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폴 트루니에 | 포이에마 | 374쪽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모습이 있고, 드러내고 싶은 모습이 있다. 가장 개인적 공간이어야 할 SNS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발견되는 것은 그러한 이유이다. '펼쳐진 일기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끄적거릴 수 있는 강심장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나 주제에 대해 뚜렷한 주장을 가짐으로써 다른 이에게 하나의 형상으로 남을 수 있다.
이렇듯 감추고 싶은 모습만이 자신의 참 모습일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는 모습 또는 하나의 역할로서의 자신은 거짓된 자아일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폴 트루니에는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 자신의 치부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내 마음의 병을 고침받기 원했던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서 내린 조심스러운 결론이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20여년간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씨름해 온 트루니에는 섣불리 결론을 내지 않는다. 한 사람에 대해 자신이 알아낸 수많은 조각들을 합했다 해서 그를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가 아무리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정확하게 보여주려 해도, 그 노력만큼 자신에게도 어떠한 영향을 받아 그들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끝까지 찾아내지 못하는 것, 즉 내가 인간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밝혀준다고 생각하는 것과 끝까지 불가사의하고 어둠에 감춰지는 것을 추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고사하고, 우리는 나 자신의 진정한 실체도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그는 토로한다.
그러나 그의 겉과 속,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해야 상담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진정한 인간'이 된다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는 영적인 면, 그리고 기독교의 역할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만이 인간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고, 예수님만이 실제 인간과 등장인물간의 완전한 합일을 이뤄내신 분이기 때문이다.
트루니에에 따르면 하나님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인식하고,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정한 해방은 하나님께 의존함으로써 성취된다. 하나님께 의존한다는 것은 인간과 사물과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신앙은 하나님을 향한 움직임이며, 신앙이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순간에 온몸으로 느끼는 하나님을 향한 귀의이다.
책 곳곳에는 그 거대한 질문에 답하고자 오랜 기간 몸부림쳤던 그의 노력들이 번뜩이는 통찰들로 오롯이 빛나고 있다.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싶은 이들(누구나 그렇겠지만), 또는 자신의 참 모습을 알고 싶지 않거나 타인으로부터 끝까지 숨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