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목사
(Photo : ) 박영선 목사의 고별강연에는 합동신대 학생들 뿐만 아니라 남포교회 교인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몰렸다.

한국교회 대표적 설교가인 일병(一餠) 박영선 목사(남포교회)가 지난 30년 동안의 교수 생활을 마치며 29일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조병수, 이하 합동신대)에서 ‘고별강연’을 전했다. 그는 지난 1983년부터 합동신대에서 목회와 설교를 가르쳐왔다. 당초 이 강연은 약 100명 규모의 교내 세미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학생들과 교인들이 몰려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박영선 목사는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 보수주의의 명예’를 제목으로 강연했다. 보수주의의 의미와, 자유주의와의 차이,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등을 재치있는 유머와 쉬운 예화 등을 섞어가며 설명했다. 강연 후 참석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주의’를 설명함에 있어 먼저 ‘텍스트’(Text, 본문 혹은 하나님의 경륜 및 약속)와 ‘컨텍스트’(Context, 문맥 혹은 정황)를 구분했다. 즉, 역사를 하나님의 경륜과 약속의 시행으로 이해하는 보수주의에게 ‘텍스트’가 중요하다면, ‘컨텍스트’는 역사보다 실존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우선인 자유주의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게 박 목사의 견해다.

박 목사는 “역사는 텍스트를 담고 흘러가지, 무의미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하나님이 외면했거나 실패한 과거는 없다”며 “어느 정황, 어느 사건, 어떤 사람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하나님 되심으로, 마치 세상에 예수를 내어주신 것 같이 개입하셨고 또 함께하셨다.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누적된 하나님의 일하심을 매우 소홀히 여긴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주의가 바로 이러한 텍스트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텍스트를 담은 컨텍스트가 때론 너무 극적이어서 자칫 그 둘을 분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보수주의자들에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구원에 대한 확신도 그 중 하나”라며 “하나님을 만나고 그 분을 이해하게 된 정황이 내게 너무 큰 나머지, 그와 같은 정황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텍스트’가 없다고 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정황(컨텍스트)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정황 속에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 임재가 본문(텍스트)으로 있는 것인데, 본문이 정황과 너무 밀접하게 묶여 있어서 본문보다 정황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라며 “그래서 내 정황과 같지 않으면 아니라고 하는 것이고, 이것이 보수주의가 일부 사람들로부터 ‘불통’이라고 외면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에 따르면, 가령 보수주의의 대명사와도 같은 ‘칼빈’이나 ‘박윤선 목사’(합동신대가 속한 예장합신 교단의 설립자 -편집자 주)를 따르지 않으면 정통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시선이 바로 그와 같은 잘못이다.

박영선 목사
(Photo : ) 일병 박영선 목사가 고별강연을 전하고 있다.

그렇기에 “방식의 차이를 겁낼 필요가 없다”는 게 박 목사의 조언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본문을 담고 있다면, 다른 정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신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데 내가 본문을 만났을 때의 정황, 오직 그 정황만이 본문을 담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 다른 정황을 겁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는 매우 명예롭고 특별한 것이라고 박 목사는 강조했다. 그는 “보수주의는 마치 한 나라에 살면서 모국어를 구사하는 원주민과 같다. 고민하지 않았고 특별한 사건을 만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그대로 넣어주신 것”이라며 “문법을 완벽히 알지 못하나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원어민처럼, 보수주의는 왜 그런지 내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나를 일으키는 힘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탕자의 비유’에서 맏아들의 자리에 있는 것이 또한 보수주의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맏아들은 돌아온 탕자를 환대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맏아들에게 ‘내 것이 곧 네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것이 보수주의 진영이 형성된 이유고 보수주의를 보전하는 하나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보수주의의 ‘내부적 구별’ 혹은 ‘배타적 확인’을 다시 한 번 경계했다. 그는 “우리의 정체성을 신자와 불신자,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에서 확인해선 안 될 것”이라며 “하나님의 넓으심을 이해하고, 그 분의 구원을 나누는 자리에 서 있음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도 경멸의 시선보다, 그들의 진지함과 몸부림을 이해할 줄 아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