전 3세기에도 빈번히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저명한 두 학자들의 이러한 상이한 견해는 올브라이트가 하나님의 명칭이 공식적인 문서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말하는 반면에 비커만은 그 명칭에 대한 일반인들의 사용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인들 중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점차 금기시되었음은 물론이다. 유대인들의 이러한 관습은 신약시대에 들어서도 변하지 않았고, 이러한 전통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지금도 보수적인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야웨”라는 하나님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하는 기록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쿰란문서 중에 나온다. 1QS6:27-7:2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경전을 읽거나 축복하는 가운데, 경솔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어떤 충격이나 그 밖의 다른 이유에서든, 가장 존귀한 이름을 부르는 자는 추방되고 다시는 공동체 회중에 돌아오지 못한다.
과거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영어로는 Jehovah라고 쓰고 “제호바”라고 읽었고 우리말로는 “여호와”라고 읽었는데, 이것은 이 하나님의 이름인 YHWH가 나오면 그 이름을 발음하는 대신에 “아도나이”라고 읽게 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YHWH란 명칭에다 “아도나이”의 모음부호를 붙이게 비롯된 것이다. 만일 아도나이의 모음부호를 YHWH에 붙이면 “야호와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는 성경에 나타나지 않고, 대신 요드가 생략된 “예호와” 또는 “예호봐”가 나타난다.
앞서 말한대로 영어의 “Jehovah”와 우리말의 “여호와”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YHWH 앞에 “아도나이”가 이미 있을 때는 두 번 “아도나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YHWH에 엘로힘의 모음부호가 붙여져 “에위”() 또는 “예위”) 혹은 드물기는 하지만 “에호위”의 형태를 취한다. 이와 같이 두 말이 결합할 때 아도나이가 YHWH 앞에 오는 것이 상례지만 합3:19; 시16:2에서처럼 예외적으로 아도나이가 YHWH 뒤에 오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서로 같은 뜻인데도 YHWH 앞에 “아도나이” 대신 “아돈”이 오면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도나이크”에서와 같이 아도나이에 인칭대명사가 붙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말 성경에는 YHWH 밑의 모음부호에 관계없이 어느 경우나 “여호와”로 표기되었다.
언제부터 서구에서 “예호와(Jehovah)” 즉 “여호와”라고 읽기 시작했는지 확실치 않으나 12세기부터였다는 설과 14세기부터였다는 설 또는 막연히 중세 때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현재 영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Brown-Driver-Briggs의 Hebrew and English Lexicon에 의하면 이 발음은 1520년 갈라티누스(Galatinus)에 의해서 도입되었다. 그리고 17-8 세기에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발음을 선호하였는데, “야웨”가 옳은 발음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게네브라르두스(Genebrardus)였다고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