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 그러나 어느 때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기대길 원하는 현대인들, 어쩌면 신앙이란 지금과 같은 때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기독교는 때로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령과 관계된 부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성령, 그리고 그 역사로 나타나는 많은 현상들에 대해 우리는 아직 충분히 익숙하지 못하다.
배본철 교수(성결대 역사신학)는 그런 성령을 꽤나 오랫동안 탐구하며 체험해 왔다. 성령에 의한 '거듭남'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성령을 연구하게 했고, 수많은 체험들 속에서 그 강력한 힘을 많은 이들에게 증거하게 했다. "성령이야말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이라고 믿는 그가, 얼마 전 책 「성령, 그 위대한 힘」(넥서스크로스)을 펴냈다.
성령에 대한 평생의 연구 결과가 집약된 이 책에서, 배본철 교수는 '복음주의적 성령론'을 강조한다. 성령에 대한 해석과 정의는 반드시 복음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많은 기적들과 이적, 그리고 사도들에 의해 계승된 '성령의 사역'이 바로 '복음주의적 성령론'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라고 배 교수는 강조한다.
"예수님과 사도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분명한 성령의 사역들이 있는데도, 그것을 '비이성적인 것'이라거나 지나치게 '신비적인 것'으로만 제한해선 안 됩니다. 또 반대로 '영성 체험'을 너무 강조해 분별 없이 허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죠. 그러므로 현재 한국교회에 가장 절실하고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바로 복음에 내재된 성령의 능력을 드러내고 또 증진시켜가는 일입니다."
배 교수는 이 책 전반에서 바로 그와 같은 '복음주의적 성령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일반적인 성령론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성령론이 저자의 실제적인 체험 위에서 설파된다는 점이다. 복음주의적 성령론에 대한 정의와 의미 등을 단지 성경 해석을 통한 '이론'으로만 전하지 않고, 실제 나타나는 체험과 함께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 책은 철저하게 복음주의적 입장에서 성령론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성령의 체험적이면서 역동적인 사역을 강조한다"며 "이 두 가지 점, 즉 복음적이면서도 체험적인 성령론은 아마도 이 책이 지닌 최대의 강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에 걸친 성령운동에 대한 연구 결과와 함께, 국내외 사역 현장에서 일어난 나의 체험들을 소개함으로써 성령운동의 이론과 실제를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이런 특징은 「성령, 그 위대한 힘」의 첫 페이지를 지나 '목차'에 눈이 닿을 때부터 피부로 느껴진다. '방언 받게 해 주세요' '몸과 마음의 병을 고쳐 주세요' '꿈이 딱 맞네요' '귀신이 정말 있습니까' '성령세례 받았나요'와 같은 제목들은,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거나 혹은 궁금해했던 것들이다. 제목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각 장마다 저자가 눈으로 보고 직접 느낀 많은 예화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런 예화들은 언제나 저자의 탁월하고 또 복음적인 통찰력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기자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한국교회를 향한 배본철 교수의 염려와 소망, 무한한 열정이 담겨 있다. 그는 "성령의 능력을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금 부흥하길 원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렇기에 아직 정리되지 못한 '성령론 논쟁'에 가세하기보다는 그런 논쟁에서 잠시 비켜나 성령의 실제적 힘을 어떻게 하면 목회 현장에서 바르게 나타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 교수는 "한편에서는 성령운동이라 하면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서 방언이나 신유 등을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이 시대에도 성령의 은사와 나타남이 반드시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교회 내에서 이런 신학적 갈등은 아직까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성령론 화합의 길'은 이런 성령론 논쟁의 화두들을 잠시 뒤로하고 우선 복음적 성령의 능력에 대한 연구에 함께 눈길을 모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성령, 그 위대한 힘」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방언과 예언 등 목회 현장에서 혼선이 자주 일어나는 주제들을, 2부는 성도들이 경건생활을 하면서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성령에 대한 근본적인 복음적 이해들을 각각 담고 있다. 배본철 교수는 "비록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성도들이라 할지라도 이 책에 담긴 흥미롭고 실제적인 간증들로 인해 어렵지 않게 복음적 성령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