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들의 독서문화 확산을 바라며, 오랜 세월 속에도 영롱한 빛을 발하는 기독교 고전들을 10월부터 소개합니다. 송광택 교수님(총신대)이 안내하는 고전의 세계로 함께하시죠.-편집자 주
기도의 삶
성 테레사 | 이상원 역 | 크리스챤다이제스트 | 324쪽 | 12,000원
아빌라의 성 테레사(1515-1582)는 스페인의 신비가(Spanish mystic)이다. 테레사는 16세기가 낳은 영적 생활의 위대한 교사이다. 기본적 자세에 있어, 테레사는 깊은 명상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일치를 추구하였다. 이것은 심오한 경험과 사랑을 통해 하나님을 알려는 수도자의 추구였다. 테레사는 그것을 '신비적 결혼'이라고 묘사하였다.
테레사는 소설 <돈키호테 Don Quixote(1605)>의 작가 세르반테스와 더불어 스페인의 가장 위대한 문학적 천재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녀는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교회 박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도의 삶>은 아빌라의 성 테레사(St. Teresa of Avila, 1515-1582)의 명문집(名文集)이다. 앞부분에서는 테레사의 자서전에 근거하여 그녀의 실패로 얼룩진 어린 시절과 기도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를 서술하고 있다. 나머지 장(章)들에서는 기도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와 기도생활의 실제적인 결과들을 다루고 있다.
테레사는 기도생활에 뛰어난 모범을 보여준 믿음의 사람이다. 청교도들조차 흠모하던 테레사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 테레사에게는 첫째도 기도요, 마지막도 기도였다.
테레사에 의하면, 아무리 보잘것없는 영혼이라도 회개하고 기도하면 주님께서 그의 기도를 듣고 응답해 주신다. 따라서 "한번 기도를 시작한 영혼은 아무리 악한 상황 속에 처하더라도 기도를 중단하지 말라. 기도는 신자의 생활을 수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도가 없이는 우리의 생활에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도의 길을 이해하는 데 본질적으로 중요한 세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는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둘째는 모든 피조물-특히 사람들-로부터 초연해지는 시간을 갖는 일이다. 셋째는 진정한 겸손의 훈련이다. 그런데 겸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겸손할 때 앞에 말한 두 가지 요소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기도는 오직 하나님만을 향한 신앙과 열정의 표현이다. 또한 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요구의 표현이다. 기도는 한마디로 말해 하나님과의 교제요, 우리를 사랑하는 그 분과 은밀한 가운데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기도의 길을 터득하는 데 필요한 세번째 기초인 겸손을 좀더 살펴보자. 영혼이 기도하는 가운데 겸손하면 할수록, 하나님께서는 그 영혼을 높이신다. 우리가 하나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겸손의 덕목은 더욱 더 크게 성장한다. 겸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려한 기도라도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신다.
겸손은 기도의 열매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이 아무 가진 것 없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새로게 하여 주님을 섬겨야 한다. 겸손은 모든 덕목 가운데 으뜸이다. 겸손은 모든 다른 덕목들의 여왕이요, 주인이다.
테레사는 자서전에서 그녀의 특별한 기도 체험을 언급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그녀가 기도하기 위해 기도실에 들어섰을 때, 그곳엔 교회의 특별한 축일(祝日)을 기념하기 위한 그림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아주 심하게 상처받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 광경을 보았을 때 테레사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 그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고난 받으심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크게 우리를 사랑하셨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주님이 상처받은 그 모습은 곧 테레사의 마음을 아프게 찢어 놓았고, 그녀의 마음은 산산조각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그 십자가상 옆에 몸을 내던지고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 그리고 다시는 그를 슬프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테레사는 그리스도께서 가장 고독했던 시간들을 묵상하곤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주님께 가까이 갔다. 그녀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체험을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테레사는 이런 묵상의 과정을 통해 많은 교훈을 받았다. 그녀는 종종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기도에 몰입하곤 했다. 그것은 지속적인 습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