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올 여름,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적 부담감을 갖고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분당우리교회가 성장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이목을 끌고 있지만, 과연 하나님도 이 교회를 건강한 교회로 보고 계실까?' 목사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영적 질문이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숨기고 싶은(?) 모습까지 간증으로 밝히는 이찬수 목사님의 모습을 보며 그 진정성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목사님은 2013년 하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다시 복음으로!"라는 슬로건을 교회에 선포하면서, '전 교인 간증쓰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을 '특별 새벽부흥회'가 시작되었는데, '룻기'를 묵상하면서 '인간의 실패와 하나님의 일하심'이라는 초점을 잡게 되는데, 우리를 붙드시고 결코 놓지 않으시는 헤세드(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사랑)를 묵상하며 <붙들어주심>이라는 제목을 정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두 권의 책을 예로 들면서 이 시대의 아픔을 표현합니다. 먼저 <피로사회>라는 책의 서문 내용입니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이 21세기 초의 병리학적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권은 <절벽사회>인데, 현대 사회의 9가지 절벽(인구 절벽, 일자리 절벽, 재벌 절벽, 교육 절벽, 취업 절벽, 임금 절벽, 금융 절벽, 창업 절벽, 주거 절벽)을 설명합니다.
저자가 두 권의 책을 통해 "이 사회의 아픔은 피로와 절벽"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목사는 성도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동일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피로와 절벽 앞에서 눈물겹게 노력하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고 혼미한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성도들의 모습! 이찬수 목사님도 그런 현실 앞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라는 질문을 했고, '궤도 이탈'이라는 한 단어로 결론을 내린 것 같습니다.
룻기에 나오는 혼미한 가장 엘리멜렉과 그의 아내 나오미, 그리고 두 아들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라고 느낀 겁니다. 하지만 가장의 실수로 덩달아 '궤도 이탈'의 삶을 살던 나오미와 룻의 삶이 어떻게 '원 궤도로 회복'되는지 룻기의 흐름을 통해 선포하며, 아픈 우리 시대에 대안을 제시합니다.
룻기 1장은 '궤도 이탈'을 주도하는 '엘리멜렉'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흉년 때문에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을 이끌고 모압 땅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엘리멜렉과 두 아들(말론, 기룐)이 죽습니다. 여자(나오미와 두 며느리 오르바, 룻)만 남은 거죠. 하나님의 약속의 땅인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땅으로 '현실도피'를 했기 때문에 가정에 비극이 임한 겁니다. 하지만 나오미는 이 아픈 현실 속에서 '원 궤도로의 회복'을 시도합니다. 하나님의 땅으로 돌아가는 귀향길에 룻은 따라오고, 오르바는 모압 땅에 남은 것은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룻기 2장은 하나님 은혜의 풍성함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식사할 때에 보아스가 룻에게 이르되 이리로 와서 떡을 먹으며 네 떡 조각을 초에 찍으라 하므로 룻이 곡식 베는 자 곁에 앉으니 그가 볶은 곡식을 주매 룻이 배불리 먹고 남았더라(룻 2:14)". 보아스라는 선한 사람을 예비하셔서, 흉년으로 시작되어 남자들이 모두 죽은 최악의 상황에 "배불리 먹고 남는" 역전의 은혜를 주신 겁니다.
여기서 '궤도 이탈'과 '원 궤도로의 회복'을 '지렁이'로 표현한 것이 참 은혜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런 모습 모두 보셨을 겁니다. 비가 온 다음 날,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지렁이들이 꿈틀거립니다. 제 눈으로 볼 땐 괴로워하는 모습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아십니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렁이는 원래 피부의 감각에 따라 움직이고 피부로 숨을 쉰다고 한다. 그런데 비가 많이 와서 흙 속에 물이 차면 숨 쉬기가 어려워진 지렁이들이 숨 쉴 곳을 찾아서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 인생에 흉년이 찾아오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닥쳐왔을 때 내 의지로 한번 해보겠다고 아스팔트로 찾아나서는 지렁이 같은 인생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나름대로는 살 길을 찾아 나선 것이지만 그 길에는 결국 비참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붙들어주심(이찬수 | 규장 | 216쪽 | 11,000원)'. |
그러면서 이사야 말씀을 언급합니다.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니라(사 41:14, 개역)". 우리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있는 지렁이를 흙으로 옮겨주는 것이 더럽고 귀찮아서 안 하는데, 예수님은 아스팔트 위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고통 가운데 뒹굴고 있는 것 같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자신을 내어주시며 "붙들어주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1990년, 30살 때 미국 시민권을 반납하고 한국에 돌아온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야말로 아스팔트 위에 있는 지렁이였다고 고백하는 것이죠. 공항에서 무작정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반(半)지하 단칸방에 신혼부부로 사는 친구 집에서 보름을 지낸 이야기,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방학 때는 잘 곳이 없어 대구 모(母)교회 4층과 5층 계단 중간에 있는 한 평 남짓 공간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여름을 지낸 이야기, 누가 밥 먹으러 오라면 좋다고, 아침 얻어먹고, 점심 얻어먹고, 저녁 얻어먹은 이야기(저자는 완전히 노숙자였다고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사랑의교회에서 신학대학원 1학년 중 교역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3학년인 상황에서 지원해 붙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역전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초라한 단벌 양복으로 강남 청소년들과 10년 동안 행복하게 산 이야기,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하던 아내를 만난 이야기, 개척을 하라는 옥한흠 목사님 말씀을 따라 분당 정자동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이매동)까지 정착하게 된 이야기! 모두 아스팔트 위에 있는 지렁이 같은 자신에게 '궤도 이탈'을 허락하지 않으신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라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룻기 3장과 4장을 통해 "먹고 남는 은혜(룻기 2장)"에서 멈추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기업 무를 자(kinsman-redeemer)'인 보아스를 만나서 나오미와 룻이 복된 인생으로 바뀐 것처럼, 우리도 구원자(redeemer)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나름 안정적인 분당우리교회가 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에서부터 꿈꾸었던 '우리복지재단'을 통한 섬김 사역, 그리고 "다시 복음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성도들과 함께 다양한 사역을 소망하는 겁니다.
책 표지에 기록된 짧은 문구가 '피로사회와 절벽사회'에서 영적인 몸부림을 치는 성도들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기한 건 아니시죠? 힘들어 떠난 당신, 더 힘들기 전에 돌아오라! 돌아서는 순간, 주님은 당신을 위한 위대한 계획을 시작하신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여행을 충동하는 광고에만 집중하지 말고, '궤도 이탈'을 인식하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헤세드(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사랑)의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고 기다리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