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알리스터 맥그라스 | 박규태 역 | 새물결플러스 | 248쪽 | 13,000원
"기독교 신앙은 만물의 질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결국에는 하나님의 성품에서 유래하고 그 성품을 표현하는 의미의 틀을 제공해 준다."
과학과 신학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탐구와 글쓰기로 '새로운 무신론' 교주 리처드 도킨스의 강력한 '천적'으로 떠오른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E. McGrath)가, 과학만으로는 결코 답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신간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새물결플러스)>에서 펼쳐놓았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의미(meaning)'이다. 저자가 처음 달았던 제목도 그의 '멘토' C. S. 루이스의 <예기치 못한 기쁨(Surprised by Joy)>을 본딴 '의미에 놀라다(Surprised by Meaning)'였다.
"의미(meaning)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point)가 없다." 우리는 사물들을 이해하길 열망하고, 큰 그림을 보길 갈망하며, 더 전체적인 이야기를 알길 원하는데, 이런 욕구는 자연과학은 물론이고 기독교 신앙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 기독교는 특히 사물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뛰어넘어, 우리 상황을 변화시킨다.
여기서 맥그래스는 앞선 몇 권의 저작들처럼, 도킨스와 새로운 무신론에 대한 비판으로 글을 시작한다. 도킨스는 과학이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가장 훌륭한 답-우주의 구조 더 깊은 곳에 자리한 사물의 의미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을 제공해준다고 대담하고 자신있게 선언하지만, 이는 자연을 수박 겉핥듯 읽어낸 말이라는 것.
"과학은 삶의 의미를 묻는 물음들에 답을 줄 수 없으며, 과학이 이런 물음에 답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거나 과학더러 답을 내놓으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과학더러 그 능력 밖에 있는 물음들에 대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학을 욕보이는 일일 수 있다."
자연과학은 자연계 안에 있는 패턴들을 밝혀내고 이를 설명할 더 심오한 구조들을 찾아내려고 애쓰지만, 맥그래스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이 가장 최신의 자연과학적 결과물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종교적 믿음에 대해 '증거도 없는 미신'이라며 거부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무신론'은 허무맹랑한 '밈(meme)' 같은 개념들을 꺼내놓으며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하나의 신념이자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다는 것.
'한물간 무신론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빅뱅'을 비롯한 최신과학은 우주가 '無에서 有'가 됐음을, 정교하게 조율돼 있음을, 인간 중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히면서 이러한 관찰 결과들이 하나님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진화도 '우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목표지향성을 갖고 있음을 논증한다. "생물학 세계는 설계라는 개념을 포함하여, 창조와 섭리라는 전통적 기독교의 테마들에 비춰 이 세계를 해석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기독교는 다른 것은 밝히지 못하는 캄캄하고 수수께끼 같은 세계를 밝히 설명해 주는 지적 태양을 제공한다. 기독교는 이론과 관찰 결과 사이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경험적 정합성'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더 나은 세계, 정의롭고 평화롭고 의미 있는 세계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 나라'라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기독교는 여러 지점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그러나 과학이나 경험에 근거한 사상과 달리, '단순한 신앙에 의지하고 있다'는 공격에 취약하지는 않다." 저자는 넓디 넓은 우주 공간에서 보면 '티끌'보다 작을 수밖에 없는 우리 한 사람의 삶이, 과학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무언가가 더 있을 수밖에 없다는, 아니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래야 이 거대한 우주에도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올 초 번역·간행된 <과학과 종교 과연 무엇이 다른가?(LINN)>에서처럼,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 과학과 종교가 대립관계에 있지 않고, 오히려 신앙은 과학에 영감을 제공하며, 과학이 논할 수 없는 '삶의 의미'에 충분한 답을 전해준다고 역설한다.