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고 있는 영혼
에이미 심슨 | CLC | 384쪽
우리나라에도 갈수록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세월호 침몰 사건은 수많은 희생자와 유가족, 생존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안겼다. '생존자 죄책감(Survivor's Gulit)'이나 심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염려되고 있으며, 심지어 전 국민들에게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고통받고 있는 영혼>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으로 힘들어하며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을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정신질환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론적이나 의학적인 설명 대신, 정신질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가정과 사회와 교회에서 당하는 고통과 소외와 어려움들을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들려주는 데 치중한다.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정신질환을 앓던 어머니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회복과 치유의 때를 지나고 있어, 내용들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다양한 실제적 고통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는 저자는, 교회가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지지해 주는 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으며 되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에서 보듯,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신질환이라는 고통은 일반적으로 단절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같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감정이입을 경험하며, 창조주 하나님이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간절히 알기 원하는 순간 그들 중 많은 사람은 교회로 가지만, 자신들을 아프게 만드는 교회의 냉랭한 시선과 행동에 충격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교회에서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들의 어려움을 숨기며 구태여 노출하려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은 '교회의 높은 벽' 안에서 낙인 찍기, 비난, 침묵, 인내력 부족, 괜찮은 척하는 가장(假裝), 어떠한 혼란도 용납하지 않음, 문제를 영적으로만 해석함 등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크리스천은 고통받지 않는다'는 비성경적 사고방식으로 저주받은 듯한 감정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기독교적으로 바라보는 자료조차 부족한 상태여서, 목회자들은 부적절한 태도를 취하거나 자신이 영적 고갈을 경험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나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 증상들에 대한 도움을 포함하여 온갖 종류의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장소는 바로 교회이기 때문에, 이들의 문제에 교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그리고 교회는 바로 하나님을 나타내고, 이 세상에 예수님의 사랑을 쏟아 붓기 위하여 성령이 다스리시는 곳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가 하나님의 표상인 교회에서 거절당하고 무시당하거나 소외당할 때, 그들은 하나님에 의해 거절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교회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정신질환과 싸우고 있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 또는 그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소그룹을 구성해 교제하는 것이다. 저자는 잘 알려진 멘로파크장로교회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 제일장로교회, 밴쿠버 뉴하잇츠교회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를 시도하려는 교회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소그룹 뿐 아니라 교회와 구성원들이 줄 수 있는 도움으로는, 만일 고통 가운데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문제 유형들을 이해하려 하고, 교회에서의 낙인을 없애버리며, 설교나 성경공부 시간에 정신질환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회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는 불완전한 사람들의 공동체'임을 상기시키고, 성도들 간의 관계를 촉진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상투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들이다. 용기를 내 무엇을 해야 도울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물어보기, 함께 있기, 거절하려는 유혹을 거부하고 수용의 빛을 발하기, 인내하기, 실제적인 도움 주기, 상담가들과 의논하기, 경계선을 긋고 그것을 지키기, 소그룹을 장려하기, 당신 능력의 한계를 알기, 자료들을 사용하기, 지원 그룹 및 전문 상담사역 시작하기 등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이 풍성하게 흐르고, 그의 백성 한 명 한 명의 마음 속에 두신 생수가 깊은 우물에서부터 흘러넘치게 하기 위하여 그의 교회를 부르셨다고 믿는다. 예수님은 그러한 사랑이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들에게 이르게 하고, 그들을 치유와 희망이라는 커다란 파도 위에 높이 올려두기를 원하신다고 나를 믿는다. 우리 사회가 더럽다고 여기며 가까이 하기를 회피하고, 주변인으로 비난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것 같은 그런 사람들이 처한 바로 그 현장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