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이 2014를 상징하는 20시 14분(현지시각ㆍ한국시간 8일 오전 1시 14분) 러시아의 휴양도시인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막된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는 13개 종목의 66명이다. 이들 중 기독인 선수는 12명으로 알려졌다.
5일 한국기독교스포츠총연합회(총재 엄신형 목사)에서는 선수단의 승리의 소식과 테러 등 신변위협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요청했다. 특히 기독인 선수 12명에 대해서도 관심을 당부했다.
기독인 선수 12명은 김동현·김선옥·서영우· 석영진·오제한·전정린(이상 봅슬레이), 이규혁·이상화·이승훈(빙상), 김호준(스노보드), 최재우(모굴스키), 최홍철(스키점프) 선수이다.
이색적인 것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다 그들 나름의 사연들이 있지만, 특히 기독인 선수들은 봅슬레이 등 척박한 환경을 극복한 사연들이 있기에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언론에서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평가할 선수들을 찾는다면, 이들 12명의 기독인 선수들 안에 다 포함돼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우선 기독인 선수들 중 봅슬레이 선수가 유독 많다. 6명으로 12명의 기독인 선수 중 절반을 차지한다.
여자 봅슬레이 국가대표 김선옥 선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강원 용평 알펜시아 그린피아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4.01.27. ©용평=뉴시스
봅슬레이는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 중에서도 볼모지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중 김선옥 선수는 34살의 나이로 여섯 살 아들을 둔 엄마 선수다. '줌마렐라'의 선두 주자로 주목을 끌고 있다.
기독인 봅슬레이 선수 모두가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환경에서 불철주야 노력해왔고, 이제 소치에서 불모지 종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뜨거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인 선수 중 특히 국민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선수는 빙상(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이다. 이상화 선수는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화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한국 스케이트 100년 역사에 이상화는 기적과 같은 역사를 썼다"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상화 선수는 2010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일인자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를 제치고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이상화는 매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더니 2012~2013시즌부터는 2년에 걸쳐 17번의 월드컵 레이스에서 16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지난해에는 4번에 걸쳐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이상화 선수의 이러한 기록은 누구도 알아봐주지 않던 비인기종목이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런 성과를 낸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상화의 최고 기록은 36초36이다. 이상화에 이어 가장 좋은 기록은 왕베이싱(중국)의 36초85로 0.49초의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소치 동계 올림픽의 금메달 뿐 아니라 평창 동계 올림픽까지 금메달을 기대하는 한국 동계 올림픽의 간판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또 기독인 선수인 한국 스노보드의 선구자 김호준 선수는 결전을 앞두고 자신만의 드라마를 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호준은 지난달 28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매머드에서 담금질을 이어오다 5일 결전지 소치에 도착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하프파이프에 출전,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무대를 밟은 그는 이번에는 최초의 결승 진출을 노린다.
지난해 12월 월드컵에서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9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충전한 그는 "올림픽에서 결승에 올라가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며 "나아가 한자릿수 순위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기독인 선수 이승훈은 이상화, 모태범과 함께 빙속 3인방으로 불리며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길 유력한 후보이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지약물 검사를 받았다. 올림픽을 대비한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2일 소치에 도착한 이승훈은 이튿날 선수촌을 찾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관계자에게 도핑검사용 소변·혈액 샘플을 제출했다. 도핑테스트 대상자는 무작위로 정한다.
이승훈은 개회식 다음날인 8일 남자 5000m 경기가 예정돼 있어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메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남자 5000m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은메달을 차지하더니 1만m에서는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1만m 결승에서는 12분58초55라는 올림픽 신기록까지 작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단체전인 팀추월까지 세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것이 이승훈의 각오다.
마지막으로 기독인 선수는 6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선수단 '맏형' 이규혁 선수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까지 이규혁은 무려 20년 동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가 됐다.
이규혁은 "아직까지 성공을 못했기 때문에 올림픽에 계속 도전하는 것이고 실패했을 때 좌절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 때문에 올림픽은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대회다. 그만큼 내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항상 안고 도전하는 것 같다"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번 대회의 각오를 밝혔다.
제갈성렬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은 "전 세계 빙상 지도자와 선수들은 이규혁 선수를 상당히 존경하는 눈으로 보고 있다. 모든 세계 관계자들은 이규혁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정말 제발 이규혁 선수가 메달을 따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간절한 바람이 있을 정도로 이규혁 선수의 도전 과정을 세계인들도 인정한다"고 전했다.
기독인 선수들 각자가 불가능 같은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하기 위해 소치를 향해 떠났다. 이들의 선전과 안전을 기원하며 오늘도 한국교회 성도들은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