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목사 박영선 목사](https://kr-images.christianitydaily.com/data/images/full/83569/image.jpg?w=600)
한국교회 대표적 설교가인 일병(一餠) 박영선 목사(남포교회)가 지난 30년 동안의 교수 생활을 마치며 29일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조병수, 이하 합동신대)에서 ‘고별강연’을 전했다. 그는 지난 1983년부터 합동신대에서 목회와 설교를 가르쳐왔다. 당초 이 강연은 약 100명 규모의 교내 세미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학생들과 교인들이 몰려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박영선 목사는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 보수주의의 명예’를 제목으로 강연했다. 보수주의의 의미와, 자유주의와의 차이,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등을 재치있는 유머와 쉬운 예화 등을 섞어가며 설명했다. 강연 후 참석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주의’를 설명함에 있어 먼저 ‘텍스트’(Text, 본문 혹은 하나님의 경륜 및 약속)와 ‘컨텍스트’(Context, 문맥 혹은 정황)를 구분했다. 즉, 역사를 하나님의 경륜과 약속의 시행으로 이해하는 보수주의에게 ‘텍스트’가 중요하다면, ‘컨텍스트’는 역사보다 실존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우선인 자유주의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게 박 목사의 견해다.
박 목사는 “역사는 텍스트를 담고 흘러가지, 무의미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하나님이 외면했거나 실패한 과거는 없다”며 “어느 정황, 어느 사건, 어떤 사람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하나님 되심으로, 마치 세상에 예수를 내어주신 것 같이 개입하셨고 또 함께하셨다.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누적된 하나님의 일하심을 매우 소홀히 여긴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주의가 바로 이러한 텍스트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텍스트를 담은 컨텍스트가 때론 너무 극적이어서 자칫 그 둘을 분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보수주의자들에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구원에 대한 확신도 그 중 하나”라며 “하나님을 만나고 그 분을 이해하게 된 정황이 내게 너무 큰 나머지, 그와 같은 정황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텍스트’가 없다고 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정황(컨텍스트)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정황 속에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 임재가 본문(텍스트)으로 있는 것인데, 본문이 정황과 너무 밀접하게 묶여 있어서 본문보다 정황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라며 “그래서 내 정황과 같지 않으면 아니라고 하는 것이고, 이것이 보수주의가 일부 사람들로부터 ‘불통’이라고 외면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에 따르면, 가령 보수주의의 대명사와도 같은 ‘칼빈’이나 ‘박윤선 목사’(합동신대가 속한 예장합신 교단의 설립자 -편집자 주)를 따르지 않으면 정통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시선이 바로 그와 같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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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방식의 차이를 겁낼 필요가 없다”는 게 박 목사의 조언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본문을 담고 있다면, 다른 정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일하신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데 내가 본문을 만났을 때의 정황, 오직 그 정황만이 본문을 담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 다른 정황을 겁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는 매우 명예롭고 특별한 것이라고 박 목사는 강조했다. 그는 “보수주의는 마치 한 나라에 살면서 모국어를 구사하는 원주민과 같다. 고민하지 않았고 특별한 사건을 만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그대로 넣어주신 것”이라며 “문법을 완벽히 알지 못하나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원어민처럼, 보수주의는 왜 그런지 내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나를 일으키는 힘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누가복음 15장에 등장하는 ‘탕자의 비유’에서 맏아들의 자리에 있는 것이 또한 보수주의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맏아들은 돌아온 탕자를 환대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맏아들에게 ‘내 것이 곧 네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것이 보수주의 진영이 형성된 이유고 보수주의를 보전하는 하나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보수주의의 ‘내부적 구별’ 혹은 ‘배타적 확인’을 다시 한 번 경계했다. 그는 “우리의 정체성을 신자와 불신자,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에서 확인해선 안 될 것”이라며 “하나님의 넓으심을 이해하고, 그 분의 구원을 나누는 자리에 서 있음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도 경멸의 시선보다, 그들의 진지함과 몸부림을 이해할 줄 아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